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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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2003-12-31 21: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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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대의 매춘부가 신고 다녔던 것으로 보이는 샌들 한 켤레가 지금도 박물관에 남아 있다더군요. 그런데 그 신발에는 그 시대에도 대단히 눈길을 끌었을 것 같은 글자가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단 두 마디.

"나를 따라오세요!"

고대 그리스 매춘부의 지위는 가정의 휘다(휘장이 쳐진 좁은 방)에 거의 갇혀지내다시피한 일반 여성들의 지위보다 자유로웠다고 합니다.

오늘 제가 신을 신발



이 고흐의 '구두'를 놓고 하이데거, 사피로, 데리다가 설전을 벌였었습니다. 하이데거는 '농촌 농부의 고단한 농심農心'을 연역해낼 수 있는 '도구'라고 주장했고, 이에 미술사가 사피로는 그건 고흐의 구두였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데리다는 둘 모두의 주장을 진리를 독점하려는 주체의 '말'이라고 비판하며, 진리는 다양한 해석으로 갈려진다고 주장했지요.

전 뻔한 주관적 이유로 데리다의 편입니다. 저 구두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나를 따라오세요!'라는 글귀를 뒤축에 박아서 신고 다니고픈 욕심이 생기거든요.

너털너털, 속으로는 '아무도 날 따라오지 않을 거야' 하고 되뇌며. 구두 밑창을 갈아끼우며 세상을 돌아다니고픈.


p.s
오늘 저 신발 신고, 반지의 제왕을 보러 가요. 혹시 날 보거든, 제 구두 뒤축을 눈여겨 보세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