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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9-12-18 05: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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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e the World Mine, (2008), Tom Gustafson


원 제목은 Were the World Mine.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의 한 구절입니다. 의역이 적당하지가 않네요. 굳이 한국어로 제목을 정하자면, '한 여름 밤의 꿈'이 가장 어울릴 법합니다.

이 영화의 완성도에는 선뜻 박수를 쳐줄 수는 없습니다만, 아이디어만큼은 아주 재밌습니다. 통쾌한 구석도 있고요. 감독의 '단편'을 확대해서 장편으로 찍었다고 하더군요.

말 그대로 '한 여름 밤의 꿈'이 이 영화의 모티브입니다. 어느 시골 고등학교에 다니는 티모시는 수줍고, 늘 친구들에게 당하는, 커밍아웃한 게이입니다. 엄마와의 갈등도 있고, 이 시골 동네 사람들은 마초들로 득시글거리죠. 헌데 학교에서 연극을 해요. 궁리 끝에 오디션에 응하게 되는데, 요정으로 꼽히게 됩니다.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달달 외기 시작하는 티모시는 호기심에 이 희곡에 나오는 대로 큐피트의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봅니다. 오, 그런데, 이게 통하네요. 꽃에 담긴 묘약을 뿌리는 대로, 사람들이 곧장 사랑에 빠져요. 자신을 괴롭히는 머슴애들은 서로 사랑에 빠지고, 마을은 온통 쫓고 쫓기는 사랑 게임에 빠져 버리게 되죠.

물론 티모시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조나선에게도 이 물을 뿌리게 되는데, 조나선도 단번에 티모시를 사랑한다며 졸졸 쫓아다닙니다. 이게 웬 횡재.

하지만 한 여름 밤의 꿈이잖아요. 교활한 요정을 자처한 티모시는 조나선 때문에 다시 '진짜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연극 선생님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마법을 풀게 되지요. 연극이 오르고, 티모시는 다시 한 번 사랑의 묘약을 뿌립니다. 그러자 한 여름 밤의 꿈은 끝나고, 모두가 제 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좀 변해 있어요. 이제는 타인에게 폭력적이지 않아요. 부드럽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들이 된 거죠. 자, 조나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랑의 묘약을 뿌리기 전에는 여자 친구가 있는 럭비 선수였는데 말이죠.

물론 이 영화는 판타지이고, 우리의 말썽꾸러기 요정 티모시의 엔딩은 달콤하기 짝이 없습니다. 요정이 된 연극 선생님이 사랑의 묘약이 뿌려진 꽃을 들고 관객들에게 외칩니다. Who's next?

저요, 저!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 연말에 애인이랑 손 잡고 보면 딱일 영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