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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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건 무죄 2004-11-24 10: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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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es comme si je n'étais pas là, Olivier Jahan, 2000, 프랑스

2000년 칸 영화제에 초청된 Olivier Jahan 감독의 처녀작.

가난한 아파트 밀집 지역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에릭은 망원경으로 이웃집들을 염탐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그는 엄마와 사이가 안 좋은 계부와 함께 살고 있다. 에릭은 나중에 맞은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양성애자 남성과 여성과 함께 '쓰리섬'을 즐긴다. 총각 딱지를 떼는 날이다. 그리고 그 날 집에 오던 길에 그는 자신과 사이가 안 좋은 계부가 병 때문에 간밤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대단히 모호하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성장 영화다. 감독은 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에릭을 통해, 어떻게 그가 거세공포증을 극복하고 있는지, 어린 염탐자에서 어떻게 현실의 성인으로 변화되는지 대단히 우울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마침내 총각 딱지를 떼고 사사건건 부딪히기만 했던 계부가 죽은 다음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릭은 여자 친구와 애무를 하다 흐느껴 운다.

이제 막 세상에 발 딛는 일이 그렇게 힘겹고 이율배반적이라는 것, 죽어버린 계부가 문뜩 그리워지고, 동성애와 이성애가 혼융된 자기 욕망의 환타지인 '쓰리섬' 관계를 이젠 체험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몸서리치듯 어둠 속에서 울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그는 현실, 바로 그곳에 없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막 성인이 된 자의 세상을 향한 통곡.

2004-05-11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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