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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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 2004-02-08 07:50:50
+1 1205


이젠 니진스키 공연을 볼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워요. 니진스키 하면 곧장 떠오르는, 여전히 일종의 불가사의로 여겨지는, 중력의 법칙을 거스른 듯한 엘르바시옹(공중 도약)에 대해 하도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이따금 그 장면을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당시의 목격자들은 그가 '내려오고 싶을 때 내려온' 것처럼 보인다고 증언하기도 했지요.

콜린 윌슨의 역작 '아웃사이더'를 통해 알게 된 니진스키는 어린 제게 천재 이상의 야릇한 감성으로 다가왔어요. 이후 그의 아내 로모라가 쓴 전기와 다른 이의 글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점점 더 알 수가 없더군요. 디아길레프와 로모라 사이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프로이트와 융 같은 당시 천재적인 정신분석가들도 포기하고 만 그의 알 수 없는 광기에의 고요한 침잠 속에 뭔가가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니진스키는 실제로 자신을 소유하기 위해 유럽 최대의 남색가 디아길레프와 아내 로모라가 벌이던 질투의 포화 속에서 가만히 엎드려 있었던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하긴, 그럼 어때요? 참 질기게도 오래 살고(62세) 종국에는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긴 했지만, 그가 춤의 제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스트라빈스키와 디아길레프가 빚어낸 20세기 초반의 아방가르드 극장 문화의 총화였다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p.s

이젠 저도 기회 닿는 대로 무용을 봐야겠어요. 피나 바우시랑 윌리엄 포사이더를 보고 싶어 죽겠어요.

아톰 에고이앙의 영화에 나오는 돈 없는 게이처럼 '표 구해요' 피켓을 극장 앞에 들고 있어야겠어요. 참 우아하죠? 캐나다나 미국의 연주회장, 발레 극장 앞을 크루징 장소로 만든 게이들이라니.

^^ 내일 챠밍스쿨, 무척 기대됩니다. 내일은 라이카 대표 님이 '표 구해요' 피켓을 들고 민예총 앞에서 쿠르징에 나선다고 합니다. 많이들 오세요. 아래는 니진스키 사진들입니다.















라이카 2004-02-08 오전 09:32

맘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애써 챠밍스쿨에 오셨다가 문 앞에 서 있는 이상한 애를 보고 발길 돌리실 회원분들이 속출할까 두려워 차마 그러진 못 하네요. ::´(
대신 강의실 따땃하게 데워 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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