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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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녀 2008-04-09 05:31:13
+0 1133

동성애자반대국민연합의 질의서에 대한 항의성명서

그렇다. 우리는 활개치고 싶다!


동성애자반대국민연합(동반국)에서는 4월 5일 전국의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내왔다. 그들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절대다수 국민들을 대변하여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국회에 동성애를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될 경우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를 묻고 그것을 후보들의 모든 공적인 활동과 지역구민들에게 공개하고 언제든지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 발표할 수도 있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왔다.


우리는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스스로 동성애자로 밝히고 성소수자 인권보호와 동성애자가 활개 치는 세상 만들기를 공약으로 내건 국회의원’ 선거운동본부로서 이들의 주장에 대해 답변할 ‘의무’를 느낀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들이 우리가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이유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에서 반가움을 느낀다. 우리가 출마한 중요한 목적중의 하나가 성소수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떳떳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언어대로라면 우리가 출마한 이유는 세상의 억압과 차별로 존재감을 상실한 성소수자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9%라는 정상가족 바깥의 사람들이 ‘활개’ 좀 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수자들은 완전한 시민권을 누릴 수 없어 사회의 음지에서 ‘성적인 존재’로만 격리되어왔다. 우리가 말하는 이들이 ‘활개 치는 세상’이란 이들이 우리 사회를 보다 더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데 자신들의 존재와 경험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당당한 정치적, 사회적 주체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반가움은 딱 여기까지 뿐이다. 동반국은 이번 질의서에서 동성애를 허용하는 법안이 상정이 된다면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보내왔다. 우리는 이 질문의 경악스러운 무식함과 법상식에 대해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안은 있어도 ‘허용’하는 법안은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속화되고 민주적인 국가에서 동성애는 애초에 법의 문제가 아니다. 세속화되고 민주적인 국가에서는 개인의 사적인 성적 감정과 행위는 개인의 사생활이며 법의 영역 바깥으로서 국가가 개입하여 ‘허용’하네 마네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법으로 다스리는 나라는 동성애를 법적으로 탄압하고 억압하는 반인권적인 독재국가들뿐이다. 한국은 군법을 제외하고는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적어도 한국은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들의 감정과 행위, 그리고 사적인 친밀성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고 개입할 여지가 없는 사회이다. 따라서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동성‘애’를 허용하는 법안 따위는 국회에 상정될 필요도 없고 영원히 상정되지도 않을 것이다. 최소한 법적인 측면에서 우리 사회는 그들의 질문 자체의 바깥에 존재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이 단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이미 작년 차별금지법 파동에서 인권활동가들에게 악명을 떨친 단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작년 차별금지법이 마련되었을 때 이 법이 동성애를 ‘허용’하고 ‘권장’하는 법이라고 우기며 결사저지를 선언하여 결국 차별금지법에서 성적취향을 비롯하여 7개 항목을 삭제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단체이다. 결국 만신창이가 된 차별금지법은 이런 법이라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인권단체들의 강력한 항의로 법안 자체가 무산되었다. 한국을 인권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이 단체에 의해 좌절되었던 것이다.


여기서도 보이듯이 이들의 무식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를 ‘허용’하고 ‘권장’하는 법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서 다시 한 번 만천하에 드러난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허용’하고 ‘권장’하는 법이 아니다. 위에서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라는 감정과 행위를 허용하고 말고 하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민인 동성애자들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차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통제하는 ‘인권’법이다. 우리는 사생활과 인권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의 무식에 대해 다시 한 번 통탄을 금치 못한다. ‘인권법’인 차별금지법을 개인의 성행위에 대한 법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야말로 우리사회에서 가장 외설스럽다. 우리가 보기에는 동성애자가 외설스럽다는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인권조차 외설스럽게 바라보는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외설스러운 주체들이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이는 법이다. 똥이 문제가 아니라 똥만 찾아다니면 온 동네 쓰레기통을 다 헤집어 놓는 그 개야말로 우리 사회 문제의 근원이다.


이들은 소수자들의 인권이 보호된다면 에이즈가 창궐하고, 출산율이 떨어지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예의 그 지리한 녹음테이프를 다시 반복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동성애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는가, 아니면 OECD국가에서 가장 낙후된 육아와 교육에 대한 사회복지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는가? 동성애 때문에 가족이 붕괴하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민주화되지 못하고 여성을 질식시키고 가족 내에서 평등하고 민주적인 의사소통구조를 만드는데 장애가 되고 있는 가부장제 때문에 가족이 붕괴하고 있는가? 동성애자의 인권이 보장됨으로써 다수의 청소년들이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가, 아니면 강압적인 이성애 교육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던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숨통이 트이게 되는가?


동반국은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보장됨으로써 동성애가 권장되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되지도 않은 공포를 퍼트리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숨 쉬는 매 순간순간 이성애자가 되라는 폭력에 시달려며 자기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고 말살하라는 강요를 받아 온 것은 성소수자들이다. 우리 사회는 사실 모두가 자신의 성적 취향과는 상관없이 이성애자가 되어야한다는 폭력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가? 이 모진 폭력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인한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런 시민권도 그들이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랜 시간 삶을 나누어 온 파트너와 건강보험조차 공유할 수 없다. 보험 하나 들 때도, 세금 한번 낼 때도 이성애자 부부들이 누리는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다. 아무리 오랫동안 서로의 삶을 보듬고 공유하여도 말이다. 우리는 이것을 동반자법과 제대로 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해결하고자한다.


그들의 주장과 달리 우리는 가족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누려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한편에서는 가족을 소수들만이 배타적으로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육아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면죄부를 발행하고 가족에 온갖 부담을 다 씌우고 있는 동반국 따위가 유지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이다. 이 이데올로기에 반대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돌봄의 공동체를 실험하고 그것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장받는 것이 동반국이 비난하는 소수자들이 활개치는 세상이라면 정확히 우리는 그것을 바란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모두가 활개치는 신명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2008. 4. 8. 진보신당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 최현숙 선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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