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모던보이 2004-02-21 06:48:24
+6 970
몽창 하시시를 한 듯한, 환각의 트립 상태에 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아무리 아파도 병원가거나 약을 먹지 않은 까닭에 그 동안 병원 신세 한 번 져보지 않아서 꽤 건강했었는데, 몇 년에 한 번씩 약을 먹으면 성분이 약하더라도 이렇게 곧잘 '멍'해져버리더군요.

이렇게 몽롱한 게 전 좋습니다. 며칠 끙끙 앓아 누워 있다가 개운히 일어나 며칠만에 담배를 한 대 피웠을 때의 그 미미크리의 황홀함, 아주 싼 포도주 두 병을 서너 시간 동안 독을 흘려넣듯 천천히 비웠을 때 마비된 신경계통에서 미세하게 울려퍼지는 비명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집에서 글을 쓰며 천천히 마시는 온갖 알콜 성분들이 전해주는 느릿한 성욕들... 그런 게 좋습니다.

그럴 땐 춤을 추고 싶어요. 절대 비트 100개 미만의 느린 곡이어야 됩니다. 퇴폐와 신파가 교묘히 뒤섞인 몰약 같은 정서의 춤.

딱 한 번, 예전에 사귀던 녀석과 그렇게 집에서 춤을 춘 적이 있었어요. 제 기억엔 팟 메시니 같은 구닥다리 퓨전 재즈였던 것 같은데, 아쉬워요. 지금 들리는 곡 같은 그런 인도의 신파를 틀었어야 했는데, 조금 더 느리게, 삶이 익는 소리를 들으며 춤을 추었어야 했는데...

인도 Buddha Bar 시리즈 중 하나라네요. 전세계를 돌며 연주하는 DJ 라빈이란 사람의 곡이라고 합니다. 듣고 있자니 약기운에 취한 제 기분이랑 딱 맞는 곡이네요.

나와 춤을 추워요. 홀로 내민 손이 부끄럽지 않게.





p.s
들리는 곡의 간주 지나고 나서의 비트를 놓치지 마세요

대표님 미안해요. 한숨 자고 나서 새벽녘에 다시 일어나 그거 해야 할까 합니다. 아프고 졸음이 오네요. 철인 여성 전성 시대는 끝났나봐요.



곡 :  Siddharta - Sen Gelmez Oldun (Alihan Samedov)
출처 : http://sohappy.or.kr/bbs/zboard.php?id=arcade1&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71

모던보이 2004-02-21 오전 06:57

연애 죽어도 못하는 사람들의 모임

2003. 4

'연애 죽어도 못하는 사람들의 모임', 줄여서 '연죽모'를 아세요?

그런 모임이 실제로 존재하냐고요? 당연히 실제합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제안했던 '실연대책보험회사'는 그것이 '보험 사회'의 또다른 병폐라는 것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어요. 자신의 미래를 보험회사 자본에 저당잡히는 건, 극명한 소외입니다.

하지만 이 모임은 실제합니다. 물론 회원이 저 혼자 뿐이지만요.

이 모임의 준거틀은 두 가지로 확연히 나뉘어져 있어요.

1. 연애하고 싶은 욕구는 엄청나지만, 상황과 조건이 여의치 않아 매번 실패로 귀결되는.

2. 자신의 의지로 연애를 하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는.

물론 '연죽모'는 무척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죠. 한 사람만을 못 잊어서 연애를 하지 못하는, 자괴감에 빠져 구애의 손짓을 미리 접어버리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데도 프리섹스를 주장하는 척 자기 방어의 갑옷을 입은 얼빠진 용병들 같은, 누군가 자신을 찾는 팻말을 들고 나타나기를 기약없이 기다리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이데아적인 '반쪽 부신'이 아니면 절대로 연정을 품지 않으려는............

그러나 이 경우들은 대부분 첫 번째와 두 번째 패러다임에 어중간히 양다리를 걸치고 있습니다. 일명 '상황구속적 연애 기피 증세'인데, 저도 이 경우에 속해 있습니다.

이 도시에, 새벽 내내 비가 떨어진 이 도시에 뿔뿔이 흩어져 있을 '연죽모' 잠재 회원 여러분들, 우리는 불쌍한 게 아닙니다. 단지 어리숙할 뿐입니다.

전 그대들에게 특별 회원 카드를 발급해 드릴 생각입니다. 이 카드를 소지하시고, 저희 아지트인 '핑크 에덴'에 놀러 오세요. 상황구속적 연애 기피 증상에 시달리는 분은 레드 카드, 두 번째 경우처럼 근대사회의 게토화된 애정의 공간과 허위의 자유를 굳이 대비시키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교활한 분들은 블루 카드를 드립니다.

즐겁고 흥겨운, 허나 더러 폭포 같은 하소연과 눈물이 쏟아지는 곳이겠지만, 우리 모두 한 가지 교훈은 얻어갈 수 있을 겁니다.

'자기애만 버리면 언제든 이 모임을 떠날 수 있다는 것'

저 역시 이 교훈을 얻기 위해 핑크 에덴 문을 열었습니다.




p.s

제발, 실제의 핑크 에덴으로 가는 약도를 또 올려달라고만 하지 마세요. 난 친구들과 일링크스와 미미크리, 예컨대 현기증과 가면 놀이를 하고 있는 거에요. 늘 그랬다시피 말입니다.

약도는 나중에 올려드릴께요.

기즈모 2004-02-21 오전 08:15

메트로놈으로 맞춰 들어보니 간주 이후는 딱 100정도... 스트립하기에는 적당한 리듬일듯..^^
악기가 궁금하네요 형... 기교없이 깨끗한 음색이 대금과는 또 다른 맛인데...

황무지 2004-02-21 오전 09:17

에휴~~~ 얼렁 카드 발급 해줘 봐요~~~~
이리 저리 문어 발식 애심愛心 지뢰를 심어 놨는 데.... 어찌 알고 사뿐히 피해 가네요..

결국 자폭하고 마음 비웠습니다..
얼렁 약도 올려 주시고 카드,.. 죽어도 노력해도 암도 쳐다도 않보더라.. 그래서 블랙 카드 하나 발급해 주세요..... 에휴~

모던보이 2004-02-21 오전 10:55



인도 정통 악기들이 워낙 다양해서 귀가 단순한 저는 잘 분간이 가질 않습니다. 아마도 플롯 일종의 '반사리'bansari가 아닐까 싶어요.

반사리 소리 듣기
http://gotoindia.com.ne.kr/music_fla/oh_radha!_oh_radha!(flute).swf

모던보이 2004-02-21 오후 12:45

황무지 님의 경우

1. 연애하고 싶은 욕구는 엄청나지만, 상황과 조건이 여의치 않아 매번 실패로 귀결되는.

레드 카드 받으시고, 이런 경우는 동병상련의 공명 작용으로 인해 입장료가 80% 할인됩니다. 약도는 비밀리에 이메일로 넣어드릴 겁니다.

secret 2004-02-27 오전 03:20

눈물이 춤춘다...
맨발로 빌딩사이를 인파사이를 숲을 헤치며 달리는 내가 보인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내가 달린다...
하늘은 닫히고 없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