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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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필녀 2006-07-14 1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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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정말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다. 전화를 자주 했어도,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아무래도 서먹했다. 수화기 너머로의 이야기는, 별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집에 들어가서 막 옷을 갈아입던 참이었다. 전화가 왔다. 풀어놓았던 시계를 다시 차고, 벗어놓았던 모자를 다시 썼다. 지갑 속의 돈을 세어 보았다.

그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이미 전작이 꽤 있었다. 술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시내 한복판에서 소리를 지르며 겨울 거리를 걸었다. 호기로운 모습이었다.

술집에 앉아 얼마 안 됐을 때 쯤, 그가 말했다. 할 말이 오십 미터 쯤은 됐었는데 만나니깐 할 말이 없네. 뽀삐 화장지 한 롤쯤의 말들. 인적 없는 인사동길을 껴안고 걸었다.

그때 우리가 오십 미터씩 이야기를 했었다면 달라졌을까? 앞으로 같이 다닐 길이 오십 미터보다는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받아줄까?



집에 오는 길, 구름 사이로 별 떨어지는 걸 봤다.


여행스케치 | 별이 진다네


졸필녀 2006-07-14 오후 12:37

갈아입어던 ----->갈아입던

나 그런 소리 한 적 없는뎅. (순간 라 모씨의 글인가 싶었는데, 그 순간 라 모씨가 아니라 오 모씨의 글이라는 걸 알았다. 그걸 깨닫는 순간, 구름 사이로 별 떨어지는 걸 봤다.)

라이카 2006-07-15 오전 05:18

긴장감 있는 만남은 어느정도의 거리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게 아닐까 싶군요.
그 거리 이상으로 들어오면 부담스럽고 멀어지면 섭섭한...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