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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기자의 ‘<한겨레> 기사는 동성애 편견과는 무관하다’에 대한 재반론

나는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되었고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으로 투병 중인 동성애자 감염인이다. 먼저 에이즈는 이 땅의 성관계를 가지는 모든 남녀가 예방해야 할 전염병이고, 국가방역기관이 지정한 ‘2종 전염병’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둔다. 이 사실은 보건복지 전문기자이며 스스로 에이즈 전문가라는 안종주 기자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1월8일치 〈한겨레〉에 실린 안종주 기자의 에이즈 기사를 비판한 남성동성애자인권모임 친구사이 최준원 대표의 글에 반론하는 안종주 기자의 글(왜냐면 1월25일치)을 보면서 그가 정말 에이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그는 1980년대 미국에서 에이즈가 처음 발견되어 에이즈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무하던 시절에 당시의 레이건 행정부와 보수단체들이 동성애자들에게 에이즈 주범의 혐의를 씌운 행태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안 기자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하지만, 그 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동성애자와 감염인을 에이즈 확산의 주범으로 보는 해석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8일치 기사에 나온 감염인 5명 중에 1명꼴로 동성애를 자주 하고, 22.2%가 항문성교시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감염인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며, 동성애 집단에 에이즈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여성 감염인 3명은 많은 여성과 동성애 관계를 맺어 에이즈 전파가 우려된다는 내용 등이 그러하다. 그 기사는 남성 동성애자를 에이즈 확산의 주범으로 보는 것도 부족해 여성 동성애자까지 에이즈 감염의 경로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동성애자의 감염은 세계적으로도 희귀 사례로 손꼽을 정도로 희박한 사례다. 이런데 과연 동성애 편견이 없는 기사라고 할 수 있는가 처음 사스를 괴질로 불렀듯이 미국 언론들이 에이즈를 초기에 ‘게이 돌림병’으로 불렀다. 20년이 넘게 지난 현재도 한국의 에이즈 인식은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즈를 게이 돌림병, 아니 ‘게이, 레즈비언 돌림병’으로 확대했으니 이를 다시 ‘2종 전염병’으로 돌려놓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들 것인가.

안 기자는 또 이성애자의 성 행태나 콘돔 사용에 관한 조사가 나오면 이를 다룰 것이며 에이즈와 관련해 의도적으로 동성애자 문제만 부각시켰다는 최준원 대표의 반박이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12월에 에이즈퇴치연맹과 서울대 조병희 교수팀이 성인남녀 1955명을 대상으로 ‘성 행태 및 에이즈 의식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성관계 때 콘돔을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11.8%에 지나지 않고, 응답자의 60%는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안 기자는 이성애자의 성 행태 자료는 왜 다루지 않았는가 비슷한 성 행태를 조사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취급이 어찌 이리 다른가 이성애자의 성 행태와 콘돔 사용 여부를 다룬 자료는 언급은커녕 취급도 안 하면서 동성애자 28.7%, 감염인의 22.2%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에이즈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동성애자와 감염인이 더 높은 콘돔사용률을 보이고 에이즈는 확률에 의한 감염인데도 말이다.

그 기사는 독자들에게 역시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의 질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더욱 확고히 하는 기사다. 또한 동성애자들에게 에이즈 혐의를 씌우고 이성애자들은 방심하다 결국 더욱 큰 희생을 치른 미국의 실패를 반복하는 일이다. 안종주 기자는 동성애자와 에이즈 감염인들에게 사과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가브리엘/HIV·AIDS 감염인을 위한 모임 ‘세울터’ 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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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