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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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문 2005-04-24 23: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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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쓰는 편지










아부지



연녹색 생명의 빛깔로 잎을 달고는



지천에



가슴 아리도록 꽃이 피었어요.




이렇게 좋은 날이



아부지 가셨던 날이란 걸,



이제서야 문득 깨닫는 철없는 소자



참으로 오랜만에 아부지를 불러 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손에 잡히지 않아도



항상 애닯게 가슴아리는



그리움이라 부를까요



어떤 아픔이라 부를까요...




눈물처럼



새삼스레 다가오는



당신의 영상은



당신에 대한 아픈 제 마음의 반영인가요?




당신과 사별하고서



11년이 지난 이제서야



얘기하고픈데, 정말 하고픈데,



무릎팎에 기대어,



어리광도 부려보고 실컷 울어도 보고픈데,



당신은 이제 제 곁에 계시질 않군요.




아니아니,



아부지...



당신께선 제 몸 속에



제 영혼 속에



늘 같이 있어왔다는 걸,



이미 있어왔다는 걸



이제서야 몸서리치며 느끼고 있어요




당신께서 주신 몸과 영혼,



다치지 않고 빛내어 나가려



입술 피나게 사려물려고



다짐다짐하고 있어요.



아프게 맹세하고 있어요...




그러니 아부지...



부디 편히 지내세요



늘 절 지켜보시는 따사로운 눈길 잊지 않으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부지 사랑합니다.



이제사 사랑합니다.



아. 부. 지. ...







* 아버님 가신지 11년째 되는 날에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