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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병사의 243일간의 고통

[기고] 軍, '동성애자 관리지침' 폐기하고 인권단체와 논의해야

이종헌(친구사이)  / 2007년10월26일 15시37분




2007년 6월 3일 낮. 한국의 육군 어느 연대 의무실에서 연대 인사과장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니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서 우리가 너 하나만 보고 있어야 하느냐?” 담당 군의관과 연대 인사과장은 현장을 지켜보면서 급히 한 병사를 사단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의무실에서 생활하는 한 병사가 군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졸루푸트 (항우울제, 하루 한 알씩 처방) 11알을 복용했다. 지난 몇 달간 군에서 겪은 자신의 삶이 너무 괴로웠고, 죽는 것이 더 편하겠다는 생각에 벌인 자해였다. 도대체 이 병사에게 지난 몇 달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7년 7월 7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하 ‘친구사이’) 사무실에 걸려온 이 병사와의 전화 상담일지는 치열했던 몇 달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7년 1월 16일 입대하여 2월 26일 현 자대로 배치 받은 이 병사는 2개월 자대 생활 동안 총 11명의 간부와 사병들로부터 40여 차례의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가슴이 많이 커졌구나, 이제 나랑 잘 준비가 된 것 같다. 한 침낭에서 같이 자자. 오늘 밤에 내 침대로 와라.”, “OO이는 완숙하고, 성숙하다.”, “거기 닦았다고? 그럼 넣기만 하면 되겠네”, 한 소대장은 해당 병사를 침대 위에 눕혀 올라타서 목을 이로 깨물며 침을 바르는 성폭행을 범했다. 그 이후 병사는 대대 군의관, 중대장, 대대장에게 차례로 자신이 당한 상황을 세세히 밝혔고, 어쩔 수 없이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하면서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대대장은 피해 병사를 상급부대인 연대로 이동시켰을 뿐 성폭력 관련 사건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연대에서의 조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관련 군병원에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나 물어오는 질문은 “동성애자와의 관계는 몇 번 해봤나?, 네가 업이니 다운이니?” 이었고, 이에 대해 대답을 하니 “그러면 남자역할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병사가 당한 성폭력 관련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피해자가 당한 성폭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니 억울해하지도 말고, 또한 해당병사는 동성애자이니 받아들이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연대 의무실에서의 자해 사고 이후 피해자는 군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10여 일간 머물다 사단마다 운영한다는 비전캠프로 배치됐다. 비전캠프는 부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보호관심사병들을 관리한다는 명목아래 세워진 곳이다. 이곳에서 약 3개월 생활한 피해자는 휴가 명령을 받기 전까지 자신의 성정체성과 관련된 다양한 소문과 간부들의 괴롭힘으로 생활 내내 시달렸다. 7월 30일 모든 문제를 자신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상황이 억울하여 화장실에서 깨트린 안경 렌즈로 자신의 양쪽 손목을 긋는 네 번째 자해를 하게 되었다. 결국 부모님과 피해자의 꾸준한 요청으로 외래 병원 진료를 목적으로 9박 10일의 정기휴가를 받았고, 휴가 기간 내 피해자에게 어떠한 사고가 있을시 모든 책임은 부모가 진다고 쓴 각서가 포함되었다.

지난 2007년 4월 24일 발간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계간 소식지 ‘타래꽃’ 창간호에 실린 ‘군대문화에 관한 의식 및 실태조사’결과 에 따르면 현재 20,30대 군필자 가운데 13.3%가 복무시절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언어폭력 경험은 전체 세대 평균 82%로 조사돼 군부대 내에서 언어로 인한 폭력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폭력과 언어폭력은 자살충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조사에 의하면, 언어폭력, 성폭력이 증가하면 자살충동이 증가해 두 변인은 ‘정적 상관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살충동의 원인이 쉽게 말할 수 없는 성폭력, 언어폭력으로 인한 내적 스트레스 및 정신적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을 증명한다. ‘친구사이’로 피해사실을 전한 이 피해자의 자해 사고의 원인은 이에 대한 정신적 장애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군대 내 간부 및 군의관에게 받은 수많은 의심과 불신과 함께 ‘어쩔 수 없다. 네가 참아야한다’는 표현은 꿈이 가득한 젊은 병사에게는 참담한 절망과 함께 생의 의지를 저버리는 원인이 된 것이다.

2006년 2월 일어난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을 계기로 ‘친구사이’와 ‘동성애자인권연대’ 그리고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인터넷 공간에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신고센터’(홈페이지:http://chingusai.net/army.htm , 공동 이메일: gunivan@hanmail.net)를 개설하였다. 동성애자들은 커밍아웃을 했건 하지 않았건, 동성애에 혐오적인 군대에서 일상적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형법과 징병검사 규칙 등에 의해 제도적 차별 속에 놓여 있다.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신고 센터는 이러한 차별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수집하여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 요구와 대안 마련을 꾀하고, 어려움에 놓인 군대 내 동성애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군 문화 내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문제의식이다. 아무리 병영 환경이 개선되고 나아졌다하더라도 여전히 존재하는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군사문화는 군대 내 성폭력 및 동성애자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지난 10월 24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이 사건에 관한 기자회견 이후 군 당국의 움직임은 아직도 더디다. 피해자의 건강 상황 및 진단 결과를 통한 입원으로 인해 청원휴가 9박 10일의 결정만 있었을 뿐, 대책 및 논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피해자와 대대 군의관과의 최초 면담일인 2007년 4월 11일 이후 2007년 10월 26일 현재 199일이 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됐다. 11월 2일이 복귀 날짜다. 안타까운 것은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손실은 누구의 책임인가. 이 사건을 위해 성소수자 단체와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성폭력의 가해자들의 엄중한 처벌과 함께 국방부에서 작년 4월 발표했지만 미흡했던 ‘병영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폐기하고, 인권단체와 함께 논의하여 새로운 지침을 만들 것을 원한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철저하고 조속한 조사와 함께 해당부대가 성실히 조사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4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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