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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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로봇 2005-06-13 09:00:41
+1 628
인연이라는 것은
오래된 마른 오징어 마냥 질기기만 한가보다.

한 소년이 있었다.
깡마른 몸에 노랗게 물들인 머리, 치렁치렁한 롱코트를 입고
스미스의 노래를 찬송가처럼 생각하던 유별났던 한 소년.

그 소년과 나는 4년에 걸처 두 번의 연애를 했고,
사과 한쪽을 각자 나눠 먹기라도 한 냥 두 번의 이별을 나눠서 했다.

그런 그 소년이 오늘 내게 연락을 했다.
꼭 2년만이다.

어쩌면 우리는 2년마다 한번씩 연락을 주고 받는 것 같다는 생각에
피시식 허탈한 웃음이 베어 나왔다.

소년은 '어른'이 되기 위해 군대에 있단다.
하지만 소년은 '어른'이 되기가 아직은 싫었나보다.
군에서 커밍아웃을 했고, 지금 그 문제에 휩싸인 소년은
판박이 같은 일을 먼저 겪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잊혀져 가는 기억의 끈을 잡고 연락을 한듯 싶다.

그 연락에 나 또한 잊고 있던 기억들을
다시금 꺼내어 퍼즐을 맞춰 보지만,
이미 몇몇 조각들은 잃어 버리고, 혹은 내가 감춰 두었기에
그것들을 다시금 찾는 것에 대한 게으름이 발동했다.

아니 이제는 무언가 단호해 져야겠다는 생각이
솔직한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그 소년과의 관계를 다시금 복습하고
싶지 않은 지도 모르겠다.

분명 이 일로 인해 관계라는 것이 다시 엮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선 그냥 피해가고 싶다.

문득 내가 이기적인가 라는 의문이 스쳐가는 밤이다.

어글리 2005-06-14 오전 08:19

일단... 사람부터 살려두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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