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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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2004-02-11 22:32:53
+1 848
인간은 타인을 처음볼때 사용하는 몇가지 기본틀이 있는것같다.
우선  첫인상에서부터 시작해서
상대방의 직업과 배경을 자신과 연관시켜 앞으로 어떤 연쇄작용을 이르킬지를 연상해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가장 우선시 되는것은 나이 인것같다.
가부장적 서열중심의 유교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이숫자때문에  가끔 당혹스런 장면이 연출되기도한다.

나는 98년도에 어떤모임에 한달에 한번씩 십여차례 참석한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90년대 후반들어 사회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성적소수자의 존재와 활동이
서서히 공적인 형태를 띄기 시작하던 싯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훨씬 이전에 이쪽세계를 경험한적이 있다.
이십대에 이삼년간 드나들었던 이쪽세계는  당사자들이 정체성에 대한 개념자체도 없었거니와
그 표출방법도 쾌락적인것 이상은 기대하기 힘든분위기 였기때문에
한창 청신한정신으로 차있었던 청년으로서는, 계속 머물러 젊은시절을 보내기엔 상당히  괴로운것이었다.
그리고 그속에서 엄살과 과장으로 이어대듯이 감성과욕구를 포장하고. 자조와 회한으로 움직이는 나의 핑계에
스스로  의구심을 가지게 될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가 사람으로서 사람을 찾아서, 뭔가를 나누고 싶은 정서는 있으되, 이바닥에서 그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과정을 거쳐 이쪽은 내가 서성일곳이 아니라 여기고, 깨끗하게 돌아서 잊어버렸다.
물론 마음속에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상대는 확실히 남자 일것이란점은 부인하지않지만,
에로스까지 포함한 남자와의 애정은 내인생에서 있을수없음을 받아들이고. 자유로운 일반인의 입장으로 돌아가  
담담하게  살아왔다

그러다가 98년에 "버디" 라는 잡지가 창간되는 사회분위기를 보면서
내가 이십여년동안 잊고지냈던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을 다시가지고 그모임에 참석하게 된것이다
그런데 주로 2.30대로 구성된 모임에 내가 참석하기엔 부담스런조건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내 나이였다.

늘 하는말처럼.
나는 모임에 참석할땐 나이를 집에 놔두고 나온다.....!
그러나 동시대 공감하는 정서를 가진사람끼리, 잠시 만나 어울리면서 연대의식을 느껴보는데 있어서
나이가 무슨 문제가 되랴,  싶은 내생각에 다른사람들이 쉽게 공감하는것은 아니었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어떤 문화모임이었는데 중간에 두어번 이동하는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일행중에 두사람이 길거리에서 입을 맞추는등, 표현이 좀 과한것이었다.
우리들이 그두사람의 행동을 이해못하는것은 아니나,  길거리를 가면서 다른사람들이 볼수도 있고
동행 하는이들의 입장도있는데 심하다, 싶어서 내가 한마디 하게 됐다.
"너희들끼리 있을땐 어째도 상관없지만.지금 일행이 있는데 더구나 길거리에서 그러지 말라"고...
물론 내가 아무리 한참 형님뻘이긴해도  그런주의를 듣는애들의 입장이 머쓱했을것이다.

그말에 앙금이 남았던지 뒤풀이 술자리에서  두아이가 나를 당혹하게 했다
"형이 나이를 속이는것은 어린사람을 만나기 위한거예요..?" 라는 어처구니 없는말을 듣게 된것이다.
그말에 곁에 있던사람들이 나서서 "  속이는거냐...?  말을 안하는거지." 고 나무라고
나는 차분하게 " 나이를 밝히지 않고 넘어가는이유는, 일단 알게되면 너희도 불편하게될뿐더러  나도 별수없이 서열의식에서 자유롭지못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해줬다.
그아이들은 자신들의 경거망동을 즉시 사과했지만.
나로선. 저런 무례하고 경박함조차 존중하면서 모임에 나올가치가 있는걸까..싶은 회의와 함께  착찹했다


나는 평소 거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데, 어쩌다 질문을 받을때면 내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사람들도 내나이를 알고나면, 도대체 믿으려 들지 않는것을 나는 그저 웃음으로 대꾸한다.
나는 돌려서 말하자면 홍콩배우 장국영보다 한살이 많다
아직 생일이 안왔으니 만으로 48세이고 한국나이로 치면 50세다...나이숫자 생각하면 참 환장하겠다....^^

그런데  지난일요일 친구사이 모임에서 그숫자를 말해버렸다.
질문을한 두사람이 내대답을 듣고 침착하게 예의를갖춘 반응을 만들어야하는, 그수고스런 표정관리를 지켜보면서
괜히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무거운것인가.......?  한국인에게, 아니 이 커뮤니티에서 나이는.....

건강한 정신과 자존감을 놓치지않는 소수자의 삶에서,
공동의 정서를 가진사람들과 연대를 가지는자리에서조차 나이가 벽이 되기야 하겠냐...싶어 나는 태연했다.
그리고 그날
생맥주를 마시고나와 서있던 십여명의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끼를떨며 놀던 조금전과 달리
갑자기 표정이 똑같아져있던 그우수운장면을  나는 기억한다.
마치 찬물을 한바가지 뿌린것같고, 안보는체 하면서  나를살피는 사람들의 표정이 단체로 굳은것은
조금전에 내가 나이숫자를 말한탓 이라는것도......^^
얼마전까지 2.30대 였던  나도 그입장이 되었을경우에, 아마 똑같이 반응했을것이다.


커뮤니티의 주축은 2.30대이다.
그러나 어떠한 집단이라도 전재와 배경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소수자로 구분되는 사람들이 이삼십대에만 산재 하는것이 아니듯이, 비록 활동에 구체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구성원의 각연령대 분포를 인정하고 유연하게 접근함도 필요한것이다.
연대는 구분의끈을 느슨케하고 폭을 넓혀가는 불편과수고를  요구 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나같이 나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맘내키믄 어디라도 참석할 의향을 가진 사람의  배짱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커뮤니티 공개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의 의식수준 이라면,
손위,아랫사람에 따른 예의정도는, 기본상식으로 지킬만한 교양과 인간성을 가졌겠거니....여기고있다

언젠가 어떤애가 늘 모임에 나왔다가 행사 마치곤 식사정도만 하고 돌아가는 나를보고
" 형은 왜 매번 그냥 돌아가세요..? "  하고 물은적이 있었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싶어지면서
나는" 그저 잠깐동안 이쪽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라고 대답을 했는데, 사실 그대로이다.
혹시 이쪽 사람들에겐 나이든사람이 모임에 나오면 일단 불순한 의도를 가진것쯤으로 뵈는것인지,
은연중에 경계의태도를 취하고  마치 손해라도 보는듯이 꺼리는분위기도 있다..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라이카 2004-02-12 오전 05:55

그 날 질문을 한 사람 중에 하나였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같은 또래의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갖기 쉬운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무슨 일을 하는데 있어 나이가 문제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 날 사하라님이 나이를 말씀하시고 오히려 얘기가 더 잘 진행된 것처럼 느꼈다면 저만의 오해였을까요? ^^

앞으로도 주저하지 마시고 자주 나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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