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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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글입니다.ㅎㅎ

 

교육팀 세미나 '인권의 문법' 낭독회에서 내린 글쓰기 숙제입니다.

프린트 하려다가 그냥 여기 적는것도 나쁘지 않을듯 하여...

 

참고로... 세미나 참여는 누구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일곱시 반까지 사무실로 오세요.^^

(지난번에 보니까 책 안 읽어도 얼마든 대화 참여가 가능하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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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 말이 되는 법칙을 찾아서......

- 나는 70년생이다. 아직 젊다. 책임감을 회피하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친구사이에 나이차별이 존재하는가? 글쎄... 나랑 별 상관없는 ‘미모차별’외에 친구사이 내부에 차별이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책장만 넘기면 졸음이 쏟아지고 책장을 덮으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건 나이탓으로 돌리수 밖에... 세미나를 해도 이십대 친구들의 생기발랄한 문제의식에 감탄하면서 어느새 과거를 돌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난 논술세대가 아니라 객관식 세대야. 난 인터넷 세대가 아니라 P극장 세대야. 라고 자위하면서......

 십수 년 전 한국에서 친구사이가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극히 개인적인 사유들로 모여들었다. 외국 성소수자단체의 사례를 배운 이에서부터 학생운동 조직에서 금방 나온 이, 보수적/자유주의적 시민운동의 주변에서 건너온 이, 게이빠의 숨막힘을 견디다 못해 나온 이들까지 다양한 ‘호모’들이 모인 사랑방에서 우리는 어떤 인권운동을 해야 하는지 답답해했다.

 386민주화운동세대에 속해 있거나 많거나 작거나 붉은 물에 젖어있던 이들이 주류였던 터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학생운동적 활동방식을 답습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계급투쟁과 노동해방이라는 원론적인 담론에 둘러싸인 채 ‘스톤월 항쟁’을 계급투쟁으로 읽어내려고 발버둥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이론과 한국사회의 현실은 소수자인권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인권’보다는 ‘해방’을 소리 높여 외치던 그 즈음 감히 인권이나 시민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비인권적으로’ 비판당하는 것은 공공연하게 묵인되었다. 혹자는‘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보다는 ‘동성애자운동단체’로 불려지길 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활동들은? 사실 친구사이 등에서 해온 초창기 활동은 계급투쟁이라기보다는 ‘호모포비아’나 ‘에이즈편견’처럼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억압과 싸우는 일이었고 그나마 깊이도 없는 사회주의 사상으로 해결하기엔 부족했다. 짝사랑하던 마르크스에서 살짝 눈을 돌릴수 밖에...  

 그리고 페미니즘이 있었다. 인권운동이라 굳이 이름붙이지 않아도 직접적인 현실에서 출발한 이론체계, 시민권운동과 연결되어 실제적인 효과들이 눈에 보이는 페미니즘 인권운동에서 배울 점은 꽤 많았다. 특히 단순한 도식화를 좋아하는 혹자는 한때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에서 억압의 기원을 찾아버리자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고도 한다.^^

 문화운동이 성소수자인권운동에 미친 영향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퀴어영화제나 퀴어문화축제 역시 성소수자 진영에서는 인권운동의 한 갈래로 인식되었고 실제로 그런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쉽게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담론의 길을 터주었다. ‘너랑 똑같으니 권리를 주세요’가 아니라 ‘다르니까 인정해달라’는 이야기는 최근 수년간 동성애자운동진영에서도 가장 쉽게 써먹는 레파토리가 되었다. 이를테면 멀리 갈 것도 없이‘동성애자 군인권 관련 문제’를 극단적으로 도식화시킨다면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다양한 삶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방향이나 의제를 찾는 일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거시적인 변혁 운동을 완전히 외면한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시민권 운동의 범주에 속하는 활동들이 속속 진행되었다. 초중기의 인터넷검열반대 운동이나 인권위준비참가에서부터 현재의 차별금지법 관련활동까지... 

  쓰다보니 글이 길어진다.

 말랑말랑한 감상문을 쓰려다가 비약이 남발하는 도식적인 잡설이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결론은... 오늘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이론적 토대는 저 세 가지 담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저 이론의 답답한 틀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우리는 권익보호 운동이 아니라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


 문법을 풀어서 이야기해서 “말이 되는 법칙”으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과 이런 세미나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말이 되는 법칙’을 도출해 낼 수 있길 바란다.

 거창하지 않아도 우리는, 발로 뛰면서 문법을 두텁게 만드는 중, 혹은 새로운 문법의 토대를 만드는 중... 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발랑거린다.

 

 

PS :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아서... 어젯밤에 명동에서 그냥 고기만 먹었음. 아무일도 없었음.

박재경 2009-02-26 오전 02:19

고기가 너무 맛있었나봐요 .......ㅎㅎㅎㅎ
아님 언니가 맘에 들어서 너무 맛있는 부위만 골라 주었던지

Kempson2412 2011-11-13 오전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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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