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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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 이주열 연구팀의 사과 성명서가 나왔습니다. 사과 성명서라기보단 해명자료에 가깝긴 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을 볼 수 있어 좋네요.

답은 명확해졌습니다. 한겨레신문 보건전문 기자인 안종주 씨는 두 가지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하나는 기자의 기본적인 도의적 책임을 망각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지 마십시오. 인권의 시대에 살면서 HIV 감염인의 인권에 대해 조금도 고려치 않은 채, 특종에 눈이 멀어 대학로 '어우러져 좋은 곳'에서 이리저리 자문위원들과 연구팀이 어우러져 이 기사를 보도하지 말 것을 합의해놓고 '슬쩍' 빼돌린 것은 분명 기자의 도의적 책임을 헐값에 팔아먹은 것이 분명합니다. 안종주 기자 글 이후 HIV 감염인 모임에서 분노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의 그 자랑스러운 한겨레에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지요. 왜 이렇게 어우러지지 못하는 겁니까.

그런데 남서울대 이주열 해명 자료에 따르면, 안종주 기자의 도의성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버렸더군요. '사전에 저(이주열 교수)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기사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 협의하지 않은 것은 언론보도를 반대할 것 같아서였다'라고 말할 정도가 되면 이미 기자질에 관한 기본 성정이 상당히 훼손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인권과 여러 정황을 위해 주최 측에서 반대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게 기자의 도리란 말입니까?

아무튼 그 '슬쩍' 빼돌린 정황은 이미 에이즈퇴치연맹과 오늘 나온 이주열 교수의 해명사과문에 나와 있습니다. 구체적 증거가 있는 것이지요. '몰랐다' 식의 80년대 청문회 전략으로 나오는 거, 그거 한겨레 직함 달고 있기 쪽팔리는 거 아닙니까. 설령 '몰랐다'는 안종주 기자의 말이 맞다고 해도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기억력을 가지고 기자질을 하겠어요. 그것도 그 어처구니 없이 빈약한 기억력 때문에 피해자가 생긴다면 말입니다.

안종주 기자가 저지른 두 번째 잘못은 '슬쩍' 빼돌린 자료에 대한 해석과 기사 작성법에 있습니다. 어찌 같은 자료를 놓고 국립보건원 직원들은 달리 해석하고 또 에이즈퇴치연맹에선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 걸까요? 또 동성애자들은 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까요?

기자는 모름지기 공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늘 기회 있을 때마다 공정성 운운하는 당신들의 엉덩이가 간지럽지 않나요? 안종주 기자는 '여성 동성애자 관계로 에이즈'가 발생한 것처럼, HIV 감염 경로에 관한 생기초를 무시한 채 동성애자와 에이즈의 관계를 인과관계로 몰아 특종을 삼으려했던 대단한 '기만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누가 공정한 보도를 탓하겠습니까? 에이즈에 관련한 기사 일 년에 몇 번 나오나요? 그때마다 우리 동성애자들이 혈압 올려가면서 삿대질 하던가요? 지금처럼 이렇게 조직적으로 나온 적이 몇 번인가요?

없죠. 왜냐면 그만큼 안종주 기자의 자료 해석 기반과 기사 작성 요령이 호모포비아로 물들어 있기 때문이며, 그 때문에 너그들의 한겨레 한민족을 구성하고 살아가던 이 땅의 동성애자들과 HIV 감염인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탓입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지금 8, 90년대 아닙니다. 슬쩍 에이즈에 관한 동성애자들의 수다쯤으로 이 소란을 넘어가고 싶어 배째라 전략으로 나오시는 것 같은데, 우리는 안종주 기자와 한겨레신문사의 이번 사태에 대해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대로 계속 니 팔뚝 굵어, 하는 식으로 나올 경우, 우리는 우리 삶의 권리와 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할 것이며,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서라도 당신들의 사과를 받아내고 말 것입니다.

모든 문제는 한 개인이라기보단 시스템일 것입니다. 우린 안종주 기자 한 개인을 마녀사냥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픈 생각 없습니다. 당신들처럼 그렇게 유치하지도 않습니다. 도의적 책임을 망각한 안종주 기자의 편향되고 반인권적인 기사를 두 꼭지나 실은 한겨레 데스크를 비롯한 한겨레社는 의당 그 책임을 물어 정정보도를 내야 하며 사과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동성애자들의 자족을 위해 하는 것이 결코 아니지요. 이후에 다시는 또다른 언론들이 이같은 횡포를 저지르지 않도록 차단 경고등을 설치하자는 겁니다.

늘 말끝마다 서민, 소외 계층을 아우르는 신문이라고 수다 떨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향후 동성애자와 HIV 감염인의 인권이 보다 확장될 수 있도록 이참에 기여하시기를 바랍니다.

정말로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안종주 기자와 당신네들이 새해 벽두부터 극장 간판에 걸어놓은 '호모포비아 매트릭스, 혹은 에이즈포비아 매트릭스', 이거 별로 재미 없습니다. 매트릭스에 포섭된 이 땅의 호모포비아, 에이즈포비아의 박수 갈채로 흥행은 했겠지요. 아름다운 이 세상에 만연된 호모들과 HIV 감염인들, 어머 심지어 HIV가 발견!돼버린 여성 동성애자들까지 싸그리 단속하고 훈육하자는 당신네의 이 엄청한 프로파간다는 진정 흥행했겠지요.

그러니 지금 기름진 배 들이내밀고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사과문을 곧바로 낸 에이즈퇴치연맹, 국립보건원,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팀의 태도는 그간 동성애자 인권 운동과 HIV 감염인들의 인권 운동에 민감해진 인권 지수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을 겝니다. 허나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시스템입니다. 대학로 '어우러져 좋은 곳'에서 촉발되고 확대된 이 모든 사태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 없겠지요.

묻습니다. "고위험군 성행태 및 에이즈 의식조사"를 실시하는데 정작 당신들이 '고위험군'으로 설정한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밀접하게 조사한다면서 왜 동성애자의 참여를 배제했나요? 압니다. 그 안에 아이샵 등을 통해 동성애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간여했었을 수도 있었다는 점 인정합니다.

허나 같은 자료를 놓고도 늘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다른 조각을 기워넣고 해서 매번 부딪히는 건 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안종주 기자 한 명을 단속하지 못했다는 게 지금 님들의 사과해명문에 포함된 내용이죠. 이 사과문들이 가지는 내적 의미를 간과하지는 못하겠지만, 밖에서 볼 때는 하나도 다를 게 없이 보이는 이 외적 의미, 언론으로의 외화外化 과정에 대해 오늘 우리는 지금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는 것입니다.

이후, 한겨레 사태가 끝나고 나서 '고위험군'에 관한 성행태 및 에이즈 의식 조사에 관한 '언론 활동"은 당분간 함께 하는 것이 이런 구질구질한 발품과 말품을 덜어내는 한 가지 방법일 수도 있단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은 차후에 함께 논의하고 비판해봅시다. 그리고 진정으로 동성애자와 HIV 감염인에 대해 생각한다면 뒤늦지 않게 이번 보도 사태와 관련하여 한겨레신문의 고삐를 당기는 일에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친구사이, 동인련에서 한겨레 측에 공문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겨레 측은 뼈아픈 반성과 책임있는 사후 처리로 당신들이 만든 호모포비아 매트릭스의 일부분이라도 헐어내기 바랍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면 무지 아프지요. 아픈 만큼 상대에게 독해지는 법입니다. 우리는 한겨레의 '적절한' 사과와 반성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독해진 만큼 독해질 대로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2004-01-11 오전 04:26

정말 배신감 느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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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