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재밌는 기사가 실렸었다. 미국 정부가 '섹스 폭탄' 개발을 검토했었다는 것. 검토에 그치긴 했지만 기발하기 짝이 없다. 이 폭탄을 적지에 쏘아 보내면, 적국 병사들이 주체할 수 없는 성욕에 들떠 서로를 탐하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강력한 집단 최음제인 셈. 전의戰意 대신 성욕으로 가득 채워진 적군들이 진지 안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고 뒹군다면, 이미 승패는 뻔하다는 이들의 B급 개그.

미국 정부가 개발을 검토했다는 이 '섹스 폭탄'에 이름을 붙여 준다면 '보노보 폭탄'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 인간 유전자와 98%를 공유하는 보노보 침팬지는 암컷, 수컷할 것 없이 동성애적 성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이들의 섹스는 대개 '긴장과 갈등'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만일 수컷 보노보 두 마리가 숲속을 나란히 걸어가다가 어떤 과일 하나가 똑 떨어졌다면 이 두 마리는 서로 그것을 가지고 싶어 갈등을 안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서로 싸우는 대신 곧바로 섹스를 하고 화해를 한다고 한다. 하긴 그래서 그들은 천적들에게 잡아 먹혀서 거의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천적이 쳐들어오면 도망가야 할 터인데도, 그 상황의 긴박감 때문에 얘네들은 도망가기는 커녕 되려 옆에 있는 무리와 섹스를 하기 때문이다.

너무 웃기다고? 그렇지 않다.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간 역시 긴장감이 고조될수록 성욕도 함께 증가한다. 전쟁이나 공황 상태에서 훨씬 더 빈번하게 섹스가 이루어진다. 게다가 섹스는 긴장을 이완시킬 뿐만 아니라 죽음과 같은 휴식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타나노스에의 욕망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여하간 섹스를 하다 잡아 먹힌 보노보 원숭이의 운명에 빗대, 희대의 코메디언들인 미 군부의 상상력이 개발해낸 '호모 섹스 폭탄'은 곧 '보노보 폭탄'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할 성싶다.

그래, 이 썩을 놈들아 사람 잡는 폭탄 말고 이런 폭탄이나 많이 개조하자. 그래서 누가 누가 더 성능 좋은 폭탄을 만들 수 있는지 경쟁하자. 어떤 부대가 더욱 섹스를 많이 하는지, 총자루 집어던지고 누가 누가 수풀과 꽃밭 속에서 부둥켜 안고 잘 뒹구는지, 누가누가 더 전쟁이 아니라 사랑을 더 많이 하는지 차라리 내기를 하자. 똥 먹으라는 협박이나 해대는 똥 같은 짓 좀 고만하고 어떤 부대가 더 동성애적인 부대인지 우리 섹스 폭탄을 대량 생산해내자.

가끔 이 멍청한 무리들의 머릿속에서 이처럼 개 같은 유머가 터져나오는 걸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




추신 :

2005년 6월 26일 : 고 김선일 씨 1주기 반전집회
http://www.alltogether.or.kr/2005new/banner/0626kimsunil.jpg


간만에 ccr 반전 노래...
Who'll stop the rain | CC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