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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켠’에게 숨어있는 ‘퀴어클리셰’… 엉뚱하고 묘한 행동으로 웃음 증폭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성소수자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존재할 뿐이다. 성소수자의 존재 양식은 대중매체 속에서도 비슷하다. ‘숨어 있는 1인치’처럼 잘 보이지 않는 퀴어(Queer·성소수자) 코드를 텔레비전에서 찾아내는 일은 대중매체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씨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고 했던가? 퀴어도 마찬가지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웃는다’.

마침내 한국 공중파 방송에 완벽한 게이 캐릭터가 나타났다. 문화방송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11시에 방송되는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켠’(이켠 역)이 바로 그 캐릭터다. 단순한 ‘바보’로 오해되기 십상인 켠은 알고 보면 매우 ‘퀴어’하다. 켠의 캐릭터에는 끝없는 공주병부터 도저한 느끼함까지, 퀴어 클리셰(Cliche·관습적 특징)에 있어야 할 것은 다 있고 없을 것은 없다. 켠은 숨기면서 드러낸다. 혹은 드러내면서 숨긴다. 현실의 동성애자들이 대놓고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는 면에서 오히려 숨은 퀴어 캐릭터는 아이러니한 리얼리티를 얻는다. 게이 캐릭터를 노골적으로 내세우기 힘든 현실이 켠의 캐릭터를 모호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제약이 켠의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불어넣는 것이다. 켠은 게이다! 아우팅(동성애자를 커밍아웃시키는 일)이 왜 근거가 있을까?

△ <안녕,프란체스카>는 뱀파이어들이 루마니아에서 서울로 피신해 왔다는 '설정'에서 시작됐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켠, 프란체스카, 두일, 엘리자베스, 소피아.

‘3척3무’ 백치미에 메트로섹슈얼 이미지


켠은 첫회부터 심상치 않은 기미를 보였다. 자꾸 여성들을 따라했다. 집을 보러 온 프란체스카(심혜진)가 두일(이두일) 보고 “여보, 나도 이 집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하면 켠도 똑같이 따라했다. 얼핏 말실수를 가장했지만, 켠의 ‘남다름’이 슬쩍 드러났다. 켠은 ‘3척, 3무’를 실천한다. 3무는 경계 없음, 생각 없음, 걱정 없음이다. 좋아하는 데 남녀의 경계가 없고, 무슨 일을 하건 생각이 없고, 어떤 고난이 닥쳐도 걱정이 없다. 켠은 생각 없음을 가장해 슬쩍 ‘선’을 넘어간다. 남성인 두일의 목에 입김도 뿜어대고, 두일에게 안길 때도 ‘폭’ 안긴다. 시트콤은 켠의 어이없는 캐릭터를 “닭피만 먹어서 닭대가리가 됐다”고 설명한다(뱀파이어인 켠은 고향인 루마니아에 대기근이 들어서 사람 피 대신에 닭 피를 먹고 자랐다). 심성의 3무는 행동의 3척으로 이어진다. 3척은 이쁜 척, 귀여운 척, 느끼한 척이다. 켠은 모든 사람에게 이쁜 척하고, 왕고모 소피아(박슬기)에게 귀여운 척하고, 집주인 안성댁(박희진)에게 느끼하게 군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신정구 작가는 “남녀 상관없이 누구든 자기를 봐주는 것을 즐기는 메트로섹슈얼 이미지가 녹아 있다”라고 말했다.


△ 켠의 게이 캐릭터가 드러났던 '켠은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편. 의사를 두고 켠과 엘리자베스가 싸우고 있다.

켠의 캐릭터는 백치미의 종합선물 세트다. 그는 외모 빼면 시체다. 터무니없이 자신이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그저 자기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 매력적인 백치는 자신만의 쾌락의 질서를 구축한다. 세속의 질서는 그의 안중에 없다. 아니 모른다. 켠의 백치미는 커밍아웃하기 전, 자신의 세계에 고립된 채 심미적 취향에 빠져 있는 게이를 떠올리게 한다. 외부의 질서를 수긍하기 힘들 때, 외부의 질서가 자신을 쫓아낼 때, 외부자는 자신만의 질서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생존의 논리에서 출발해 전복의 논리로 발전한다. 켠은 이성애를 포함한 정상 성의 질서에 편입되려 애쓰지 않고, 오히려 질서의 바깥에서 질서를 무너뜨리는 외부자다. 켠은 또한 백치미를 갖춘 귀염둥이다. 소년성과 청년다움의 기묘한 조화가 귀여움으로 수렴된다. 켠의 마음은 철없는 소년이지만, 몸은 단단한 청년이다. 철없는 짓은 성숙한 몸과 대비되면서 귀여움을 증폭한다. ‘야들야들함’과 느끼함의 기묘한 조화, 연상의 여인에게 사랑받기 딱 좋은 조건이다. 아니나 다를까, 켠은 중년 여성의 구애 공세에 시달린다. 켠에게 흑심을 품은 44살의 안성댁은 밤이면 밤마다 “오~ 켠!”을 부르짖으면서 몸부림친다. 흔히 게이들은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한, 귀여운 남성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안성댁을 대하는 켠의 태도도 심증을 더욱 굳히게 한다. 켠은 안성댁에게 “정말 아름다우십니다”라고 느끼하게 ‘쏘아대지만’, 안성댁을 대하는 켠의 태도에는 아무런 성적 긴장도 없다. 오히려 낯뜨거운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퀴어 클리셰가 확인된다.


남자 점수 매기고, 구애작전 펼치고


켠은 대사를 통해서도 은근히 커밍아웃한다. 그는 뱀파이어 ‘주제에’ 빨간색을 무서워한다. “난 화투 무서워. 뒷장의 빨간색을 보면 토할 것 같애”. 그의 커밍아웃이다. 뱀파이어 정체성의 부정은 남성성의 부정을 은유한다. 게이 캐릭터답게 은근히 마초성도 조롱한다. 인간에서 뱀파이어가 된 두일이 “다시 인간이 되고 싶단 말야”라는 말을 할 때마다 켠은 “다시 인간이 되고 싶으면 군대를 가라니까”라고 대꾸한다(원래 인간이었던 두일은 뱀파이어 대교주가 자신을 다시 인간으로 만들어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남근주의에 대한 신랄하고 유쾌한 촌철살인이었다.


△ 뱀파이어들의 나이는 외모 나이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가장 어려 보이는 소피아(박슬기)가 가장 나이 많은 왕고모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뱀파이어라는 설정을 통해 나이주의, 성 정체성 등 모든 질서를 전복한다.

숨어 지내던 켠이 마침내 반쯤은 커밍아웃을 했다. 2월28일 방송된 ‘켠은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 편이었다. 미모의 라이벌, 켠과 엘리자베스가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남자들의 외모 점수를 매기는 장면으로 사건은 시작됐다. 남녀가 나란히 앉아 남자의 점수를 매기다니, 얼마나 퀴어하고 얼마나 전복적인가? 더구나 점수놀이는 게이들의 ‘전통문화’다. 그들을 향해 한 남자 의사가 웃음을 날리고 지나갔다. 미모의 라이벌이자 질투의 화신인 켠과 엘리자베스는 그의 미소가 서로 자신의 것이라고 우겼다. 엘리자베스는 “넌 남자가 너 보고 웃는 게 좋아?”라고 공격하지만, 켠은 천연덕스럽게 “응, 난 다정한 게 좋아”라고 대답한다. 질문의 맥락 자체를 지워버리는 그의 대답에서 어떤 수치심도, 어떤 떨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도저한 무심함이란. 마침내 라이벌들은 내기를 한다. 데이트 신청 먼저 받아내기. 켠은 의사를 유혹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의사 앞에서 ‘요염하게’ 다리를 쓸어내리고, 일부러 녹음기를 떨어뜨린다. 녹음기에서는 빌리지 피플의 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켠이 외친다. “이제 한국 게이들도 벽장에서 나와야 해!” 의사에게 벽장(Closet)에서 나와 커밍아웃하라는,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하라는 ‘꼬득임’이다. 빌리지 피플이 게이 그룹이고 가 퀴어 음악이란 사실을 알면, 행동의 뉘앙스는 분명해지고 웃음은 커진다. 신정구 작가는 “알 사람은 알아서 웃으라는 뜻에서 퀴어 코드를 넣어두었다”고 말했다. 이 에피소드는 의사는 게이였다는 암시로 끝났다. 이처럼 <안녕, 프란체스카>가 퀴어 정체성을 다루는 방식은 유쾌, 상쾌, 통쾌하다.

3월28일 방송에서는 누아르의 동성애 코드를 끌어들였다. 켠과 비디오가게 청년이 “주윤발 형님의 팬”이라는 이유로 ‘눈이 맞는다’. 그들의 의리도 ‘선’을 넘어선다. 그들은 뜨거운 눈빛을 나누다 손끝까지 맞댄다. 콧등이 닿을 듯 얼굴도 밀착시킨다. 의리로 포장된 에로티시즘이다. 그들의 대사도 ‘선’을 넘는다. “당신에게서 웬지 사나이가 느껴지는데, 우리 친구할까?” “우린 이미 친구가 된 것 같은데”. ‘사나이’라는 단어에는 동성 친구의 의미와 함께 동성 애인의 뉘앙스도 진하게 배어 있다. 물론 ‘친구’ 대신에 ‘애인’을 넣어도 대사는 연결된다. 모르고 보면 단순한 ‘오버’지만, 알고 보면 매우 퀴어한 ‘시추에이션’이다. 이날 에피소드의 제목은 ‘그곳엔 네가 찾는 행복이 있을 거야’.


디자이너·안성댁, 모두 의심스럽네


뱀파이어 가족은 루마니아에서 피신해 서울의 안가(안전가옥)에 숨어 있다고 설정돼 있는데,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은 켠만이 아니다. 엘리자베스가 일하는 의상실의 디자이너 선생님. 그는 <사랑밖엔 난 몰라>를 들으면서 홀로 눈물을 흘린다. 엘리자베스는 “우리 선생님도 정상은 아냐”라고 말한다. 성형수술로 만들어진 인조인간, 안성댁의 과장되고 어색한 여성성에도 드랙퀸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무엇보다 ‘자고로’ 뱀파이어는 동성애자를 은유해왔다. ‘오버’를 하자면, 켠의 캐릭터뿐 아니라 <안녕, 프란체스카> 자체가 퀴어 시트콤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신정구 작가는 “나에게 게이 캐릭터는 회사원, 가수 캐릭터처럼 자연스러운 인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여성 또는 퀴어의 시선으로 남성을 ‘관음’하기도 한다. 두일에게 허벅지가 드러나는 핫팬츠를 입히고, 웃통 벗은 남자 모델들을 ‘떼’로 등장시킨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이토록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도 이토록 뒤집어지게 웃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매주마다 증명하고 있다. 참, 켠은 누군가 가장 외로울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캐릭터다. 켠은 프란체스카가 ‘맞고’ 칠 상대가 없어 고독으로 몸부림칠 때, “그럼 나랑 치자”라고 다가서는 인물이다. 켠은 기묘하고 따뜻한 캐릭터다.


제 앙탈이 헷갈리시죠?

[인터뷰 | 코미디 <웃음을 찾는 사람들> 김늘매]
“기다릴 거예요~” “가혹한 사람” “앙!”

개그맨 김늘매(30)씨가 퍼뜨린 유행어다. 그런데 가혹한 사람은 누구고,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인가? ‘실장님’이다. 실장님은 누구인가? 남자다. 그의 유행어는 그 자체로 재미있지만, 낯 뜨거운 말을 동성에게 함으로써 두번의 웃음을 선사한다.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첫회부터 출연해온 그는 일관되게 ‘여성형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요즘에는 “나만 봐!”라며 자기애를 마구 과시하고 있다.
그는 “평소 책을 즐겨 읽는다”며 “가혹한 사람 같은 문어체 표현도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의 ‘깜찍한’ 외모는 여성성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퀴어 코드를 ‘하드 코어’가 아닌 가벼운 귀여움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는 “노골적인 동성애 코드라면 나도 하지 않는다”며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동성애 코드를 살짝 비틀어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김늘매씨는 남자 실장님이 아니라 여성 방청객을 향해 “가혹한 사람, 기다릴 거예요”를 외친 적이 있다. 물론 재미가 떨어졌다. 다시 실장님에게로 돌아왔다. 그는 “방송국의 ‘윗분’들이 동성애 코드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러는 거 아냐~.” 김씨가 ‘비둘기 합창단’의 재무이사 역할을 할 때 만들어낸 유행어다. 그가 출연하는 개그의 구성은 항상 반전으로 구성된다. 우선 느끼한 ‘제비’ 같은 그가 연약한 여성을 희롱한다. 연약한 여성이 거부하면 “이러는 거 아냐~”라고 느끼하게 으른다. 이때 느끼한 제비를 제압하는 더 느끼한 여성이 등장한다(한때는 ‘난다 김’이었다). 순간 느끼한 제비는 연약한 남성으로 바뀐다. 그는 여성의 희롱에 앙탈을 부리다가 “이러는 거 아냐~”라는 말을 듣는다. 제비처럼 느끼하게 시작했다가 ‘계집애’처럼 울면서 끝나는 구성, 희롱하다가 희롱당하는 반전이다. 이처럼 그의 캐릭터는 성별을 넘나든다. 느끼한 재무이사는 여성을 희롱하다가도 남성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아~ 이 손맛!”이라고 해서 ‘헷갈리게’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늘매표 개그의 묘미는 ‘부끄러워하는 태도’다. 물론 개그적 설정이기는 하지만, 무대 위에서 무언가를 시키면 부끄러워하는 태도는 그만이 만들 수 있는 귀여운 웃음을 선사한다.












칠렐레 팔렐레 2005-04-28 오후 12:22

오후..쥐니 이궤 모하는 시츄에이셔언~ 쉐캄, 달퀨, 쫠깃하게 엉겨봐아 오허우 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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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