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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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5-01-19 22: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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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민주노동당의 '성 인지적 정책 생산 및 예산 교육' 중 1강 '성 소수자 교육'. 여기동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위원장이 강의를 하고 있다.

18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성소수자 교육이 이루어졌다. 민주노동당이 '성인지적 정책생산 및 예산교육'에 성소수자 교육 시간을 배정한 것이다.


이날 교육은 여기동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위원장이 맡았다. 여 위원장의 강의를 듣는 40여명 청중들은 대부분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나 보좌관이었고 조승수 의원도 방청석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당 성소수자모임인 '붉은 이반'과 붉은이반을 지지하는 모임 '붉은 일반' 소속 당원들이나 각 지역위원회 소속 당직자들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자료집에 줄을 쳐가며 강의 내용을 경청했고, 여 위원장은 "동성혼이 왜 필요하냐", "동성애가 정신병이라고 보냐" 등의 질문을 던질 때마다 곧바로 "동성혼은 사회적 기본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성애는 자신이 선택한 삶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강의는 기초적인 동성애 개념부터 시작해 오해와 편견, 차별 실태와 같은 일반적인 동성애 인권강의로 이어졌고 '정책 생산 교육'이라는 대주제에 맡게 동성혼 법적보장에 대한 내용으로 끝이 났다.


여 위원장은 강연 도중 "커밍아웃 했을 때 여든살인 어머님이 굉장히 상처를 받으셨고 당신께서 자식을 잘못 키웠다고 자책하셨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풀어놓기도 했다.


동성애 역할극-의원은 '호모', 보좌관은 '호모포비아'


▲ 역할극인 '호모재판'에서 이호성 보좌관(권영길 의원실, 오른쪽)이 호모포비아 역할을 맡아 호모 역할을 맡은 조승수 의원에게 폭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교육의 백미는 '호모재판'. 동성애자와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자)가 되어보는 역할극이다. 여 위원장이 동성애자들에 대한 폭언이 담긴 종이를 돌렸다. 조 의원도 역할극에 참여해 직접 '호모'가 됐다.


공교롭게도 조 의원을 공격할 호모포비아는 이호성 보좌관(권영길 의원실). 마침 이 보좌관이 뽑은 종이에는 가장 '센' 폭언들이 적혀있었다. 이 보좌관은 "의원님께 어떻게…"라고 약간 망설이더니 "(제가 하는 말이 아니라) 종이에 있던 말"이라며 겸언쩍게 글을 읽어내려갔다.


"성병에 걸려 뒈지든 에이즈에 걸려 뒈지든 몰래 해라. 성소수자? 놀고 자빠졌네. 변태 중에 최하 저질이지. X질이나 하고. 니 에미 애비가 키워놓으니 변태짓 하냐. 불효막심한 놈. 쾌락만 좇는 변태."


이 글은 다름 아닌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당원게시판에 오른 내용이다.


강단 위에 앉아서 발언을 듣던 조 의원은 "우리를 가리켜 특별한 쾌락을 좇는다고 하지만 쾌락은 일반이나 이반이나 마찬가지로 추구하는 것이고 우리가 선택한 취향이기 때문에 부끄러워할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어렵게 호모포비아 역을 마친 이 보좌관은 "내용이 너무 심해서 읽기 힘들더라"며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욕)할 수 있나"라고 소감을 밝혔다. 성소수자 교육을 처음 받아본다는 조 의원은 "아는 사람 중에 동성애자가 있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호모포비아 역을 맡았던 김미숙 구로지역위원회 여성위원장은 "실제보다 약하다"며 역할극 상황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실제에서는 패 죽이겠다는 강도높은 욕설도 나오는데, 역할극이 미진했지만 직접 동성애자가 되어보는 것은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변태지지당? 성소수자 위해 싸우는 진보정당!"


▲ 18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민주노동당의 '성 인지적 정책 생산 및 예산 교육' 중 1강 '성 소수자 교육'에 참여한 조승수 의원과 당직자 및 보좌관들.

교육을 지켜본 정욜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는 "진보진영 안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소통이 막 시작된 것 같아 기쁘다"며 "지금까지 동성애인권운동이 외부에 대해 소극적 방어를 했지만 이제 적극적으로 정책 생산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다른 당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가족제도와의 충돌이나 사회적 합의 미비 등을 이유로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민주노동당은 성소수자 정책을 고민하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여기동 위원장은 "오늘 국회에서의 교육을 준비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금기의 벽을 깬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며 "교육에서 정책 생산자들이 성소수자 문제를 관심있게 들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 위원장은 "내가 사랑하는 민주노동당의 당원 중에도 호모포비아가 있고 위원회 인준을 신청할 때에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상처를 받았다"며 "그러나 당내 교육을 통해 편견과 두려움이 줄어드는 변화를 본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도 '호모당' '변태지지당'이라는 외부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라며 "그럴수록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더 나서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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