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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커뮤니티 욕구조사 후기입니다...

  혹 누군가 욕구조사를 요청하거든 꼭! 해보세요 ^^ 좋은 시간이 될겁니다. ^^

 

 

+

 

2012년 10월 중순 어느때쯤 다수에게 보내진 카톡을 받았다.

커뮤니티 욕구조사를 위한 시간과 장소가 새겨진 글 뒤로 여러명의 인사가 오갔고, 우린 그렇게 처음 만났다.


-그녀와의 인터뷰-

찾아간 곳은 충정로에 자리한 희망법 사무실. 그 안 작은 회의실에 모인 여섯명.

그 중 두명은 초면이었다. 그리고 그 두명에 그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녀는 연구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고, 내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이 여자... 뭘까...


3시간여 동안 끊임없이 소리를 뱉어대는 동안, 난 단 한번도 그녀를 바라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이후에나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벽을 먼저 쌓아버렸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고,

난... 아직 멀었구나... 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조사 중 나왔던 나의 이야기 중에, 같은 업계에 있는 어느 누군가로 부터 "너 같이 여성스러운 애가 내 밑에 있었으면,

지금 반쯤은 죽여놓았을거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을 때, 격하게 흥분하는 그녀를 보며


이 여자... 뭘까....라고 생각했던건 단순한 리엑션으로만 내가 받아 들여서였는지도 ...


1차 욕구조사를 마치고 그녀를 다시 만난 건 지보이스 공연 연습 때 였다.

내가 얼마나 눈치가 없는지... 그녀가 지보이스 객원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그녀의 정체성을 몰랐다니!

공연 연습이 거의 막바지가 되어서야, 아! 여기 모인 모두가 성소수자임을 깨달았다고 하면,

난 도대체 얼마나 눈치가 없는 아이인거야?!!


나의 정면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공연 연습 때 만난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타리"누나

미안해요~

지금은 서로 만나면 포옹으로 인사를 하지만, 그때 전 오늘보다 더 어려서 그랬어요.

 


- 기억... 어린 나와 만나다.

"처음 커뮤니티에 나온 경험. 혹은 처음 이쪽 사람을 만난 경험에 대해 말해볼까요?"

정확한 질문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저런 내용의 질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 본 나와 같은 사람.

누구였을까...

살아온 짧은 인생을 다시 돌이켜봤을 때, 잊고 있었던 하나의 기억.

'아! 그런 적이 있었구나.'

첫 연애도 하기 이전에 어떤 이를 온라인으로 만났었고, 실제로 만난 적도 있었던 그 어느때...

정말이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의 내가 떠 올랐다.

그리고 차근차근이 꺼내지는 나의 짝사랑.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그 옛 사랑을 십년이 넘는 케케묵은 서랍장 속에서

조심스레 꺼내어 보듯 그렇게 들춰봤다.

물론 오래 된 흔적이라 뚜렷하게 떠오르는 부분 보다 감성으로 재 구성이 되어버리는 기억의 착각으로 다소

예쁘게만 포장 되어 나의 머릿속에 저장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난 그래서 좋았다.

어차피 나의 기억이니까...

내가 만난 나의 어린시절의 난.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까?

난 아직 그대로 인것만 같은데...

매번 커뮤니티 욕구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다시금 그 예전 어느때로 자꾸만 돌아가

미처 다 꺼내 놓지 못한 말을 혼자 곱씹으며, 지금의 나에게 다시 이야기를 하곤한다.

'다시 보고 싶어? 돌아가고 싶어?'

'아니. 돌아가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아. 그때 충분히 아팠어.'

 

-나만...그런거 아닌거 맞지?

커뮤니티 욕구조사를 하면서 자신의 지난 과거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시간도 많았지만,

욕구조사의 취지에 맞게 각자의 욕구를 솔직히 말하는 시간도 많았다.

다른 이가 이야기 할때, 고개를 가열차게 아래위로 까딱거리며 충분히 공감했던 건,

나만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였구나... 하는 안도감과 나도 모르고 있었던 또 다른 욕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욕구조사 시간에 나온 이야기들은 절대 비밀로 하기로 했기에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다소 차이를 보였던 시각은 아기에 대한 입양문제가 있었고, 결혼에 대한 법적 효력이 있었던 듯 싶다.

(음... 자세한 이야기의 내용을 알고 싶으시다면, 나중에 보고서를 참조하세요 ^0^)


많은 욕구들 중에 빠질 수 없는 욕구! 아주 기본적이면서, 무시할 수 없는 그 것!

성욕!

욕구조사 시작에 있어서 사회자인 가람형은 "무엇이든 아주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는 말을 했고,

"여기서 발언하는 모든 사항은 비밀로 하는 것에 모두 동의 하여야 합니다." 라는 말에 꼴까닥 넘어가서

이런!이런!...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말았다.


그 중 "찜방"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항목 중 하나였는데, 난 그날 아마도 잠시 어딘가에 홀린 모양이다.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들을 뱉어냈으니, 아마도 미리 준비해 둔 간식에 약이라도 탄게 분명하다.

"아~ 저 욕구조사 하면서 이미지 완전 이상해 진 것 같아요.~"

"에이~ 아니야. 현식아. 아무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괜찮아~"

다독거리며 음흉한 눈빛으로 날 흘겨보던 형들의 눈빛은 ...아~~

이거이거 내가 괜찮지 않다.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수가 없어 이 곳에선 말할 수 없지만, 혹시 아나? 나 술 취하면 아무 말이나 막해!!


-아쉽고... 아쉬워...

총 세번에 걸쳐 진행되어진 욕구조사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갔고,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해가 떠오를때까지 술잔을 비우기도 했다.

포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다 만났던 이상한 아저씨를 따돌리려 그 야밤에 골목길을 뛰어다녔던 우리.

아침이 다가오자 더 이상 술마실 곳이 없어 배회하다 들렀던 고깃집.

그 곳에서 별일 아닌 이야기에 같이 울면서 술 마셨던 일들.

첫차를 이미 훌쩍 넘겨버린 버스를 타고선 잠이 들어 버스가 돌고 돌아 다시 종로로 오고 있었던 그 때.


아쉬움을 뒤로 하지 못하고, "킴"의 제안대로 우린 세번의 욕구조사가 아닌 추가로 한번의 모임을 더 가졌더랬다.

마지막 모임엔 너무나 아쉽게도 한명이 (SB-군 입대를 해버림...) 빠진 자리였지만,

어쩌겠나, 남은 사람들끼리 잘 놀 수 밖에...


"이런건, 열번 스무번도 할 수 있을거 같애."

앞으로도 계속 보는 얼굴들이라는 걸 잘 알지만, 묘하게 올라오는 아쉬움은 이상한 여운을 남긴다.

얼굴은 마주보며 장시간동안 도란도란 이야기 했던 그 시간이 자꾸만 그리워 지는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


- ♥

재밌는 경험이었고, 유쾌했고, 가장 좋았던건 내가 모르는 나를 볼 수 있었던 기회였던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시간이었구요.

진행하시느라 고생하신 가람이형, 타리누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참여하신 데미지형, 기즈배형, 킴, 순부. 조금은 서로를 알게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그런거 있잖아요. 아~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들이었는데, 앗싸! 잘됐다! 그런거~~~


우리 뒷풀이 또 해야죠 !!  그쵸?? ^0^!

디오 2012-12-12 오후 17:38

아웅 궁금해! 나도 포커스 그룹 하고 싶었는데 ㅜㅜ

min 2012-12-12 오후 17:41

신인여우상이 박빙인 이 시점에서 감성전략을 구사하는 건가요!!ㅎ
마음이 동했지만 이미 투표권을 행사해 버렸네요.^^;
지난 과거를 돌아보는 일.. 1달 전을 바라봐도 좋고 1년 전, 10년 전을 바라봐도 좋은거 같아요. 갑자기 나의 처음은 어땠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후기 잘 읽었어요~^^

타리 2012-12-12 오후 21:09

햐 이건 댓글을 안달수가 없네. 현식를 비롯해서 "욕구"를 들려주었던 다섯명에게 너무 빠져버렸어요. 솔직하고 진지하고 재밌고 슬펐던 얘기들 너무 좋았어요. 저도 이런 기회에 감사합니다. 연구 열심히 할게요 ㅎㅎ

그리고 이렇게 서정적으로, 정성스럽게 후기를 써주다니 저한테도 너무 따뜻한 글입니다. 앞으로도 같이 훌쩍 커갑시다요!

(이렇게 디테일하게 나 생깠던 얘기 들으니까 막 막 더 재밌는거 같아. 담에 엉덩이 좀 맞쟈 ㅋㅋㅋ)

가람 2012-12-12 오후 21:38

현식아 고생했다~ 이렇게 정성들인 후기도 올려주고 착하다~ ㅎㅎ 화이팅!

박재경 2012-12-12 오후 22:09

다들 고생했어

성소수자커뮤니티사회적욕구조사 라는 이 거창한 프로젝트를 친구사이가 기획해서
진행하게 되어서 참 고마운 일 같아
비록 연구는 다른 활동가분들이 하시고 가람이만 들어가 있지만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체계화 시키려는 작업, 문화적으로 드러내는 작업
다 필요한 일들이니까

" 타리는" 2012년 마지막 대표의 말을 기억해 주길 바래요

" 난 완벽한 걸 원해"

" 완벽하게 해 주길 바래" ㅋㅋㅋㅋㅋ " 퍼펙트!!"

기로로 2012-12-12 오후 22:26

그때 전 오늘보다 더 어려서 그랬어요. 이말 진짜 좋네 ㅎ
타리누나 성격 짱 좋으신거 같아 ㅋㅋㅋㅋ

암튼 나머지 인터뷰는 너무 길어서 나중에 읽어볼게 ㅋㅋ
술이나 한잔하자고

 

읽어보니, 얼마나 신났는지, 니가 왜 그렇게 술자리에 신나서 떠들어댔는지 알수 있을것도 같아 ㅋㅋ

암튼 그 인터뷰가 끝난후에 너의 모습은 참 많이 달라져 있던거 같어~

굉장히 재기발랄하게??/ ㅋㅋㅋ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이지만, 경청하는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들려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게 아닐까 ㅋㅋㅋ

부럽네

현식_234711 2012-12-13 오전 08:26

디오_ 부럽지?? ^^ ㅋㅋㅋ 담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길!!! 강추야^^
min _ 잘읽어줘서 고마워요^^ㅋ 감성전략이라.. ㅋㅋㅋ 어찌하다보니 또 그렇게 됐네~~ㅋㅋㅋㅋㅋ
의도한건 아니라는 점..! 조만간 보면 거하게 소주한잔해요~
타리누나_ 앙!!^^ 누난 내 맘 알죠???ㅋㅋㅋ 나 여자 좋아하나봐 --
가람이형_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늘 고마워요^^
재경이형_ 타리누나 괴롭히지 마요~ㅋㅋㅋㅋㅋㅋㅋ 항상감사하고 .. 존경합니다^^
기로_ 재밌게 봐줘서 고맙고.. 술고픈 나에게 손을 내밀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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