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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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4-05-27 09:45:16
+0 2152
출처 : 진보누리
http://board.jinbonuri.com/view.php?id=nuri_best&no=2361

아래 글은 진보누리 '라스 카사스' 아이디를 쓰시는 분이 오늘 올린 글입니다. 요즘 민주노동당 내에서 불궈지고 있는 동성애 논란의 와중에 연대를 표방하며 쓰신 글입니다.

*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라는 말이 있습니다. 육체를 무시한 순수하고 정신적인 연애[출전: 네이버 백과사전]나 육체적 욕망에서 벗어난 정신적 사랑[출전: 엠파스 백과사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Platon , BC 429?~BC 347)이 살던 시대에 자유인 남성이 사랑을 이야기하면 그것은 남자들간의 동성애를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미소년인 제자와 동성애를 하지 않자 다른 제자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상공업 중심의 자유로운 도시 국가였던 아테네뿐만 아니라 농업 중심의 군국주의적 도시 국가였던 스파르타에서도 남성들간의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sodom)과 고모라(Gomorrah)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 서남아시아에서도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 멸망의 원인에 대해 과거에는 그들이 행한 남성들간의 동성애 때문이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돔이라는 도시 이름으로부터 남성간의 동성애를 의미하는 영어의 sodomy라는 단어가, 남성동성애자를 의미하는 sodomite라는 단어가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은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손님에 대한 박해 때문이라는 설이 제시되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은 모세의 십계명에는 동성애에 대한 금지조항이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초나라 안릉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춘추전국시대(BC 8세기~BC 3세기)부터 동성애, 특히 왕의 동성애와 그 상대자에 대한 기록이 다수 나타납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은 동성애에 대해 공자나 유가가 비판한 내용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5호 16국 시대[五胡十六國時代(304~439): 진(晉)이 멸망한 후에 5개의 이민족이 중국에 16개의 국가를 세운 시대]에 티벳계의 저족이 세운 전진(前秦)의 부견(符堅: 338~385)이라는 왕이 있습니다. 고구려에 불교를 전해준 사실로 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중국 북부에 이민족들이 세운 국가들을 흡수통일한 후에 남부에 위치한 한족의 왕조인 동진(東晉)을 정복해 중국을 통일하려다가 실패한 왕으로서 중국 역사상 명군 중의 한 명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 사람 역시 동성애를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신라의 화랑들이 동성애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신라 원성왕 때 묘정이라는 미소년에 대한 기록에서 상류층 사회의 동성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권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기록은 많이 발견됩니다. 동로마제국을 멸망시켜 서유럽 기독교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오스만투르크의 메메드 2세는 대표적인 동성애자였습니다.

  원래 해방의 사상이었던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어 체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가부장적 질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초기 기독교에서 여성이 행했던 중요한 역할들이 은폐되기 시작했고 동성애도 혐오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세 카톨릭 사제들 사이에서 동성애는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동성애는 고대 사회에서부터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일이었고, 어떤 문화권에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졌습니다. 물론 과거 인간 사회가 남성 중심의 사회였기에 기록상으로 남아 있는 동성애는 대부분 남성들간의 동성애라는 한계가 있지만 말입니다.

  이상과 같은 역사적 고찰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심리학적인 고찰으로도 인간에게는 이성애 뿐만 아니라 동성애적 기질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잠재적으로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물학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분명하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유전공학이 발전하면서 남녀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몸 속에는 남성 혹은 여성의 하나의 성이 아니라 다른 반대의 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동성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난 기괴한 현상이나 범죄, 혹은 부도덕한 행위가 아닙니다.

  어떤 남자는 뚱뚱한 여자를 좋아하고, 어떤 여자는 마른 남자를 좋아합니다. 그것은 성적인 취향의 차이입니다. 동성애 역시도 그와 똑같은 성적인 취향의 차이일 뿐입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읽은 이야기 중 고대 그리스의 두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형을 당하게 된 한 젊은이가 죽기 전에 홀어머니를 뵙고 싶어 왕에게 간청을 합니다. 왕은 그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에 인질을 요구합니다. 그러자 젊은이의 친구가 만일 약속한 날짜까지 젊은이가 돌아오지 않으면 대신 죽겠다며 인질을 자청합니다. 그리고 약속한 날과 시간이 다 되어도 젊은이가 돌아오지 않자 친구는 기꺼이 대신 죽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죽음을 당하려는 순간에 젊은이가 돌아옵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 자신이 죽겠다고 합니다. 그 두 사람의 우정에 반한 왕은 두 사람 모두를 풀어줍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 두 젊은이는 친구 사이가 아니라 연인 사이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생명까지도 줄 수 있는 사랑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성애인가 동성애인가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인가입니다. 배신하지 않고 서로에게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진정한 사랑말입니다.

  모든 사람은 차이를 가집니다. 그런데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지배 구조와 지배 이데올로기 때문입니다.

  가부장적인 자본주의 구조인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은 갖은 차별과 핍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행복해질 권리가 있습니다. 얼마전 남성 동성애자 한쌍이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혼인신고는 행정관청에서 거부되었습니다.

  한편 지난 5월 17일 미국 동부의 매사추세츠주(州)는 동성부부들의 혼인신고 접수와 결혼증명 발급 업무를 시작함으로써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미국 내의 첫번째 주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의 일부 주에 이어서 미국 매사추세츠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당장 한국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동성애를 이상한 일로 생각하는 편견이 사라지도록 진보적 이성애자들과 민주노동당이 앞장서야 합니다. 또 전북대 법대 김민중 교수의 주장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각종 연금법, 보험법 등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애)자'의 권리를 보호하듯이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동성결혼도 합법화되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동성애에 대해 부족한 지식을 가진 저같은 이성애자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가 혹시라도 동성애자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염려가 됩니다. 하지만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내에서조차 동성애와 동성애자분들에 대한 편견이 난무하기에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제가 동성애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동성애자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잘못된 표현을 사용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말 둘
  부도덕한 점령군인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때까지 항의의 표시로 자신의 메신저와 인터넷에서 쓰는 글 앞에 [파병철회, 철군]이라는 머릿글을 매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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