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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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사랑 2008-02-19 15:30:37
+2 798

몽 님 설은 잘 보내셨는지요.

 

밥 한번 먹자고 전화 넣을까 하다가

가게도 오픈하고 일도 바쁘실 것 같아 당분간은 귀찮게 해드리지 않기로 했답니다.

 

오늘은 전편에 이어 1:1 맞춤 연애 강좌를 계속해 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남자를 침대에 빨리 눕히려면 속성으로 수업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중요한 이론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오늘은 '연애의 본질'에 대해 강의해 보고자 합니다.

'유혹 실전 테크닉', '애무 실전 테크닉'은 담 편으로 미루어야 겠군요.

 

서두 이만 자르고.

 

섹스.

 

남성의 신체는 쉽게 흥분되기 때문에 상대방이 내 미적 기준(막말로 식)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섹스는 의외로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예로 제가 어떤 매력남을 좋아해도 그 매력남은 절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지요. (물론 실제론 불가능한 일)

이때 아무 사전 준비 없이 침대로 가자고 말하면 절대 일이 성사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먹고 환상의 스킨쉽으로 공략한다면 상황은 역전.

바지를 벗는 곳이면 아무데라도  같이 가자고 저한테 앵기게 됩니다.

급하면 뒷골목에서 해결할 수도 있고요. (전 모텔보다 뒷골목의 스릴을 더 즐깁니다)

물론, 사랑하는 몽님에게 이런 저급한 수를 쓰고싶진 않습니다.

 

내 스타일이 아닌 경우에도 이런 일이 어렵지 않게 가능한데

대충 외적 타입이 맞는 경우라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연애

 

연애는 단순히 한 번의 섹스가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짝사랑이 쉬이 골인하여 갑자기 감정이 만개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애는 세포 하나로부터 시작해서 신체와 공유하는 문화로까지

습관과 가치관을 동기화시키는 고통스런 과정입니다.

 

심장이 있습니다.

심장은 무수한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 세포들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여 피를 흐르게 만듭니다.

이는 각각의 세포가 어떤 움직임의 의지를 가지고 있을 때

따로 놀던 세포들이 옆 세포의 움직임에 동기화 함으로 가능해 집니다.

만약 이 세포들이 각자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려 한다면

심장은 그 형태로 모여 있지도 않을 것이고 제대로 운동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세포가 심장이 되고, 신체가 되고, 생명이 작동합니다.

이것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에게 연장되면 두 사람의 심장은 같은 박동으로 뛰게 됩니다.

(이 말을 문자 그대로 읽는 안 이쁜 애들은 앞으로 종로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

 

박수가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앵콜 박수를 칠 때 사람들은 자기 멋대로 박수를 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박수 소리는 순식간에 같은 리듬을 타고 강한 힘을 가지게 됩니다.

연애는 이렇게 두 사람이 같이 하는 행동에 리듬을 맞추는 일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아닙니다.

연애나 사랑이 상대방의 매력에 취해 시작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모든 면이 다를 것입니다.

그러다 섹스, 취미생활, 관심, 인생목표, 기타 많은 것들을 서로 알게 되면서

서로의 가치관이나 습관을 동기화 해야할 필요성을 느껴갑니다.

커플에 따라 성공하는 면들이 있을 것이고 각자 포기 못하는 개성적인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닮아간다는 기본적인 방향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연애의 각 행보에서 작은 성공들을 이루다 보면 많은 것이 바뀝니다.

성공이라 하지만 자기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거나 수정하는 일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같이 다니다 보면 일단 걸음 걸이 속도가 달라집니다.

자주 가는 백화점, 옷가게, 애용하는 브랜드가 달라집니다.

쇼핑하다 멈추는 코너가 달라집니다.

차안에서 듣는 음악도 달라지고, 컨서트 표를 사는 가수도 달라집니다.

코미디 영화를 싫어했지만 어느새 코미디 영화를 섭렵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고,

죽기 전에 맛보지 못했을 음식을 매주 먹게 될 수도 있습니다.

관심 학문이 바뀌기도 하고, 같이 만나는 사람들도 많이 바뀝니다.

파트너가 좋아하는 옷을 입다보면 옷걸이에 걸리는 옷도 싹 바뀌게 됩니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느 새 생선 튀김 전문가가 되어 있는 본인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제 입에 넣기에는 깎기 귀찮아서 생각도 않하던 과일을 박스로 들여 놓을 수도 있습니다.

옆에서 누가 코를 골면 한숨 못자던 사람이 코고는 사람이 없으면 허전해 질 수도 있습니다.

로션 한 종류로 사계절을 버티던 것이 향수 이름을 외게 되기도 하고,

살면서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물건들이 집 밖으로 내몰리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연애 실천은 이렇게 사람에 미쳐서 적지 않은 것들에서 그 사람을 따라가게 되는 일입니다.

게다가 상대방은 서로가 얼마나 희생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섹스하기는 보다 쉽지만 연애하기는 이렇게 어렵습니다.

위에서 처럼 연애가 성적인 이끌림으로 시작되어 많은 가치관과 습관을 서로 동기화하는 것이라 할 때,

그것은 성의 쾌감을 위해 치르기에는 너무나 값비싼 댓가입니다.

성욕이 상대방을 몇 번 눞히는 데까지는 에너지를 공급할지 몰라도

내 습관과 가치관을 수정하는 동안에까지 지속되기란 행운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나를 잘 버리지 못한다면 연애는 시작되기도 힘듭니다.

약간의 애정이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바꾸기 위해 언성을 높이겠고,

그마저도 없다면 하룻밤 관계로 만족하고 말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들을 우러러 보아야 합니다.

 

게이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상황은 계속 이어지는 하룻밤입니다.

서로를 맞추어 나가는 힘겨운 과정보다는 묘한 기대감의 하룻밤이 더 달콤해 보입니다.

몇 개월 정기적으로 섹스를 한 것은 그냥 섹스를 한 것이지 연애를 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자기를 희생해 봤던 사람은 하룻밤 섹스후 몰려오는 무의미함을 감당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연애에 따라올 고통에 미리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빨리 망각되는 축복이 오면 좋으련만 하룻밤도, 연애도 없는 게이란...

몽 님은 저 처럼 구덩이에 빠지지 마시고 현명하게 행복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강의는 항상 공짜가 아니랍니다.

이번 강의에 저녁은 비싼 걸 사셔야 합니다.

후식도, 2 차도 몽 님이 다.

 

몽 님 사랑합니다.

걱정녀 2008-02-20 오후 13:40

얘는 정말 어떻게 할꺼니? 어떻게든 대책 쫌 세워바바 쫌!!!
평생 불능되도록 충격요법으로 미자랑 한방에 몰아넣어버리던지!

이동하 2008-02-25 오전 04:54

이크 잼나다. 고마워요 형,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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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