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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보호법 시행령 개정 법률안 입법 예고의 동성애 조항 삭제 관련

드디어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 위원장 이승희)가 동성애 차별에 대한 항복을 선언했다.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청보위의 “‘동성애 차별조항’이 동성애자들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삭제를 권고한지 거의 1년 만에, 청보위가 동성애 조항의 삭제가 포함된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 시행령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파시즘적 검열과 폭력을 자행해 온 청보위조차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법률적으로는(!) 인정해야겠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왠지 청보위의 이번 입법 예고에 대해 선뜻 “지지한다”라든지 “환영한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아무런 근거와 논리도 없이 1년이나 버티어 온 청보위의 태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법률 개정안이 “과연 동성애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새로운 태도에 기반하여 마련된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을 이용한 파시즘적 검열과 문화적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청보위와 ‘청소년보호업자들’(이들은 청소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청소년보호와 관련된 일들로 먹고살며 심지어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자’로 분류돼야 마땅하다)의 인식적 수준을 고려한다면, 이번 결정은 성적 소수자, 사회운동단체, 여론에 떠밀려 진행된 “울며 겨자 먹기”식의 결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청보위의 이번 입법 예고는 동성애 차별에 대한 주류 사회의 “항복 선언”이라기보다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른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법률에 근거한 노골적인 차별이 사라져감에 따라 불편함과 곤란함을 경험하게 된 호모포비아, 문화파시스트, 청소년보호업자들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될 것이고, 이는 교묘하고 정교한 간접차별의 끈을 결코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청보위를 비롯하여 각종 검열기구들-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김종심), 정보통신윤리위원회(위원장 박영식) 등-은 현재 심의규정 등의 형태로 존속하는 동성애 차별 조항의 삭제에 대해 최대한 “눈치보기, 미루기, 시간벌기”식의 전략을 선보일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이미 청보위가 1년의 시간을 허비한 것처럼, 대세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인 변화의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법률 및 제도적 삭제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차별의 방식으로, 다시 말해 동성애에 대한 직접차별이 아닌 심정적이고 무의식적인 다양한 간접차별의 형태로 우회하여 유지될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논리가 이미 강조되고 있는 “동성애일지라도 음란물이라면 당연히 처벌돼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다시 말해 동성애 조항이 삭제되어도 청소년보호업자들이 “음란하다”(이는 “거시기하다”와 동일할 정도로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이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남근주의적 가부장제에 기반한 이성애주의” 또는 “유교적 엄숙주의에 기반한 문화적 획일성”을 자랑하는 청소년보호업자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검열기구 내부에서, 동성애적 표현은 언제나 “음란물의 혐의”를 내재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음란물로 치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청소년유해”의 오래된 이항등식이 단지 “동성애-음란-청소년유해”의 삼단논법으로 변환될 뿐이다.

아마도 청보법 시행령의 동성애 차별 조항이 삭제된다고 하여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는 성적 소수자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소박한 주장에 대한 대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차별과 억압의 구조가 얼마나 견고한지, 그 누구보다도 성적 소수자들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청보위의 이번 청보법 시행령 개정 움직임은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성적 소수자 운동이 가져온 성과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법률적 차별 폐지 이후에 전개될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 신장, 그리고 성적 소수문화에 대한 사회적 배려 역시 운동주체들의 지속적인 실천과 궤를 같이 할 것이다.
이제는 청보위를 비롯한 각종 검열기구들의 간접차별에, 청소년보호업자들의 교묘한 논리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동성애 조항을 넘어 이들의 광범위한 청소년보호 이데올로기과 문화적 파시즘(너무나 “음란스러운”)을 극복하기 위한 더욱 더 광범위한 문화, 인권, 표현의 자유 운동 등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사회]


문화사회  제71호  
이원재 / 문화연대 활동가, redgang@jinbo.net  


엑스존 2004-02-12 오전 04:57

동성애적 표현은 언제나 “음란물의 혐의”를 내재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음란물로 치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청소년유해”의 오래된 이항등식이 단지 “동성애-음란-청소년유해”의 삼단논법으로 변환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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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동성애 표현 뿐만아니라 모든 '성애적 표현'은 “음란물의 혐의”를 내재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음란물로 치환”될 수 있다. '동성애=음란=청소년유해'의 오래된 삼항등식이 지금까지의 청보법시행령이었다. 차별적인 법률 및 제도적 삭제 자체가 동성애자들의 권리 확보와 삶의 행복으로 바로 이어지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사회를 규정하고 리드하는 완고한 법률 및 제도의 '차별'이라는 그 '거대한 장벽'을 먼저 무너뜨리고 벌이는 문화적 파시즘에 대치한 동성애자들의 전투는 오히려 더 활기차고 흥미롭게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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