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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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6-05-24 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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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發遣

괴테의 그 유명한 시 '발견'은 에리히 프롬에 의해 '존재와 소유'의 간극을 지시하는 대표적인 시로 통상 번역되고 있지만, 사실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상은 제목이 의미하는 대로 '발견'이다. 존재와 소유 이전에, 꽃을 발견하고, 호명하는 행위가 앞서게 되는 바, 이는 괴테의 가장 밀도 높은 소설 '친화력'에 내장된 자연관이 '질서정연한 정원'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쉽게 추론될 수 있는 대목이다.

요약하자면, 발견이란 다분히 인간주의적이며 자기애에 기반된 변증법의 첫 번째 침탈이라는 점이다. 꽃은 발견되기 이전부터 저기 시야의 가장자리 너머에 존재한다.

사랑은 이 발견과 동의어다. 그것은 자기애에 기반한 시선의 침략이다. 오르테가가 아주 우스운 예로 '연애론'에서 이를 증명하는데, 자, 저기 앞에 열 사람을 세워놓았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열 사람을 훑어본 다음 마침내 누군가에게 시선이 꽂힌다. 아, 발견이다. 그 시선이 명확해질수록 다른 아홉 명은 시야에서 점점 포커스 아웃되고 만다. 또 다른 예를 볼 것 같으면 사르트르가 '상상력'에서 논증한 장면인데, 당신은 연인과 약속을 한 카페에 들어간다. 자, 테이블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보일까? 사실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뭉개진 채 형체만 감지될 뿐, 당신은 연인을 발견하기 위해, 오롯이 유일하게 포커스가 맞춰진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시선을 멍히 돌릴 뿐이다.

사랑은 발견이다. 밀렵 행위이며, 교활한 변증법을 위한 선결 조건이다. 나는 저 사람을 발견하고, 저 사람 속에 있는 섹슈얼리티를 발견하며, 저 사람의 말버릇과 손버릇을 발견한다. 또 내가 저 사람의 마음을 통째로 들여다볼 수 있는 가능성, 몸과 몸으로 엮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 발견은 기쁨이고 전율이며, 고통이다. 그리고 이 발견 행위가 멈춰질 때 스스로 사랑의 자기 동력도 고갈되고 만다. 서로에 대한 매력을 잃어버린 연인은 결코 상대방에게서 뭔가를 발견하려고 하지 않는다.




발견發遣

그렇게 나 홀로
숲속으로 걸어갔네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았지.
그것이 내 생각이었어.

그늘 속에서 나는
한 떨기 작은 꽃송이를 보았어.
별처럼 빛나며,

작은 눈동자처럼 아름다운
나는 그 꽃을 꺾으려 했지.
그러자 꽃은 속삭였어.

난 꺾여
시들어져야 할까요?

뿌리째 온통
난 그 꽃을 뽑아 내어
집 옆 예쁜 정원으로
옮겨왔다네.

그러자 그 꽃은 조용한 구석에서
다시 살아났지.
지금 그 꽃은 가지를 쳐가고
자꾸자꾸 꽃을 피워가고 있다네.





Lou Reed & Suzanne Vega | Walk On The Wild Side & Tom'S Diner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