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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병 동성애자 인권제기 군·경찰 ‘곤혹’

[내일신문 2006-03-07 18:09]  


[내일신문]
인권단체, “대안 마련위해 실태조사 선행 필요”


현역 군인과 전투경찰이 군 복역 중 잇따라 동성애자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복귀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해 군과 경찰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도봉경찰서 소속 전경 유정민석(24)씨는 자신의 여성성을 지키기 위해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복무이탈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지난달 15일에는 휴가를 나온 현역군인 김 모씨가 복무 중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선임병들로부터 성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며 조기 전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인권단체들도 군대내 인권 실태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에만 동성애자인 8명의 현역병을 전역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성애자 문제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입영 전 신체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병무청과 입영 후 군복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방부는 동성애자와 관련한 규정 해석에서부터 차이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령에 의해 동성애자는 입영 전에 한 번 걸러진다”고 말한 반면 병무청 관계자는 “국방부령에서 규정한 성정체성 장애나 성적선호 장애 등은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동성애자를 입영단계에서 제외할 경우 병역의무 회피자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지도 고민의 대상이다. 윤정민석씨 사건으로 동성애자 인권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 경찰도 당황하고 있다. 군의 경우 군형법에 동성애를 처벌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있는 것과 달리 전투경찰에게 적용할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윤정씨는 전투경찰대설치법 10조 1항 항명죄를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먼저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권위는 올 1월 발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에서 “성적 소수자의 차별과 관련한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입영을 거부했던 임태훈(31)씨도 “군대에 가려는 사람도 있고 전역을 시켜야 할 사람도 있는 등 굉장히 다양한 유형의 동성애자 문제가 군에 존재하고 있다”며 “지금은 대안마련보다 실태조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동성애를 ‘계간’이라 하여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군형법 92조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인권단체 등에서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검토해봐야 한다”며 “인권위에서 제출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에 따라 국방부도 올 연말까지 군내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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