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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utnews 2005-08-27 02: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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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동흔 기자]

예쁘장한 20대 남성 두 명이 얼굴이 닿을 듯 마주보고 테이블에 앉아 있다. 한쪽이 “머리 잘랐어?” 물어보며 머리 결을 만지고, 둘이 귓속말을 주고 받고, 서로 목을 껴안는다. ‘동성커플’이란 자막도 지나간다. 이윽고 “통화료 절약을 위해 커플요금제에 가입한다”는 문장이 나온다. 지난달 29일부터 TV화면을 타기 시작한 한 통신회사 CF의 한 장면이다.


여기서 동성애(Que er)코드를 읽어내기란 어렵지 않다. 제작사측은 “커플 요금 서비스에 가입하는 동성 커플 중에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오해 받을까봐 쑥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어, 서스럼없이 이용하라고 만든 광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뭔가 근질근질하다. 이 광고는 분명 이중적 함의를 갖고 있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성애 코드를 심어뒀다는 ‘혐의’가 짙다.



드라마나 코미디에 ‘잠재해 있던’ 동성애 코드가 좀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여성과 경쟁을 벌이는 흡혈귀 이켠이 등장했던 ‘안녕, 프란체스카’나, 남자를 향해 “기다릴 거예요” “가혹한 사람” “앙!”을 연발하는 ‘웃찾사’의 김늘메 등 지상파 TV에 ‘숨겨진’ 동성애 코드를 찾는 것도 힘든 일은 아니다.


케이블TV에는 동성애 이야기가 훨씬 많다. 아름다운 남자들만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가 있고, 리얼리티 프로그램 ‘프레쉬맨 다이어리’나 ‘치터스’에도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이 빠지지 않는다.


유명 시트콤 ‘섹스 앤드 시티’에는 주인공 캐리의 절친한 게이 친구 스탠포드가 등장한다. 그는 캐리가 조언이 필요할 때 어김없이 나타나 캐리를 위로해준다. 여기서 게이 친구는 뉴욕의 30대 독신 전문직 여성의 ‘쿨’한 삶을 상징해주는 여러 표상 중 하나. 온미디어 이영균 팀장은 “5년 전 섹스 앤 시티가 처음 방송될 때만 해도 국내 정서에 맞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 패션쇼장이나 파티장에는 ‘게이 친구 데려오기’가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동성애라는 성적 정체성을 일종의 ‘액세서리’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만한 취향이다. 케이블 TV도 관음증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혜정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광고는 상징의 집합이란 측면에서 동성애처럼 은폐된 이슈를 먼저 공개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 측면이 있다”며 “개인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겉으론 이를 이상하게 받아 들이거나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퀴어 코드가 대중문화에 등장해온 과정은 전략적이다. 반복되고 증폭되며 반쯤 은폐, 혹은 공개된 형태로 모습을 보여왔다. 그래서 케이블TV와 달리 지상파TV에 등장하는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바보이거나, 우스개의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하리수의 과도한 여성성이나, 커밍아웃한 배우 홍석천이 우스꽝스럽게만 그려지는 것도 이 때문. 지상파TV에선 이질적 존재가 가진 ‘위험성’을 탈색하는 장치가 아직은 필요했던 것인 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의 시선은 한결 성숙됐다. 동성커플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 측은 “동성애 부분이 논란이될까 두려웠는데, 아무 문제없이 넘어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성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다수(多數)의 시선이 공격적이지 않다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좀더 좋아졌다는 반증으로 보기도 한다.


(신동흔기자 [ dh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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