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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할 자 없는 미모 2006-05-22 09:52:01
+0 742
어느 날 부터인가 종묘 담벼락과 맞닿아 있는 순라길의

다 쓰러져가는 집들이 사라져 버렸다.

여행을 다녀온 와중에 허물어진 것일까?



아마도 깃발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니 점집도 있었던 것 같고,

넓은 도로와 맞닿았던 집에는 꽤 큰 마당에 백구도 있었고,

겨울이면 안국역에서 간삼으로 가는 길에 늘 소금과 연탄재를

뿌려두기도 했던 계단이 마치 달동네 처럼 높은 벽에 금이간

파란 페인트 칠이 된 집도 있었다.



솔직히 그런 집에서 살라면 살지도 못할 것 같고, 야근을 끝내고

마지막 지하철을 타러 열심히  그 얼어붙은 좁은 길을 조심조심

걸어갈때두 혹시나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해서 무섭기도 햇는데,

막상 그 오밀조밀 코딱지 만한 지저분한 집들이 사라지고 나니까

꽤나 서운함이 남는다.



지금은 길 건너처럼 깨끗한 벤치들과 멋드러진 낙낙장송으로

새색시처럼 단장한 이쁜 공원이 되어 있지만, 아침이면 마당을

쓸던 아저씨도, 연탄이 쌓여있던 앞마당도, 가끔 짖어대던 백구도

없으니 사람 냄새가 안나는 무균질실같은 공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왠지모를 서운함과 아쉬움과 함께 한가지 의문이 든다.



거기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간걸까?

하늘로 솟은 걸까? 땅으로 꺼진걸까? 아니면 맹바기가 푼돈 몇푼

쥐어주고는 또 어디로 쫒아내구 불도저로 밀어버린걸까?



성장도 좋고 정비도 좋지만 우리는 새롭고 번쩍이는 것들을 좆다가

더 기분 좋고 따뜻한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물론 나는 그곳에서는 살지 않았던 사람이고, 살지 못할 사람이니까

누군가가 너는 그 세상에 있지 않았잖아!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곳을 지나치며 추억하는 사람으로 이 정도의 한 조각의 향수와

기억을 가슴에 묻기 전에 이런 물음을 던져보는 것도 내게는

허용이 되지 않는 것일까?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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