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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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9-03-21 03:06:29
+2 1175


앤디 워홀의 'Blow Job' (1963)


흥미롭네요. 그의 실험 단편 영화들 중 '나는 내 실험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을 즐긴다'라던 앤디 워홀의 악동스러운 취미가 그야말로 제대로 반영된 작품이랄 수 있겠어요.

내용 없습니다. 그냥 30분 동안 어떤 청년의 상반신을 같은 앵글에서 계속 보여줘요. 검색을 해보니 보렉스 카메라를 사용했더군요. 이 16mm 카메라는 예전에 광고 촬영에 사용할 만큼 심도가 낮고 근접 촬영이 가능해서 실험 영화 작업에 용이하죠. 딱, 여덟 번 롤을 바꿔서 촬영했네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본다면, 필름을 둘둘 감은 매거진을 여덟 번 교체하면서 계속 찍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오럴 섹스'에 관한 내용이죠. 청년은 벽에 기댄 채 서 있고, 전혀 모습이 보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앉아서 블로우 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요. 평론가들 말에 따르면 '실제'일 가능성이 높다네요.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청년의 요동치는 눈빛, 한숨, 흠칫 일어나는 경련뿐입니다. 과연 '절정'은 언제쯤 오게 될까? 앤디 워홀은 오럴 섹스를 '받는' 청년의 상반신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과 내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관객 반응을 즐기는 거죠, 참으로 악동스럽지 않나요?

이 당시만 해도 이 작품은 '문화적 충격'이었겠어요. 포르노그라피를 실험적 이미지로 전유하여, 몸서리치게 지루하면서도, 사뭇 긴장을 하게 만드는, 실제와 허구 사이를 계속 오가게 만드는, 썩 재밌는 실험 영화.



P.S
유투브에도 몇 개 클립이 올라와 있던데, 다 짜투리뿐이더군요. 이 영화는 30분을 버티고, 마지막에 청년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까지 다 봐야 그 진가를 얻을 수 있어요.

모던보이 2009-03-21 오전 03:06

간만에 상콤한 도배질. 말라야 내 문자 씹지 마.

2009-03-23 오전 10:04

파일을 공유하라! 공유하라!
(제가 후회하지 않아에서 그 문제의 벽 오럴 명장면을 찍은 게 생각나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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