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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칼럼리스트 '서찬휘'님의 바성연 웹툰 비판'

해당 칼럼은 저작권자에 동의를 받아 이곳 게시판으로 퍼왔습니다.

 

 

지난 7월 13일자부터 네이버 도전만화란에는 「동성애 옹호 교과서의 문제점을 알아보자」란 제목을 단 만화가 올라왔습니다. 도전만화란이기 때문에 사실 아무나 올릴 수 있지만, 문제는 이 만화가 담고 있는 내용이었죠.


ilvnleijr라는 이름으로 올라왔지만 제작 자체는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http://www.cfms.kr)이란 개신교계 단체에서 했습니다. 제작자는 이 만화의 게재 이유를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가 동성애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내용만을 담아 위험하다. 자, 그럼 그 문제점을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실제로 한 출판사에서 낸 생활과 윤리 교과서에 실린 동성애 관련 서술을 비판하기 위한 내용을 6화에 걸쳐 담고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 좌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네이버 도전만화 게시판 - 「동성애 옹호 교과서의 문제점을 알아보자」 만화 보기 

http://comic.naver.com/challenge/list.nhn?titleId=571768

이 만화가 담고 있는 내용이 대체로 어떤 식인지는, 요 몇 컷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화수들에 담겨 있습니다.








 

 

참 가관입니다. 무엇이 가관이냐면, 이 만화가 동성애 편양적 서술에 관해 알려주겠다며 그려낸 한 컷 한 컷마다 편견과 차별이라는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고 있으면서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뭐가 어때서?"라고 되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 대상은 동성애에 그치지 않습니다. "에이즈 바이러스 담긴 피를 왜 퍼트리려 하냐?"란 말을 비동성애자 입으로 내뱉게 함으로써 동성애자를 '잠재적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 취급하는 것도 문제인데, 한술 더 떠 집회하러 나온 사람들은 남탓하는 '사회 불만 세력'이 되고, 박정희가 강압적 교육 이념 강요의 대명사인 '국민교육헌장'을 읊는 장면을 교육 방향을 비판하는 지점에 배치합니다. 그리고 묻죠. "동성애가 이렇게 나쁜 요소가 많은데 왜 교과서는 우리가 동성애에 빠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거지?" 

 

야 이……. 

 

이런 만화의 어느 지점이 차별이고 폭력인지를 논증과 논의를 거쳐야 말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만큼 무의미한 건 없습니다. 이건 그냥 박정희교 꼴통들의 윤리관을 강요하는 데에 만화를 동원한 것에 지나지 않는 저질 선동·선전물이며, 내용으로 논란을 삼을 가치도 없습니다. 오로지 "우리 맘에 안 드는 놈들, 그냥 차별하게 해주세요"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 이걸 그냥 동성애 반대로만 보는 것도 우스운 노릇입니다. 오히려 주목해 봐야 할 점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일단 주목할 점. 이 만화가 네이버 도전만화가란을 통해 공개됐다는 겁니다. 게다가 올린 자들은 정식 연재작도 아니건만 제목에 '네이버 만화'라고 명백하게 달아놨습니다. 의도적입니다.

 

또, 이런 명백한 폭력 선동을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펼쳐 보이고 논란을 유도했다는 점입니다.  개신교계 단체들이 주도하여 이들 교과서에 문제를 제기한 게 11일이고, 이 만화가 등장한 게 13일입니다. 그리고 여론 반발이 일어나자 네이버가 15일 차단조치를 내렸는데, 개신교계 신문인 국민일보가 교계를 대표해 기사를 발표합니다. 제목에 주목해 보시죠.

 

■ 국민일보 : 네이버는 동성애 지지? 性소수자 옹호 도덕교과서 비판 웹툰 ‘차단’ 처리 (2013.07.16 20:46)
http://missionlife.kukinews.com/article/view.asp?gCode=0000&sCode=0000&arcid=0007375629&code=23111111

 

(전략) 한국교회언론회는 16일 논평을 내고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며 “특히 동성애자들의 의견만 존중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에 대해서는 블라인드 처리한 것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는 언론회가 2년 전 ‘먹사’ ‘개독교’ 등 교회 혐오 표현의 삭제를 요청했을 때 무시한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후략) 

아청법 관련해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침해하려 드는 자들이 정작 이 대목에선 표현의 자유를 논하네요. 허허. 여기서 봐야 할 건, 이들이 만화를 연재 매체 특성까지 이용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고 이를 위한 언론 활용까지 확실하게 챙겼다는 겁니다. 웹툰 게시판을 자기네 윤리관을 설파하는 곳으로 활용한 거죠. 굳이 정식 연재가 될 생각도 없습니다. 아니어도 효과는 냈으니까요. 여섯 편짜리 터트리고 여론 시끄럽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할 일은 다 한 겁니다. 머리 쓰는 게 장난이 아닙니다. 

 

교회 등쌀에 어지간히 시달렸는지 네이버는 19일 회의를 거쳐 이 만화의 게재를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합니다. 그러데 그 과정에서 프레스바이플이란 인터넷 언론과 네이버 담당자가 인터뷰한 내용이 공개가 됐는데 좀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 프레스바이플 : 네이버 "동성애 비방위해 개와성관계 묘사한 웹툰 허용?"선정성·폭력성 여부 두고 심사했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조장해 폭력에 노출시켜 (2013.07.19)


http://www.pressbyp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14

 

(전략) 이에 대해 네이버측 관계자는 "웹툰에 대해 선정성과 폭력성을 가지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프레스바이플> 기자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에 있는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금지라는 내용이 있는데 결국에는 동성애자라는 집단에 대한 혐오와 비방을 위해 만들어진 웹툰을 게시하는 것 자체도 폭력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선정성과 폭력성은 이미지로만 판단하고, 텍스트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텍스트를 보면 그 내용중에 동성애를 수간에 비유하면서 수간에 대한 차별도 없어져야 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미성년자도 보는 도전만화에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규정된 '수간'을 옹호하고 이를 묘사하는 텍스트가 있는데도 이것이 문제가 없냐"고 묻자 네이버측은 "텍스트는 판단대상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다시 "그렇다면 예를들어 누군가가 광주 민주화 운동이 폭동이라고 주장하거나, 대한민국의 역사기술을 왜곡하는 내용을 텍스트를 올리고 그림만 선정적이고 폭력적이 아니면 게시할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기자가 묻자 네이버 관계자는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한편, 누리꾼들은 해당 웹툰에 대해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며 네이버측의 결정을 비난하면서 웹툰에 별점을 깎고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프레스바이플 기자가 '수간' 쪽으로 지나치게 몰아간 느낌이 없지 않아서 난감하긴 합니다. 이 졸렬한 만화를 내려야 할 이유를 오로지 그쪽으로만 한정지어봐야 오히려 설득력이 없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네이버 담당자는 "선정성과 폭력성은 이미지로만 판단하고 텍스트는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네이버는 만화에 관한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내용이 아닌 장면만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 겁니다. 엉뚱한 부분에서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기분입니다. 이래서는 내용 논란이 일 때 앞뒤 맥락을 통해 판단할 여지가 전혀 남질 않습니다.

 

이상에서 보듯 이 사태는 ① 종교적 윤리관에 빗댄 박정희식 교육관을 강요하기 위한 세뇌 자료가 웹툰 매체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 ② 개신교계가 온 힘을 다해 여론전을 주도했다는 점 ③ 게재 매체가 상황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채 일찌감치 여론 압박 앞에 무릎을 적당히 꿇었다는 점 ④ 반대 여론을 만든다는 언론사의 기사 수준이 그리 높지 못했다는 점 ⑤ 엉뚱하게도 네이버가 만화를 어찌 보고 있는가가 드러났다는 점 정도를 남기고 있습니다. 서글픈 일이죠. 이딴 걸 지금 논란이라고 벌이고 있고, 이딴 걸 쳐다봐야 한단 게. 덤으로 만화가 이미지로만 이루어진 거란 말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얻어야 하다니. 서글플 수밖에요.

 

도전 만화가 부류 게시판은 아무나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내려라 마라 하는 걸 요구하기보다는 보는 대중들의 인식 수준 자체가 잣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내립시다!라고 한다고 사람들이 움직이진 않습니다. 동성애 나쁜 거잖아?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짜증만 내겠죠. 이딴 차별 선동 전단지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 것인가가 사람들 인식이 어디에 서 있는가를 보여주는 잣대일 겁니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죠. 저걸 어떻게 하자고 부르짖진 않겠습니다. 링크 따라 가 보시고 한 번 쭉 보세요. 다만 한 가지만 덧붙여 말해두고 싶습니다. "차별은 안 된다"를 "차별하면 안 되는 거야?"로 받아쳐서 논란 거리도 안 되는 걸 '논란'으로 만드는 자들은, 그냥 차별주의자 취급받아도 할 말 없습니다.

 

 

 

 

 

히틀러 같은 새끼들.

 

damaged..? 2013-07-22 오전 04:47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듯,
만화라고 다 만화가 아니죠.

도덕적, 법적 잘못이 없는데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비난하고
그에 대해 편견을 드러내고 폭력을 조장한다면
그거야말로 공동체에 해가 되고
사회에 악을 미치는 거죠.

특히 개인이나 집단 고유의 특성을 갖고
차별하거나 찬반을 논한다면
식물 보고 왜 알을 낳지 못하냐고 하거나
물고기 보고 왜 걷지 못하냐고 따지는 꼴이니까요.

2013-07-23 오전 03:54

서찬휘군이 좋은 글을 써주었구만요. 저도 좀 전에 만화를 읽어보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바성연이 벌이는 무차별적인 테러에 가만히 있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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