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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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게이 채팅 사이트에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여성적인 기질이 나름대로 있는 나는
편견 어린 한계인지 혹은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구에서인지,
이른바 ‘남성적’인 사람을 사귀고 싶어 한다.

이 사람은 이반세계에서는 만나기 퍽 어려울 정도로
스포츠로 단련된 듯한 건장한 몸과 다소 퉁명스러운 말투가 내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처음 나를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부터
본인은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몇 번씩 강조했다.
모든 게 나의 유혹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결국 나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우리들은 여관으로 갔고
결국 내가 원한 대로 그와 성관계를 맺었다.
나는 성관계 와중에 일일이 그의 동의를 구했고
그는 무관심을 가장한 찬성으로 나의 행동에 동조했다.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와 가진 성관계는 꽤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몇 주 후, 그에게서 다시금 연락이 왔다.
그 날 섹스를 제외하고 모든 나의 행동에 시비를 걸었다.
객관적으로 싸울 만한 내용이 아닌 사소한 것들까지
일일이 들먹거리며 나를 매섭게 비난했다.
그가 보기에 나는 완전히 문제로 뒤덮인 못된 인간일 뿐이었다.

얘기하는 내내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하는지 의아했다.
그 날 성관계 또한 나의 적극적인 유혹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는 그 모든 사건들을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미리 채팅에서 나의 바람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그는 경험 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식의 대답을 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그는 ‘게이’였다.
일반이라면 그 사이트에 가입을 하지도,
同性과 사적인 사랑 주제로 몇 시간 동안 채팅을 하지도,
나를 실제로 만나서 여관에 가지도,
그리고 섹스할 때 그렇게 반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지금 게이임을 자각하는 혼란기에 있는 혼돈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그 점 때문에 시종일관 나는 참았고 사과도 하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고 바꾸기 위해 농담까지 하며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난과 말대꾸는 전혀 중단되지 않았다.

나의 성욕, 나아가 일반 같은 남자를 연인으로 원하는
부질없는 나의 욕망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게 되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부끄럽다.
그가 내게 하는 참기 힘든 모욕과 결례, 비난, 극단적인 평가에서
벗어나는 길은 내가 나의 자존심을 찾는 노력인 것 같다.    

한중렬 2003-12-16 오후 12:09

자존심을 찾는 것, 무척 중요하죠!
좋은 결심하셨습니다!
화이팅!!!!!(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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