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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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웹진의 글들을 읽다 요즘 들어 복잡해진 내 마음들을 다시금 하나씩 꺼내어 본다. 물론 항상 그렇듯 그 얽힌 문제들이 풀릴 기미조차 보이진 않지만 적어도 한쪽 구석에 구겨져 있던 모습들을 꺼내어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첫사랑... 어리다면 어릴 그 나이에 누군가를 보고서 가슴 설레여 본 나. '나 너를 사랑하는 것 같다. 친구이상의 감정으로... 미안해' 라고 적어 놓았던 일기장을 그의 생일날 건네고선 펑펑 울었던 날들도 머릿속을 스친다. (지금 생각하면 머쓱한 웃음이 서린다.)
그것이 어쩌면 처음 커밍아웃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그 일기장을 건낸 후로 그는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를 변화시킨건 그 일기장이 아닌 나의 태도였는지 모른다. 그를 대하는 나의 어색한 태도가 말이다.
여하튼 첫사랑의 열병이 지난 후 내게 남은 건 동성애란 단어의 친숙함이었다. 그리고 그 친숙함이 익숙함이 되었을 무렵 동성애 커뮤니티의 오프 모임을 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생기다 사귀게 된 사람이 생겼다. 허나 그 사람은 내게 몸과 마음 모두를 상처 낸 채 사라졌다. 그렇게 내 예전 문제들은 성정체성의 혼란과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들의 치유가 가장 큰 문제들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 상처의 치유는 계속 되는 실정이다. 허나 요즘은 그 문제들보다 더 힘든 것들이 생기곤 한다.

첫사랑의 열병을 앓을 때쯤 한 친구-소위 말하는 베스트 프랜드란 개념의 친구랄까?-와 많은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물론 그 첫사랑의 이야기도 하곤 했다. 아니 그 첫사랑의 이야기가 주된 대화 내용이었다. 나는 대부분을 이야기 해주었다. 오늘의 일기를 그 친구녀석의 머릿속에 적듯 말이다. 단 한가지 말하지 못한게 있다면 그 첫사랑의 대상이 누구인가 였다.
그 당시 첫사랑의 그와 베스트 프랜드인 그 친구와 나 셋은 학교에서 항상 같이 다니던 그런 사이였다. 여하튼 그(베스트 프랜드)는 항상 그 첫사랑이 누구인가를 궁금해 해왔고 나는 다만 '너가 아는 사람중 하나야.' 라고만 밝혔다. 첫사랑에게 일기장을 건낸 그 날, 마지막으로 그 친구의 머릿속에 일기를 썼다. '훗날 너가 스무살이 되면 그 첫사랑이 누군지 말해 줄게. 그 때가 되면 너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스무살이 되어 있고 그 친구는 그 마지막 일기를 지우지 않은체 기다리고 있었다. 술한잔 살테니 말해 줄때가 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지금 내가 두려운 건 그 친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첫사랑에게 그랬듯 내가 그 친구도 멀리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2004-01-22 오전 07:14

헤븐의 글에는 뭔가가 있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