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전에 집에 돌아오는 길, 지하철 역 부군 길바닥에 동전 3백원이 1미터 간격으로 떨어뜨려져 있다.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하나씩 하나씩 빠져 나온 모양이다. 어찌나 유혹적으로 동전 떨어진 간격이 규칙적인지 마치 헨델과 그레텔이 던져놓은 빵조각 같다. 역 근처라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괘씸한 것들.
순간 갈등이 대퇴부를 예리하게 스치며 혀끝에 알싸하니 감겨온다. 나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혀로 감싸고 있었던 것. 저걸 주울까, 말까? 3백원이면 라이터가 한 개, 커피가 한 잔, 지하철 1구간 티켓의 1/3 가격, 담배 3개피.... 담배 한 개피 없어 늦은 새벽 이 잡듯 방을 뒤지는 내 몰골을 기억하라. 정확히 3초 동안 모든 동작을 정지된 채 동전을 바라보며 체면과, 쪽팔림과, 욕망에 대한 시덥잖은 철학적 탐구를 감행한다. 3초간의 전쟁.
결국 난 쪽팔림에 굴복, 3백원의 유혹을 거절하고 말았다. 조지 오웰의 사형수처럼, 백원 동전 짜리를 슬쩍 피해 발걸음을 떼어놓는다. 조지 오웰은 교수대로 끌려가는 순간에도 발 밑의 웅덩이를 피해가는 어느 사형수의 발걸음을 보고 인간의 가장 충만한 삶의 의지를 발견했거늘, 난 동전을 피하는 내 발걸음을 보며 육체에 각인된 체면문화의 강인함을 다시 한 번 새삼스럽게.
지금도 내 머릿속, 3백원 동전이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다. 꺼억,~
Ballade Pour Ma Memoire | Francis Lai & Liliane Dav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