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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위기의 본질과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선택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분당위기의 본질

2. 진보정당과 노동계급의 관계문제

3. 진보정당과 사회주의정권의 관계문제

4.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선택

 

 

1. 분당위기의 본질

 

2008년 2월 3일은 이 땅의 진보정치운동사에서 잊을 수 없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분당위기에 빠진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선택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임시당대회가 열린 날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위기는 재창당파와 당사수파 사이에서 벌어진 격렬한 투쟁으로 나타났지만, 분당위기의 본질은 민주노동당이 ‘재창당파의 정치노선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당사수파의 정치노선을 선택하느냐’를 결정하는 정치투쟁에 있는 것이다.

당을 분열시키는 해당행위를 선동한 분당파와 제2의 창당을 시도하려고 하였던 비대위는 명백하게 다르지만,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을 바꾸기 위해 재창당의 명분을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래서 재창당파라고 통칭할 수 있다.

또한 재창당파와 맞서 싸우는 주된 세력은 자주파이지만, 당에서 자주파만이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정치노선의 전환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분당책동과 정치노선의 전환을 반대하는 당사수의 명분을 전면에 내걸은 자주파와 다른 정파들을 당사수파라고 통칭할 수 있다.

분당위기를 극복하려는 목적에서 구성되어 활동해온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분당파의 정치노선과 당사수파의 정치노선 사이에 끼어서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분당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결국 실패하였다.

비대위의 실패는, ‘비대위가 분당파에게 일정하게 기울어지는 정치적 편향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창당파로 정하였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비대위가 분당파의 정치노선과 당사수파의 정치노선을 주관적으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혁신안으로 제출하였더라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비대위에게는 분당위기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인식할만한 능력이 없었다.

비대위의 무능력은 분당파가 내건 '재창당'이라는 거짓명분에 대책없이 휘말려 들어가는 치명적 결함을 노출하였다.

분당위기의 본질은, 그것이 재창당파와 당사수파 사이의 정파대립현상으로 표출된 것이지만, 정파대립현상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현상일 뿐이다.

분당위기의 본질은 어느 특정 정파가 표출시킨 견해와 주장에 의해서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에 의해서 규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이 직면한 위기를 겉으로 표출된 분당위기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투쟁하는 모든 형태의 진보정당들에게 찾아올 수 있고 또 실제로 찾아왔던 정치노선의 위기로 확대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뒤를 잘라내고 핵심문제를 지적하면, ‘정치노선의 위기’란 두 방향에서 민주노동당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것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진보정당과 노동계급의 관계문제’, 그리고 ‘진보정당과 사회주의정권의 관계문제’이다.

이 두 문제야말로 민주노동당만이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투쟁하는 모든 진보정당의 정치노선 문제로 제기된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오늘 자신이 겪는 분당위기를 자신에게만 닥쳐온 특수하고 개별적인 위기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진보정당들이 걸어온 역사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분당위기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진보정당과 노동계급의 관계문제, 진보정당과 사회주의정권의 관계문제를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올바로 풀어내어 올바른 정치노선을 견지한 진보정당은 사회변혁운동의 승리자가 되었고, 그렇지 못한 진보정당은 사회변혁운동에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멀리 다른 나라의 역사적 경험으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없이, 이 땅에서 수없이 명멸과 부침을 거듭하였던 진보정당의 역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아니한가.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 문제는 그 당에게 생사존망의 정치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 진보정당과 노동계급의 관계문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진보정당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정당으로 존립할 수 있는 정체성은 ‘자신과 노동계급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신식민주의공업화가 가장 많이 진척되어 사회계급관계의 중심에 자본계급과 노동계급의 관계가 이미 오래 전에 정착된 남(한국)에서 특히 그러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보정당은 노동계급의 당은 아니지만, 그 당이 노동계급에 대해서 거리를 두거나 노동계급의 정치적 요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 진보정당이기를 멈추는 것이다.

물론 진보정당은 노동계급의 정치적 요구만이 아니라 농민, 빈민, 영세자영업자 같은 근로대중이 제기하는 다양한 정치적 요구들, 그리고 여성, 청년학생, 장애인, 원주민 등 다른 사회계층들이 제기하는 다양한 정치적 요구들에 대해 둔감해서도 아니 되고 둔감할 수도 없다.

‘진보정당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당’이라는 말은 그러한 뜻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적 요구의 다양성'이라는 알쏭달쏭한 개념을 들고 나와서 노동계급의 정치적 요구를 다른 사회계층의 정치적 요구들 가운데 하나로 축소하려는 것은, 사회계급관계의 중심이 자본계급과 노동계급의 관계로 정착되어있는 객관적 현실과 배치되는 명백한 오류이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정치적 요구의 다양성'을 충실하게 반영하였다.

되돌아보면,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요구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노동계급의 정치적 요구만 내세운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요구와 다양성'을 강제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당으로서 마땅히 그리고 자율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재창당파가 이제 와서 갑작스럽게 '정치적 요구의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재창당을 운운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정치적 요구와 그것이 사회변혁운동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중요성’을 희석시키려는 그 어떤 '특별한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재창당파는 생태친화적인 녹색정치노선을 들고 나왔다. 재창당파는 노동과 환경의 결합을 추구하는 서구 신좌파의 주장을 무분별하게 직수입하여 녹색정치와 진보정치를 결합한 '적록동맹'이나 '푸른 진보'라는 새로운 정치노선을 제기하고 그것을 민주노동당의 재창당을 위한 정치노선으로 삼아보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재창당파의 시도는, ‘진보정당의 녹색정치 임무를 강조한다.’는 긍정적 의미로만 순진하게 해석할 수는 없으며, 이참에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을 아예 바꾸려는 시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재창당파가 논하는 재창당의 의미는 ‘정치노선의 재설정’이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재창당파가 중시하는 녹색정치 임무는 민주노동당이 수행해야 할 정치임무임이 명백하지만, 그것이 노동계급의 역사적 임무보다 앞서거나 그것을 대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구좌파정당들 가운데서 일부가 자기의 정치노선으로 채택한 '적록동맹노선'은, 녹색정치임무의 세계적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정치 임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노동계급의 역사적 임무를 우회적으로 슬그머니 폐기해보려는 기회주의정치노선이다.

노동계급의 생산현장, 근로대중의 생활현장에 들어가서 현장정치활동을 벌이지 못하는 서구좌파정당들의 정치적 무능, 그래서 메마를 대로 메말라버린 서구의 민주노조운동을 미련없이 내팽개친 서구좌파정당들의 치명적 오류가 ‘녹색정치운동과 손을 잡아보겠다.’는 기회주의자들의 '적록동맹노선' 뒤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포함해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투쟁하는 모든 진보정당들은, 녹색정치 임무를 자기의 정치임무로 인정하지만 그것을 노동계급의 역사적 임무보다 앞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서구좌파정당의 '적록동맹노선'을 거부한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당'으로 전락하였다.고 비아냥대는 부정적 여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대위의 견해는, 진보정당과 노동계급의 관계문제를 알지 못하는 정치적 무지의 노출이며, 동시에 녹색정치의 푸른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기회주의자들의 정치적 유혹에 귀를 곤두세우는 정치적 무능의 노출이다.

정확하게 분석하면, 민주노동당이 분당위기를 겪게 된 원인은 녹색정치를 강화하지 못한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과 생사운명을 같이 하는 정치적 혈연관계를 맺지 못하였다.’는데 있다.

만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정치적 혈연관계를 맺었다면 2007년 대선결과가 절대로 그렇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 80만 명이 민주노동당과 정치적 혈연관계를 맺고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였더라면, 민주노총 지도부가 제기한 계급득표전략은 엄청난 성과를 내왔을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민주노동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에 속한 ‘노동계급의 생산현장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2007년 대선결과에서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다.

이것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상호관계를 더욱 더 밀착시켜 정치적 혈연관계를 맺지 못하면, 다시 말해서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의 생산현장으로부터 분출되는 거대한 동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다시 말해서 ‘민주노동당 활동가들이 노동계급의 생산현장으로 들어가서 기층 당조직을 건설하고 정치사업을 진공적으로 벌이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은 언제까지나 허약한 체질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너무도 중대한 교훈을 일깨워준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대위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 밀착되지 못한 태만과 무능을 반성하기는커녕, 그리하여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 정치적 혈연관계를 맺는 혁신방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정반대로 “'민주노총당'이라는 부정적 여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궤변을 당의 혁신방안에 포함시켰다.

명백하게도, '민주노총당'이라는 부정적 여론은 이 땅의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서 나온 민중의 여론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영원히 갈라서기를 바라는, 그리하여 이 땅에서 벌어진 민주노조운동의 피나는 투쟁 위에서 자라난 사회변혁운동이 하루빨리 민주노조운동과 결별하고 망해버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에게 세뇌되어버린 언론매체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니는 모략선전이다.

‘진보정치운동이 민주노조운동과 거리를 두고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야말로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있다.’는 식의 허황하기 짝이 없는 궤변이며, 이 땅의 사회변혁운동이 자기 목숨처럼 소중히 여겨온 ‘계급노선을 내팽개치라.’는 악의적인 선동에 휩쓸리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실체이다.

‘민주노총의 지도부를 어느 특정정파가 장악했다.’고 해서 민주노총을 부정하는 것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파묻혀서 민주노조운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집단으로 되었다.’는 주장 역시 허튼 소리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노총이 그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것을 비난하는 자들은, 그들을 더 많이 착취하려고 안달하는 자본가들이 아니면 그러한 자본가들의 동조자들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이 잘 알고 있듯이, 현 시기 남측 민주노조운동에 제기된 중대한 문제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민주노조운동으로 조직화하지 못한 것이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민주노조운동으로 조직화하지 못한 것은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역량과 조건의 한계이자, 이 땅의 사회변혁운동에 주어진 당면과제이지 그 자체가 민주노총을 겨냥한 비난거리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그러한 비난은 학습능력이 떨어진 어린아이에게 ‘학교성적이 오르지 않으니 학교공부를 때려 치우라.’고 하는 모욕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과 힘을 합하여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발적인 생존권 사수투쟁에 전면적으로 결합하고 그들을 민주노조운동으로 조직화하기 위해 더욱 분투하여야 마땅하지, 민주노총을 그 무슨 이익집단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를 갈라놓으려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장차 이 땅의 사회변혁운동이 전진하게 될 발전경로를 전망적으로 논하면, 민주노총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중요산업의 사회주의국유화 강령을 실행할 민주주의혁명의 직접적 담당자들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힘을 합하여 그들을 계급의식화하는 것은 사회변혁운동의 사활적 과제이다.

민주노동당의 혁신방향은 명백하다.

당의 혁신은 ‘민주노총의 계급의식화를 위해서 당이 얼마나 협력하였는가’, 그리고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당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투쟁하였는가’ 하는 문제로 향해야 마땅한 것이며, ‘'민주노총당'이라고 비난하는 적대적 언론매체들의 '혐의'에서 어떻게 벗어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계급의식화할 방도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민주노총당'이라는 모략선전에 대처할 방도나 찾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은 민주노동당과 노동계급의 관계문제가 그 운동의 핵심과제인 것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그 관계를 비틀어놓으려는 모략선전을 퍼뜨렸지만, 비대위는 그것이 모략선전인 줄도 모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과 노동계급이 정치적 혈연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뜻에서 의연히 '민주노총당'으로 되어야 한다.

 

3. 진보정당과 사회주의정권의 관계문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투쟁하는 모든 진보정당에게 다가오는 문제는 ‘사회주의정권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주의정권이란 사회주의나라를 세우고 이끌어 가는 사회주의집권당과 사회주의정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오늘날 사회주의정권이 존재하는 사회주의나라는 북(조선)과 꾸바밖에 없으므로, 진보정당과 사회주의정권의 관계문제는 그 두 나라의 사회주의정권과의 관계문제로 된다.

지정학적 요인이 작용하므로, 라틴아메리카 진보정당들은 자연히 꾸바 사회주의정권과의 관계문제를 옳게 풀어야 하고, 민주노동당은 북측 사회주의정권과의 관계문제를 옳게 풀어야 한다.

명백하게도, 라틴아메리카 진보정당들과 꾸바 사회주의정권과의 관계는 정치적 연대관계이다.

라틴아메리카 진보정당들과 꾸바 사회주의정권이 국제연대를 추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진보정당과 사회주의정권의 국제연대는 진보정당들끼리의 국제연대보다 더 중요하면 중요하지 덜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조선)반도의 정치정세는 그처럼 너무도 당연한 정치적 연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민주노동당은 북측 사회주의정권과 정치적 연대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그 양자관계는 라틴아메리카 진보정당들과 꾸바 사회주의정권이 형성한 정상적인 정치연대관계에 비춰볼 때, 참으로 유별나게 비정상적으로 격폐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뇌되어 현재의 비정상적 격폐상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당연시하는 착각에 빠져있지만, '국가보안법'이 가리고 있는 시야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서 국제진보정치운동을 바라보면 현재 민주노동당과 북측 사회주의정권의 관계가 비정상적인 격폐상태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진보정당들은 민주노동당과 북측 사회주의정권의 비정상적인 격폐상태를 길게 설명해야 알아듣지 직관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국제진보정치운동에서 아무도 의문을 달지 않는 정상적인 관계가 유독 한(조선)반도의 정치현실에 와서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까닭은, 명백하게도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이 취하는 금압조치가 '국가보안법'을 통해서 맹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 신식민주의정권들은 자기 나라의 진보정당이 꾸바 사회주의정권과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것을 금압하지 않는데, 왜 남측 신식민주의정권은 '국가보안법'을 동원해서 철저하게 금압하는 것일까?

남측 신식민주의정권이 라틴아메리카 신식민주의정권들보다 더 폭압적이어서 그러한 금압조치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폭압적인가 아니면 덜 폭압적인가’ 하는 문제는 도덕적 판단의 문제로 되는 것이므로, 남측 신식민주의정권과 라틴아메리카 신식민주의정권의 차이를 도덕적 판단으로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한 차이가 생긴 까닭은, 남측 신식민주의체제가 라틴아메리카 신식민주의체제와 전혀 다른 특수한 성립조건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남측 신식민주의체제는 분단체제와 결합되어있기 때문에 그러한 차이가 생긴 것이다.

이를테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주엘라 사회주의통합당은 꾸바 사회주의정권과 정치적 연대를 강화, 발전시키고 있지만, 그 관계는 어디까지나 국제연대관계이다.

베네주엘라 사회주의통합당과 꾸바 사회주의정권이 국제연대관계를 아무리 고도로 발전시킨다고 한들, 베네주엘라와 꾸바가 하나의 나라로 통일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조선)반도의 정치현실은 전혀 다르다.

만일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어 민주노동당과 북측 사회주의정권이 정치적 연대를 강화, 발전시킨다면, 그 정치연대의 목적은 국제연대성이 아니라 나라의 통일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북측 사회주의정권은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정치적으로 연대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민주노동당과 북측 사회주의정권의 관계는, 10.4 평양선언이 제시한 바와 같이 남북(북남)관계를 통일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관계로 될 것이라는 뜻이다.

장차 실현될 나라의 통일경로를 전망적으로 논하면, 민주노동당과 북측 사회주의정권이 정치적으로 연대하여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면, 남측에 신식민주의체제와 '한미동맹관계'가 남아있을 수 없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

다시 말해서, 민주노동당과 북측 사회주의정권이 정치적으로 연대하여 실현하려는 나라의 통일은 '한미동맹관계'의 단절 및 신식민주의체제의 붕괴와 동의어인 것이다.

'한미동맹관계'와 신식민주의체제가 자기의 정치적 생명선으로 되어있는 남측 신식민주의정권이 자기들은 북측 사회주의정권과 정치적 합의를 내오면서도 유독 민주노동당이 북측 사회주의정권과 접촉하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까닭이 거기서 자명해진다.

 

바로 그러한 견지에서, 민주노동당은 2006년 10월에 일어났던 이른바 소위 '일심회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 사건이야말로 민주노동당이 북측 사회주의정권과의 정치적 연대관계를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옥죄려는 고도의 정치음모에서 조작된 것이다.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이 '일심회 사건'을 통해서 민주노동당에게 전달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만일 북측 사회주의정권과 정치적으로 연대하기만 하면 엄벌에 처하겠다.’는 금압경고인 것이다.

그런데 비대위가 '일심회 사건'을 ‘민주노동당의 정보유출사건’으로 왜곡하려고 하였으니, ‘비대위의 그러한 시도는 너무도 비진보적이고, 비정치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감옥에 끌려간 당사자가 부인하고 있는 정보유출행위를 그 무슨 '해당행위'로 인정하고 그러한 해당행위에 대한 징계를 당의 혁신방안에 포함시켜 임시당대회에 제출한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라틴아메리카 진보정당들이 꾸바 사회주의정권과 정치적으로 연대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정치연대를 불법화하지 않으며, '친꾸바정당'이라는 모략선전이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북측 사회주의정권과 정치적으로 연대하지도 않고 있는 민주노동당에게는 억울하게도 '친북정당'이라는 터무니없는 모략선전이 가해진다.

만일 민주노동당에게 '친북정당의 혐의'가 있다면, 나라의 평화통일을 당의 강령으로 채택하고 나라의 통일을 위해서 6.15민족공동위원회의 활동에 참가하고 조선사회민주당과 정당교류를 실천한 것뿐이다.

그것은 '친북정당의 혐의'를 뒤집어씌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분단된 나라의 진보정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그야말로 최소한의 정치적 실천이었다.

남측 신식민주의정권은 북측 사회주의정권과 정치회담을 열고, 남북(북남)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정치적 합의를 내왔지만, 남측 신식민주의정권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통일지향적인 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에 발이 묶여 있어서 아직 북측 사회주의정권과 아무런 정치적 합의도 내오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이 진행해야 할 자기비판은, 그 무슨 '친북정당'의 부정적 여론에서 벗어나자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나라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실천에 소극적이었음’을 반성하는 식으로 진행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친북정당'이라는 비난도 '민주노총당'이라는 비난과 마찬가지로,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의 편에 서서 민주노동당을 혐오하는 언론매체들이 고의로 퍼뜨린 모략선전이 사회여론처럼 둔갑한 것이지 민주노동당이 귀를 기울여야 할 정당한 사회여론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비대위는 '친북정당'의 모략선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두 당원을 제명하는 징계조치를 당의 혁신방안에 포함시킴으로써 자기의 정치적 무지와 오판을 당원들 앞에서 드러내고 말았다.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은 민주노동당과 북측 사회주의정권의 관계가 사회변혁운동의 핵심과제로 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친북정당'이라는 모략선전을 퍼뜨리고 '일심회 사건'을 일으켰지만, 비대위는 그 모략선전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퍼뜨리는지, '일심회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이 민주노동당에 가하는 '친북정당'이라는 모략선전을 돌파하기 위해서, 민주노동당은 자신이 '친북정당'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식의 헛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나라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의연히, 그리고 한층 더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

 

4.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선택

 

재창당파는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에 무모하게 도전하였다.

그들은 '적록동맹' 또는 '푸른 진보'를 들고 나와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과 정치적 혈연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가로막아보려고 도전하였고, '일심회 사건'을 들고 나와 민주노동당이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북측 사회주의정권과 정치적 연대관계를 맺을 가능성을 예방적으로 제거하려고 도전하였다.

재창당파의 도전은 재창당파와 당사수파가 타협할 수 있는 비본질적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과 관련된 본질적 문제이다.

분당위기의 본질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무지한, 그리하여 분당위기에 전혀 대처할 수 없을 만큼 정치적으로 무능해진 비대위는, 분당파가 촉발시킨 분당위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조야하게 작성한 타협안을 임시당대회에 제출하여 통과시키려다가 실패하고 말았다.

비대위의 실패를 놓고 분당파는 기다렸다는 듯이 당사수파의 '패권주의'를 공격하는 모략선전에 열을 올릴 것이며, 분당위기를 심화시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분당위기가 민주노동당의 파탄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은 재창당파를 거들어주는 여론공작을 개시할 것이고, 언론매체는 덩덜아 '민주노동당의 몰락'을 '예언'할 것이다.

 

그러나 임시당대회의 정치적 결정은 정당하고 올바른 것이었다.

임시당대회의 정치적 결정은 엄밀하게 말해서 당사수파의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그 결정은 재창당파의 무모한 도전을 파탄시키고, 사회변혁운동의 적대세력이 퍼뜨리는 해당적 여론공세를 결연히 물리침으로써 사회변혁운동의 정치노선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려는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선택이었다.

진보정당과 노동계급의 관계, 그리고 진보정당과 사회주의정권의 관계를 올바로 정립하려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진보정당들의 정당한 정치노선을 수호한 것, 바로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선택이었다.

‘계급노선과 대중노선의 양자통합이 정당한가 아니면 분당파의 '적록동맹'이나 비대위의 '푸른 진보'가 정당한가’ 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 문제는 앞으로 이 땅의 사회변혁운동의 현실에서 입증될 것이다.

또한 ‘평화통일노선이 정당한가 아니면 분당파의 반북노선이나 비대위의 대북격페노선이 정당한가’ 하는 민주노동당의 정치노선 문제 역시 앞으로 이 땅의 사회변혁운동의 현실에서 입증될 것이다.

정치노선의 정당성을 입증할 사회변혁운동의 현실은 노동계급의 생산현장과 근로대중의 생활현장 속에 있다.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선택은 바로 그 현실을 자기의 존립근거로 선택한 것이다.

또한 정치노선의 정당성을 입증할 사회변혁운동의 현실은 나라의 평화통일을 실현해 가는 과정 속에 있다.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선택은 바로 그 실현과정을 자기의 발전경로로 선택한 것이다. (2008년 2월 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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