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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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내복녀 2007-06-04 07:00:19
+1 1032
어제 개막한 2007 퀴어문화축제는 나름대로는 꽤나 성공적이었던 듯 싶다.



먼저 주 관람인이 무직노인분들로서 보행인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던

종묘공원을 벗어나, 중심업무지구와 다양한 상권으로 구성되어, 보행인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청계천을 중심으로 행진 코스를 바꾼 것이 장족의 발전이었던 듯 싶다.

우리가 이세상에 이렇게 당당히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다양한 이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존재자체가 무시되어 오던 우리에 존재에 대한

인식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다양한 담론과 더 넓은 논쟁의 기반을

만들어 두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이제는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성격도 다양화 되어, 작년보다 더 많은 새로운

부스들이 생겨난 것이 또 하나의 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안나지만 누군가의

주장처럼 이 세상에는 세상에 사는 인구만큼의 섹슈얼리티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한국 동성애자 커뮤니티는 그 본질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표현되는

모습에서는 인권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모습만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의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여전히 인권운동단체들의 부스가

가장 많기는 하였지만, 나름대로 각기 다른 성격의 소규모 친목 혹은 취향(?)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활발해졌다. 특히나 가까이 계신 Project 雄! 의

여러 작가님들의 참여에는 진정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은

소규모 커뮤니티의 활동들이 더욱 활발해질 것임을 믿어 마지 않는다.



세번째로는 이성애자 참가단의 확연한 증가이다. 물론 기상의 문제도 있기는 했지만

작년에는 단 10명도 안되는 동성애자와 친분관계가 있는 이성애자분들이 개인적인 자격으로

궃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가해주셨지만, 올해는 '후회하지 않아'와 같은 영화나 헤드윅,

렌트와 같은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인 대중적인 작품들의 영향인지, 아마도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구성해주신 듯 한 이성애자 분들의 조직적인 참여를 대거

이끌어냈다.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에서 동성애자의 인권의 정당성을 논하는 것은

매우 기본적인 일이고, 타인의 권리를 나누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원래 우리가 누려야할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겠다는 것뿐이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무지한 타인들의

눈에는 당연한 과업으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성애자 커뮤니티 외부에서

우리의 권리의 되찾음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해주는 것은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권의 평등함을 기반으로 타운동과의 연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이성애자 참가단의 증가는

우리에게 있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동성애자 커뮤니티가 해결해야할 당면과제는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의 중요성이나 우선 순위 없이 과제들을 나열해 보자면 아래와 같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농경사회와 유교에서 기인한 한국의 가족구조의 공동체적 특성으로 어쩔 수 없이

숨어있는 동성애자들과 동성애자 인권운동과의 괴리를 제거하고, 어떻게 하면 참여를

확대시킬 수 있는가가 첫번째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운동과 NGO활동이 그러하듯이

그 자율적 특성상 누군가에게 강압적인 참여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 인권운동에의 참여가 얼마나 큰 개인적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는 가를 활동가들이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에 더더욱 섣불리 어떤 제안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활동가들의 개인적인 희생을 기반으로 한국

동성애자 운동이 지속되어왔다면 이제는 다른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것은 숨어있는

동성애자들의 참여를 기반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수많은 논의가 활동가들과 숨어지내는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는 재정적으로 매우 빈곤한 한국의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커뮤니티 자체의 규모의 차이가 물론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이미 뉴욕이나 마디그라와 같은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지난친 상업성의 논의가

일고 있다. 그만큼 동성애자 커뮤니티 자체가 시장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그 투입된 자본으로 인해서 그 이상의 이익을 후원하는 기업들이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현재도 종로와 이태원을 중심으로 하는 업소들의 점적인 소규모 지원은

이루어지고 있다. 항상 행사 때마다 크지 않은 금액이라도 늘 후원해주시는 종로 포장마차촌의

'길싸롱' 이모님과 같은 분의 도움에는 늘상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넓고 큰 단위를 생각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퀴어문화축제에서 영향력이 있는 정치가 및 법조인들에게서

발제문을 받아오고, Hooch!와 같은 다국적 기업에서 후원을 받아낸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기보다는 조금 더 스스로를 채찍질해 우리자신이

자본주의 사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자본주의의 맹아인 기업들 중 친동성애자적인

기업들에게 후원을 따 낼 수 있을 만한, 제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규모 자체를 미국이나 호주에 비교할 수는

없으므로, 섣부른 제안은 힘들 수도 있다. 따라서 제안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규모 자체를 평가하고, 숨겨진 동성애자 타겟 시장을 발굴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대략적인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규모에 대한 실태조사도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실은 매우 비현실적이거나,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항들을 정부기금을 통해 수행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발전에 있어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현대사회의 총아라고 해도 무방할 언론과 매체를 어떻게 다뤄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필요하다. 사실 수많은 황색 언론들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론매체가 가지고 있는 전파력은 매우 강하다. 2007 퀴어문화축제의 경우

대선후보의 무지에 기인한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발언 덕분에 매우 정치적인 캠페인으로

발전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7년간 누적된 행사이기에 항상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아대는 언론인들에게 더 이상 자극적이지 못해졌는지, 메이져 언론사들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럴 경우에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두가지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가지는 게이커뮤니티에서 언론사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한달 한달 꾸려나가기도 힘든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

인권운동 단체에서 로비활동까지 이루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만약

돈과 권력을 가진 기득권 동성애자들이나, 동성애자의 친구들인 힘있는 포용적인

이성애자들을 로비활동에 참여시킬 수가 있다면, 로비활동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첫번째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한국의 강력한 인터넷 기반을 이용하여 UCC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떤 가 하는 것이다. 몰론 대중적인 소재가 아니기에 그 전파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작금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2007 퀴어문화축제와 함께

동성애 탄압적인 대선 후보의 낙선운동이라는 이중적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우리네 옛말이 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목전에 둔 우리의 퀴어문화축제...

많은 세월과 경험과 노력의 땀방울이 우리가 걸어온 길에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변하는 강산처럼 우리의 앞길은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

어떻게 새로운 10년을 맞을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

단 새로운 10년에 대한 논의는 활동가들 위주가 아닌, 숨어있는 동성애자들

그리고 이성애자들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검정내복녀 2007-06-04 오전 07:01

모든 회원 여러분 그리고 참가자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다들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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