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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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2004-02-22 13: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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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플렌더American Splendor

선댄스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것을 필두로 LA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등 국내외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인디 영화예요. 아메리칸 스플렌더, 라는 실제의 만화 주인공이자 스토리 작가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인데, 상업적 감동과는 전혀 별개의 감동이 있더군요.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만화 문화에서 자라지 못해서 그런지 영화 보는 동안 내내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파격적이라고 하는 이 영화의 형식미도 실제로 보니, 예전에 본 만화 작가들을 다룬 몇 편의 인디 다큐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난 위악적이지 않은 개인의 사적 성찰을 다룬 영화들은 별로예요. 차라리 데이비드 린치의 '스트레이트 스토리'처럼 성찰의 깊이가 있어서 완전히 넉다운이 되게 하든지 해야지... 미국 인디 영화들이 최근 견지하고 있는 가족주의, 미국 소시민들의 일상에 대한 성찰들은 외려 희망과 저항정신을 스스로 소거한 부시 세대의 젊은이들의 넋두리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듯도 합니다.

개봉할 듯 하더니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네요.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요.




사랑도 통역도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저번 주에 몇 군데서 깜짝 개봉 했고요, 며칠 내 더 개봉한다고는 하는데 금방 간판 내릴 것 같기도 합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 소피아 코폴라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예전에 '처녀자살소동'이란 영화를 만들었고, 이번에 두 번째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아주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골라서' 보는 진중한 한국 영화 관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많이 나 있습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일본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로스트 인 트랜스레이션, 이 영화의 주 무대를 동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미 본 사람들은 아주 좋아하더군요. 저번 주에 모 영화사 회의에 들어갔었는데, 아예 회의는 안 하고 모두 이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을 못차리더군요.

그런데 잠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저 개인적으론 갈등을 했어요. 사실 별로였거든요. 빌 머레이의 멍청한 듯 탈속한 듯한 훌륭한 연기를 빼고는 신선한 재미도 없었고, '낯선 곳에서의 여행을 통한 자아 성찰'이란 낯익은 주제를 썩 그리 매력적으로 변주한 것 같지도 않고요. 그렇다고 여자 주인공의 속내를 꼭꼭 짚어내 아프게 저며낸 것도, 쿨하게 다듬어 일본 요리의 정갈함처럼 내놓은 것도 아니고. ㅠㅠ

제 마음이 삭막해졌나봐요. 아니면 독해져서 얘네들의 울림이 공명하지 못할 만큼 속이 쫀쫀해졌든지요.

아무튼 영국 워킹 타이틀의 멜로 영화들이나 최근 유행세로 접어든 듯 보이는 '어바웃 어 슈미트'나 '로스트 인 트랜스레이션' 류의 미국판 웰메이드 영화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 건 분명합니다.

그래도 팀 버튼의 '빅 피쉬'는 보고 싶네요. 아직 못 봤습니다. 혹성탈출 같은 영화 말고, 팀 버튼은 실수할 때조차 힘 있는 장면을 선물로 주는 훌륭한 장인이니까요. 제게 빅 피쉬 보여주고 싶은 분 없나요? 영화를 보여주시면, 하루를 통째로 저를 드릴께요. (x3)


P.S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쓰레기 헐리우드 영화들에 비한다면야, 이 두 영화는 볼 만한 값어치가 충분한 영화들입니다. ^^

yesme 2004-02-22 오후 21:03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어제 봤는데, 그들이 노래방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도대체 왜 내가 내 돈을 '내고' 왜 이 동영상을 보고 있는 거지? 라는...
제 생각엔 얼마 전에 본 '내사랑 싸가지'보다 훨~씬 못한 거 같아요.

어글리 2004-02-23 오전 02:26

저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이상한 한국식 제목으로 개봉된 이 영화를 봤는데요,
이 영화가 골든글로브상을 휩쓸만큼 화제가 될만한 괜찮은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글쎄요...
미국인눈에 비춰진 일본, 일본인을 비하하는것도 통 맘에 안들고,
(감독이 일본인 친구들이 많다던데, 그들을 앞으로 어떻게 볼려고 저러나 싶더군요)
가장 큰 의구점은 "저들이 정말 사랑했을까?" 였습니다.
낯선 외지에서, 의사소통마저 안되는 처지임을 감안한다면
어느 누군들 가까워지지 않을까하는 그런...
한마디로, 설정이 너무 진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거죠.
암튼, 기대가 컸기때문에 실망도 컸겠죠.

빌 머레이 연기에 박수!!! 침대위 발가락 씬 명장면에 올인!!! ^^

환타스틱소녀 2004-02-23 오전 03:35

솔직히 저는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이 좋았습니다.
전형적인 이야기라고 할 지라도 군데군데 몇몇 장면들은 소피아 코폴라의 역량을
잘 보여 주더군요.
특히나 포스터의 저 장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더군요.

룰루 2004-02-23 오전 03:48

음... 그건 아마도 이 영화가 환타스틱소녀의 판타지를 일부분 충족시켜줘서 그런 게 아닐까? 빌 머레이 같은 사람이 식이 되는 환타스틱소녀의 이국 땅에서의 스치는 듯한 애정에 대한 판타지. (x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