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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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2004-03-05 07:53:33
+1 764
남쪽에선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는데
겨울이 시샘 하는건가.
오후늦게 부터 펄펄 내리기시작한 때늦은눈이, 어두운 밤이 되자 하얗게 세상을 덮어 버렸다.
마치 떠나가는 겨울이, 자신을 잊지말라며 투정을 부리는듯이...

버스에 앉아
눈꽃이 하얗게 핀 겨울나무들이 가즈런히 서있는 서울거리를 바라본다.
눈쌓인 대지는 고요하다.
아무리 대륙의 황사와 오염물질을 가득 담은 봄철 눈 이더라도
사람의 끝없는욕심과 잡스런이해가 뒤얽힌세상을,  잠시나마  덮어주는 저 눈을 누가 꼬투리 잡을수 있으랴.

이세상에 무균질의 깨끗함이 어디서 존재 할수있을까 마는.
그래도 저 펄펄 내리는 눈 에겐, 하늘을향해 몸을 내놓은것들을 덮어주는 미덕 이라도 있지 않은가.

밤이 깊어가자
보기드믄 대설이 되어버린 겨울의 마지막 몸짓은, 서울을 눈의나라로 만들어 놓고있다.
혼잣살이 아파트 창문밖으로 펼쳐진 눈내리는 막바지 겨울의 모습 이라니,
아름답다....정말.

가만히 가만히 온대지에 내려앉는 눈을 내다만보다가, 못내 빈마음을 어쩌지못해 바깥으로 나가봤더니  
발이 푸욱 빠진다.
이렇게 눈이 많이 쌓였네....벌써.

눈부신 설화를피운 겨울나무와 하얀 대지에 매혹된채, 동네를 혼자거니는 이 한밤의설국 에는,
그래도 그래도,
뭐라도 있어야 하는거 아냐...?.......싶은데,
차라리  누군가를 그리워 해야할것 같고 , 아무라도 만나야 할것만 같아, 속절없이 마음 저리던 때가 오히려 그립다.

이제 그리워할 사람조차 없는 혼자가 되어버린건가....싶어서.....

라이카 2004-03-05 오후 22:23

초봄에 내린 눈치고는 정말 많이도 내렸더군요.
그리워하실 사람 꼭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