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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utnews 2005-07-20 00: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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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자 되라’ 강요하는 언론

[일다 2005-07-19 02:18]  

언론이 성소수자들에 대해 다루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급진적인’ 이슈를 다룬다는 사실에 반가워해야 할 테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가 않다. 동성애자, 트렌스젠더에 대해 다루는 방송들은 많은 경우 당사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촬영 과정에서 불거지는 아웃팅 문제, 성정체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전달,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는 경우 등 언론은 오히려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협하기도 했다.

10대 동성애자의 출현?


지난 13일 MBC에 방송된 <뉴스투데이> 3부 ‘현장 속으로’는 “‘이반’ 문화 확산”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편파적이고 차별적인 방송을 보도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14일 제작, 배포한 자료집에 따르면 이 방송은 첫 아나운서 멘트부터 마지막 리포터의 엔딩 멘트까지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허위사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이반’문화에 대해 보도한다고 하면서, 이성애자를 ‘일반’이라고 칭하는 것과 구분하기 위한 동성애자들이 스스로 사용하는 용어인 ‘이반’을 “이성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오도하는 등 동성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한 채 방송한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심각한 오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은 예전에는 마치 10대 동성애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10대 이반이 5년 여 전에 “출현”했다고 멋대로 상정하고, 현재 전국에 걸쳐 2만 여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동성애자에 대해 조금만 이해를 하려 했더라도,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쉽게 밝힐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수를 집계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현장 속으로’가 “10대 레즈비언 전용 카페”라고 소개한 곳은 실제론 성인 전용 레즈비언 바(bar)로 밝혀졌다. 방송은 업소의 출입문 앞에 붙어 있는 동성애자들의 행사 프로그램 포스터에 대해서도 “버젓이 붙어있다”고 표현, 제작팀이 동성애를 혐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또한 범죄현장을 취재하듯 업소 안까지 들어가서 카메라를 몰래 들이댔으며, 해당 업소 측이 항의하자 사과나 공지도 하지 않고 인터넷 뉴스 영상에서만 해당부분을 삭제했다.


프로그램은 이반학생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며 이반인 딸을 둔 것이 부끄러운 일인 것처럼 보도했다. 나아가 10대 이반의 행동을 “동성애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한 “전문가” 인터뷰를 따고, 이들 “대부분”이 이반이었던 과거를 “후회하고 있다”고 하는 등, 10대 동성애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이들이 마치 잘못된 길을 걸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길 잃은 어린 양’처럼 취급했다.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에 대한 이상한 구분법


그런가 하면 14일 방송된 MBC ‘정보토크 팔방미인’에서는 트랜스젠더 한 명이 출연해 자신의 커밍아웃에 관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 날 전문가로 출연한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배우자가 동성이기를 바라는 것’이고, 동성애자는 ‘단지 잠자리 상대가 동성이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는 배우자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스스로의 성별이 자신의 신체적인 성별과 맞지 않는 사람이다. 이성애자가 단지 잠자리 상대가 이성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듯이, 동성애자 역시 단지 잠자리 상대가 동성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전문가” 격으로 출연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 전문의는, 신체적인 성과 사회문화적인 성 사이에서 오는 혼란을 “질병”이라고 단언하며 트랜스젠더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은 힘들겠지만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을 것’을 조언했다.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에 대해 질병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분명한 것은 트랜스젠더 김비씨의 말대로 그것은 “어쨌든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김비씨는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과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거부하도록 권하는 치료 권유가 “성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레즈비언 간 범죄사건에 대한 선정적 보도


그런가 하면 지난 9일 여성 동성애자 공동체에서 일어났던 범죄사건을 보도했던 언론들의 시선도 불편하다. 사건의 전말은 연인 사이를 이간질한 한 명을 7명이 방에 감금해 구타한 것이었다. 가해의 정도가 심각한 범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외부에 피해사실을 적극 알릴 수 없었던 이유는 이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즉, 이 사건은 동성애자 인권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사건을 보도한 어떤 언론에서도 이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언론들은 레즈비언들 사이에서 있었던 범죄가 얼마나 선정적인지에 초점을 맞출 뿐이었다. “동성애자도 정조 지켜야”, “‘딴 여자 사귄다’ 동성애 상대 집단 린치”, “'엽기적인 그녀들' 인터넷서 만난 여성 동성애자 8명”… 기사의 제목들은 언론의 시선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가해자들이 이성애자였더라면 결코 이런 식으로 조명하지 않았을 사건이다.


우리 언론은 아직도 성소수자에 대해 기본적인 용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선정적이고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 또 취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도 심각한 문제다. 동성애자 인권운동 단체들은 언론사 측의 사과와 함께 취재 및 보도에 있어서의 ‘성소수자 인권보호지침’을 마련해 교육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당연시하는 언론들은, 이제야말로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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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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