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영화를 보는 내내 담배를 피고 싶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꽁꽁 숨겨두었던 저의 치부를 들쳐낸 것 처럼 잔인했거든요.
콘트라스트가 강한 흑백필름에 투영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는 내내 소리없이 다가와
목을 조르는 그  무언가에 너무도 괴로웠습니다.

청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요?
젊음의 화려함일까요?
아님 어른으로 성숙하기 위한 고통의 시기일까요?

마이 제너레이션에서 그려진 청춘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입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렇다고 현재 하고 있는 일도 맘에 들지 않고.

영화는 현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절망에 관해
너무도 처절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감독인 노동석 감독은 잡지 인터뷰에서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네요.

웨딩촬영을 하며 영화 감독을 꿈꾸는 청년 병석과 빚더미에 나앉은 그의 연인 재경.

그들에게 있어서 청춘이란 가벼운 것이 아니라 무거운 것입니다.
허무의 무게가 너무도 무거워서 그들을 금방이라도 압사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병석과 재경은 꿋꿋하게 참고 견디면서 그 무게를 이겨나가려고 애쓰죠 .
영화의 마지막 재경이 가슴속에 꼭꼭 숨겨왔던 눈물을 터뜨리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저는 과연 재경이 흘린 눈물이 과연 무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죠.

그 눈물은 바로 현실인 것입니다.
현재의 모습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거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어쩌면 신기루같은 청춘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삶을 바라보게 하는 일종의 깨우침의 눈물이자,
잔인한 현실에 대한 눈물인 것이죠.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끼니를 때울 돈도 없어 싸구려 한솥 도시락을 사들고 집으로 오는 병석의 모습도,
영어를 못한다고 사장에게 면박을 듣는 재경의 모습도 모두 저의 모습이었거든요.

영화를 보고 나서 종로 거리를 거닐었습니다. 너무도 춥더군요.
근데 그건 날씨가 추운게 아니라,  나의 지금 모습이, 현실이 너무도 추운 것이었습니다.

새로 구입한 제 핸드폰에는 '청춘은 아프다'라는 글귀가 배경화면에 적혀있습니다.
너무 비관적이라구요? 아닙니다.
아프기 때문에 안아프기 위한 저의 맘을, 노력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죠.

아마, 노동석 감독도 마이 제너레이션을 통해 이같은 희망을 얘기했나봅니다.

희망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전 이 말을 믿으렵니다.

p.s: 이 영화는 하이퍼텍 나다와 시네코아에서 상영중입니다.
       좋은 영화니까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병석 역을 맡은 배우가 너무 멋집니다.
       확인해 보시길.

신윤 2004-12-21 오전 09:08

그래도 병석과 재경은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더구나.
재경이 빚을 졌다는 사실을 알고 들키자 "내 빚이니까 내가 갚을께"라고 하자 병석이 "우리 빚"이라는 하더구나. 그 순간 이 한심한 청춘, 답답한 인생들이 참으로 부럽더구나. 서로의 가슴에 "차카게 살자"를 새긴 채 말이다.

로봇, 병석은 내 것이여. 내가 먼저 찜했당께.
니는 도시락 먹으면서 영어 공부나 혀.

라이카 2004-12-21 오후 13:21

안 그래도 영화 보는 내내 너를 비롯한 친구사이 몇몇 회원들의 얼굴이 쉴새없이 오버랩되어 영화보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감독은 희망을 이야기했는지 모르지만 보고 나서 그 우울함을 지우기 힘들었던 영화.ㅜㅜ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1464 보고싶다 김치문 2004-07-07 578
11463 1889년 佛시인 장 콕토 출생 게이적 감수성 2005-07-05 578
11462 에이즈 예방 캠페인? +1 queernews 2005-09-14 578
11461 교사들이 알아야 할 ‘동성애’ 지식 - <청소년 ... +5 queernews 2006-01-17 578
11460 동성애자 입증하려면 성관계 사진 가져와라? queernews 2006-02-16 578
11459 친구사이 회원분들을 초대합니다. +9 퀴어문화축제 2006-03-22 578
11458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 ... +3 사무국 2006-04-08 578
11457 편지 +2 라이카 2006-08-04 578
11456 노래문화 육성 프로젝트 "씽씽 게이" 기획단 모집!! 언제나기즈베 2010-01-15 579
11455 보수 기독교 개드립때메 못 살... +4 짜증뉴스녀 2011-08-24 579
11454 이번에 뉴욕동성결혼합법화에 대해 들었는데요... +1 hpliyso7no 2011-08-29 579
11453 여러모로 수고가 많으십니다^^ +3 라리~★ 2010-05-27 579
11452 '알자지라' 님께~! 자료 퍼감을 고합니다~~!! +1 닉스 2004-07-02 579
11451 내일 강연 시간 변경~!!! +1 차돌바우 2004-11-13 579
» 마이 제너레이션- 아무것도 없는, 허무의 세대 +2 핑크로봇 2004-12-21 579
11449 MT 참가자들 사진 보냈습니다. +7 차돌바우 2005-05-20 579
11448 국민일보 9월 29일자 사설입니다. +3 박최강 2005-10-01 579
11447 기여사... +5 칫솔 2005-12-20 579
11446 괄리자만 보세요 +2 괄리자팬 2006-05-23 579
11445 소녀적 감수성의 마지막 결정체 +4 기즈베 2006-07-24 579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