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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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개말라 2008-02-01 00:35:36
+0 612

"인권 감시견을 권력 애완견으로 만드려고?"

[기고] 인권위원회를 제자리에 놔두라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위상을 격하시키려는 인수위의 움직임에 전국적으로 인권단체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는 7일째 '독립기구 인권위 보장'를 요구하는 노숙농성이 이어지고 있으며 광주, 대구 등 각지에서도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인권위가 독립기구로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국제적으로는 유엔(UN)이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7년전 인권위 설치 논의 과정에서 이미 명백히 밝혀진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인수위나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정치적 이해관계, 혹은 효율성을 이유로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하시키면 결국 '인권' 자체가 침해받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숙농성에 동참하고 있는 인권연구소 '창'의 류은숙 활동가가 이 같은 인권활동가들의 생각을 전하는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그는 "우리의 투쟁은 한 개의 국가기구를 사수하려는 투쟁이 아니라 인권 사수 투쟁"이라며 '7년 전 노숙농성에 얼굴동상 걸렸던 활동가'도 '7년 전 촛불집회 때마다 울었던 울보활동가'도 다시 명동성당 앞에 모인 이유를 밝혔다. <편집자>
  
  인권단체들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지난 24일부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의 대통령 직속화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권사안을 제쳐두고 인권단체들이 왜 지금 국가인권위 독립성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말하고 싶다.
  
  국가인권위가 뭐길래
  
  세상살이에서 이런 저런 억울한 일 당할 때 법은 멀고 돈은 없다. 내 하소연 들어주고 전달해줄 곳 찾기 어렵다. 보통사람들이 그러하다면 인권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국제 인권 기준을 들이대도 뭔 소리인지조차 모르는 권력기관엔 쇠귀에 경읽기이고, 인권단체의 말을 경청하기는커녕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인권 침해에 대한 호소를 받아도 '군대, 경찰, 교도소' 등 민간인인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많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문제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법원보다 가깝고 돈이 안 들며 신속한 인권구제를 제공하고, 인권침해를 호소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인권에 대한 교육과 인식향상을 도모하는 인권전담기구가 국가인권위다.
  
  유엔에서는 일찌감치 1950년대부터 각 국가에 '국가인권기구'의 설치를 권했다.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인권침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를 반성하는 것과 아울러 감시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라는 거였다. 이런 국가인권기구는 인권이라는 간판을 들고 국가기관을 휘젓고 다니다 인권침해에 대해 짖어대는 '경비견'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 오랜 산통과 출산
  

▲ ⓒ프레시안

  오랜 군사 독재하에서 이런 것을 알리 없었던 우리가 '국가인권기구'에 대해 귀동냥을 한 것은 1993년 열린 세계인권대회를 통해서였다. 전세계 정부 대표와 민간인권단체들이 인권신장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그곳에서 우리는 '야, 우리도 국가인권기구를 한번 가져보자'는 꿈을 꿨다. 정부쪽에서는 98년 인권대통령을 외친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설치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식용' 국가인권기구 구상이었다.
  
  '장식용'이라 함은 한국에도 국가인권기구가 있다고 말하기 위한 알리바이용이었다는 말이다. 정부가 구상한 것은
법무부 산하의 국가인권위였고, 별반 힘이 없는 홍보성 기구였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권력기관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지 않은 국가인권기구는 오히려 독이라고 맞서 싸웠다. 3년여에 걸친 공방 끝에 국가인권위 설치는 멀어져갔고, 별반 자원이 없는 인권단체들은 몸으로 호소하기로 결심했다.
  
  7년 전 겨울, 인권활동가들은 명동성당 들머리를 찾았다. 노숙단식농성을 하기로 하고,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연말연시의 소란함 속에서 단식농성을 주목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20년만의 폭설과 혹한만이 우리를 찾아와 주었다. 그속에서 감행한 13박 14일의 노숙단식농성은 침낭과 비닐에 붙은 얼음덩어리를 떼어내고, 눈사람이 돼서 하루종일 피켓을 들고, 얼굴에 동상이 걸리고, 탈진해서 쓰러지는 나날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침묵과 무시가 깨지고 물 건너간 국가인권위 설치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국회를 찾아가도 상대를 안해주던 의원나으리들이 직접 농성장을 찾았고, 입 다물었던 언론이 깨어났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한국의 국가인권위 설립을 주목했다. 정부의 치장과 위장이 아닌 투쟁 속에 설립되는 국가인권위의 상을 국제적 모범사례로 지지했다. 그 결과 국가인권위는 입법·행정·사법 그 어느 권력기관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성'을 갖고 태어났다.
  
  7년 후 다시 제자리에
  
  7년 후 우리는 다시 제자리에 있다.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또다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단식이 아니어서 그나마 덜 힘들다고 쓴웃음을 짓는데, 7년 전 얼굴동상 걸렸던 활동가도 7년 전 촛불집회 때마다 울었던 울보활동가도 오늘 또 노숙농성장에 있다.
  
  혹자는 왜 인권단체가 국가기구를 지키려 하냐고 묻는다. 그렇지 않다. 우리의 투쟁은 한 개의 국가기구를 사수하려는 투쟁이 아니라 인권 사수 투쟁이다. 이기심의 자유경쟁을 극도로 몰아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인권침해는 예상하고도 남는 일이다. 어느 부문을 불문하고 광풍이 몰아칠 것을 우린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대통령 직속화는 그 신호탄이다. 안 그래도 '제왕적'인 대통령이 밀어부칠 인권침해가 불 보듯 뻔한데, 국가인권기구마저 수하에 두겠다는 시도를 어찌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국가인권위 설립 당시부터 인권침해의 주범인 국가권력이 인권을 책임진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지적이 많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장치이다. 국가인권위는 입법·사법·행정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기관과도 별도로 인권의 보호와 신장을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다루는 '국민'의 '인권기구'이다. 국가인권위가 국가의 다른 어떤 기구와도 차별성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가 국민의 인권보호의무를 갖지만 현실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주범이라는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하나의' 제도적 대안이다(유일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인권침해 기구인 국가에게 갖추도록 하는 일종의 반성장치이며, 스스로 감시견을 풀어놓고 인권침해에 대해 언제나 짖어대라고 만들어낸 장치다. 그런데 이 짖어대라는 감시견이 권력 앞에서 얌전히 엎드려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독립성'이고 이 독립성은 여타 국가권력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과 동시에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비판과 감시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들의 동아줄이다
  
▲ ⓒ프레시안

  그간 국가인권위의 활동에 대해 우리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공무원이고 뻣뻣하고 무능할 때가 많다. 그리고 국가인권위가 여타 권력기관에 인권의 이름으로 권고를 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 '독립성' 외에는 별반 무기가 국가인권위에는 없기 때문이다. 인권운동에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정부가 국가인권위 힘빼기 작전으로 돌아서서 권한을 대폭 줄였던 탓이다.
  
  그러나 인권운동이 그런 허약한 국가인권위를 거부하지 못한 것은 그나마 사회적 약자들이 부여잡을 동아줄을 끊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치장·감옥·군대·경찰·복지시설 및 학교 등에서 인권침해를 당해도 하소연할 곳 없는 사람들, 민간인권단체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아쉽게나마 진정서라도 보낼 수 있는 곳, 그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기구가 국가인권위다. 나아가 감옥·경찰·군대·사회복지시설 등의 책임자에게 인권교육을 시킬 수 있고, 어느 권력기관의 행태에 대해서나 잘못을 지적할 수 있고, 사회관습과 여론에 맞서서 참신하고 진보적인 인권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인권전문기구이다. 이런 기구를 권력자의 손에 두면 과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짖어대기만 하고 물어뜯지 못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의 분명한 한계이다. 오히려 물어뜯는 일은 인권의 주체들과 인권운동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인권위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인권운동이 할 수 있는 본연의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인권현장 속에서 할 일을 계속할 것이며, 결코 국가인권위에 기대지 않는다. 그러나 당면한 국가인권위의 고사를 막지 않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동아줄을 잘라버리는 일이며 권력자에게 굴복하는 것이라는 책임을 통감하기에 7년 만에 또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두게 되는 일은 인권의 감시견을 권력자의 애완견으로 만드는 일이다. 대통령이 바뀐다 해도 흔들리지 말라고 독립성을 주었는데 정권이 들어서기도 전에 독립성부터 뺏으려는 시도를 보아 넘기지 말 것을 호소한다.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활동가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13020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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