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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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5-07-09 13:23:10
+4 681
비 오는 날, 데이트 하러 근사하게 차려입고 우산을 들고 가다 번개에 맞아 죽을 수도 있겠지요. 경기도 어느 산악 지역 군부대에서 타켓을 향해 쏜 총알이 산 넘고 강 건너 서울까지 와서, 쫄쫄 굶다가 마침내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을 탈탈 털어 산 햄버거를 향해 생존의 그악스러움으로 입을 쩍 벌린 가난한 남자의 관자놀이를 관통할 수도 있겠어요.

또 이러면 어떨까요? '난 절대 안 팔려' 하고 스스로를 세뇌하던 어떤 젊은 게이가 결국 친구의 억지 소개팅으로 어느 커피숍에 쭈뼛거리며 가게 되었는데, 거기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랠 수도 있겠어요. 초등학교 때 지지리도 자신이 괴롭혔던 동급생이라면, 어느새 자기 취향에 딱 맞게 멋진 모습으로 훌쩍 커버린 동창이라면.

나, 너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서 눈알을 모두 뽑아버리고 싶어. 지금 택시 타고 달려갈께. 이 남자, 결국 오밤중에 택시 타고 그 먼 지방으로 gogo!를 외쳤어요. 그런데 하필 이 택시가 도난 차량이고, 운전사는 방금 전, 택시 운전사를 살해하고 도주하는 남자라면. 총알 택시를 몰고 가는 이 범죄자가 나즈막하게 말합니다. 금방 갈 거예요.

또 이럴 수도 있겠어요. 어느 젊은 노동자, 주말 동안 충청도에 사는 연인과 함께 지내려고 금요일 날 밤까지 열심히 공장에서 일을 하고 서울역까지 헐레벌떡 달려 결국 마지막 기차를 집어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내 슬금슬금 몰려오는 졸음, 미처 깨끗이 씻지 못한 자신의 손을 보며 의자에 파묻혀 자버렸던 겁니다. 오, 맙소사. 새벽 2시, 부산 역에서 눈을 뜬 이 남자, 새벽 공기 맡으며 씁쓸하니 담배를 피웠겠지요. 그러고 보니 이 예는 이탈로 칼비노 단편 소설과 비슷하군요.

5년 동안 짝사랑한 사람에게서 '너 누구니?'라고 말을 듣는 사람이나, 3년 동안 오기와 배짱으로 만 통의 이력서를 온갖 회사의 우편함으로 발송했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화 한 통이 바로 집 앞에 신체포기각서를 들고 있는 사채업자의 목소리로 채워진 사람도 운이 없겠지요. 이 20대 남자, 너무 운이 없다 싶어 결국 점집에 찾아 갔는데, 그간 회사에 다닌다고 뻥쳤던 아버지가 점쟁이 고깔 모자를 쓰고 앉아 죽을 맛의 미소를 짓고 신주 앞에 앉아 있다면.

하면 난 이들에 비해 운이 좋은 걸까요? 사람 살아가는 게 결코 운의 문제가 아닐진대, 요즘은 가끔 운명의 저울 눈금을 삐딱하게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Nina Simone | Mr.Bojangles

운나쁜남자 2005-07-09 오후 21:03

운이 좋은 친구사이 회원들은 회비를 만 원씩 더 내얀다.

재수옴팡진년 2005-07-09 오후 23:03

이거 혹시 새 영화 시나리오야?

칫솔 2005-07-11 오전 06:06

나한테 마지막으로 운이 작용했던 것이 언제더라... -,-

동자승 2005-07-11 오전 06:27

나 에게 악 은 사기 당한것!
나에게 행운?은 내껄 만난것!!!!!!!!^^"
그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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