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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속으로 걸어 들어온 ‘이반(異般)’

[내일신문]
민노당, 성소수자위원회 설립 등 동성애자 끌어안기 본격화 …동성애자 파워 잠재력에 주목

“호모포비아(homophobia·동성애공포증 또는 동성애혐오자) 처벌법 같은 게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현아·가명·22) “TV에서 동성애자 관련한 프로그램을 일정 시간 방영토록 하면 어떨까”(고승우·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그런 건 다 안 되더라도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이나 제대로 하고, 동성애자에 대한 성교육도 있었으면 좋겠어요”(어둠·가명·19)

지난 13일부터 2박3일간 민주노동당이 주최한 동성애자 인권캠프에 참가한 남녀 동성애자들의 토론에서 나온 말들이다.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런 바람은 아직은 뜬구름같은 것이지만 언젠가 그들이 원하는 법이 만들어질 날이 올지 모른다. 이반(異般·동성애자를 일컫는 말)들이 어느 순간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치 속으로 성큼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지난 달 말 원내정당으로는 한국사상 최초로 성소수자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히고 동성애자 문제를 적극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도 AIDS 및 동성애자 인권 관련한 사안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동성애자들을 외국 얘기로만 생각하거나 ‘있되 없는 존재’로 여기는 한국에서도 동성애자 대표 정치인이나 커밍아웃하는 정치인이 나올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 커지는 동성애자의 ‘힘’에 주목 = 원내에 진입한 정당 중 동성애자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이 유일하다.

지난 13일에는 성소수자위원회 주최로 동성애자 단체들과 함께 강원도의 한 수련원에서 2박3일 일정으로 동성애자 여름 인권캠프를 열었다. 이날 행사엔 김혜경 대표와 천영세 의원단 대표가 축전을 보내 관심을 표명하는가 하면 이정미 최고위원이 참석하기도 했다.

민노당이 이렇듯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성애자들의 정치적 파워가 세진 것과 무관치 않다.

동성애자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가 나온 바는 없지만 미국 킨제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략 10% 정도가 동성애적 성 정체성을 갖는다고 한다. 똘똘 뭉치기만 한다면 그리 적은 숫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동성애자 운동 진영은 끈질긴 투쟁으로 국가인권위법에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금지 조항을 명문화시켰다. 또 청소년보호법 상의 동성애 관련 조항 삭제운동을 펴 지난 4월 삭제- 시키기도 했다.

또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여러 동성애자 모임들은 민노당을 지지하면서 성 소수자들의 민노당 지지를 이끌어냈고, 민노당 내 성소수자 모임인 ‘붉은 이반’은 민노당의 원내진입과 약진의 배경에 동성애자들의 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민노당 지도부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용대 정책위의장 후보가 성 소수자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당내 성소수자 모임인 ‘붉은 이반’이 반대 운동을 벌였고 결국 정책위의장엔 주대환 후보가 선출됐다.

성소수자위원회 설립 실무를 맡고 있는 민주노동당 배홍현씨는 “미국처럼 단순히 동성애자들이 이익집단화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소수자들과의 연대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한국 동성애자 정치세력화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동성애자 인권연대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경(가명)씨는 “지난 10년이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의 동성애자 파워 = 외국에선 어떨까. 최근 유럽에서는 유력정치인들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있다. 가장 최근에 커밍아웃한 인물은 독일 자유민주당 당수인 귀도 베스테벨레다.

사실 홍석천씨의 예처럼 커밍아웃이 곧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한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커밍아웃으로 선거에 덕을 본 전례가 많다. 2001년 클라우스 보베라이트는 TV에서 커밍아웃한 후 베를린 시장에 당선됐다. 2003년 동성애자 폭로협박에 시달리던 올레 폰 보이스트 함부르크 시장은 동성애자임을 밝힌 뒤 유례없는 대승을 거두었다.

프랑스의 파리시장인 들라노에도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정치인이다. 그는 1998년 커밍아웃한 이후 2001년 파리시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지금도 게이 퍼레이드에 계속 참가하고 있다.

한편 독일 정치인들은 학교에서 동성애를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우베 슘머 의원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더 잘 이해해 드러낼 수 있도록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동성애에 관해 가르쳐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동성애자인 폴커 벡 녹색당 원내총무는 한술 더 뜬다. 성교육 외에도 역사 시간엔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동성애 박해사를, 독일어 시간엔 동성애 작품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도 동성애자들은 막강 파워를 자랑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선거 직전 마지막으로 만난 단체는 미국 최대의 동성애자 단체인 전미동성애자협회였다. 동성애자들의 목소리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또 이번 미 대선에서는 동성혼 문제가 대선 판도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동성애자는 약 400만명으로 추산된다. 부시 대통령은 동성혼 금지 헌법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워 보수적인 기독교들의 지지를 끌어모으려 하고 있고, 민주당 케리 후보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최근 자신이 게이(동성애자)이며 다른 남자와 혼외관계를 가졌다고 발표한 뒤 사임한 미국 짐 맥그리비 뉴저지주 지사의 폭탄선언도 미국 대선 가도에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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