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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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차별 금지법안으로 난리난 상황에서 좀 뭣하지만,

베트남이 동성 결혼 합법화 추진 중이라는 기사 보고 글 올려요.

우리와 같은 유교/한자 문화권인데다가

옛날에 프랑슥 식민지여서 천주교 신자도 없지 않은데

이렇게 우리와 다르니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네요.


일단 어느 사회의 복지나 인권 수준이

경제 수준이나 대외적 인지도와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같아요.

(물론 같은 사회라도 얼마든지 사안마다 복지/인권 수준이 다를 수 있지만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연구해봐야 할 좋은 사례같아서 퍼왔어요.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보건부 차관은 회의에서 동성애자들도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활하고 사랑할 권리가 있다며

동성 결혼을 즉각 허용해야 한다는 부처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법무부 역시 동성 결혼 합법화를 염두에 두고 여론 수렴에 나서는

베트남 사회에서 동성 결혼 허용 문제는 이미 상당 부분 공론화된 상태다.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가두 행진 등

동성애를 수용하는 각종 행사와 집회, 공연 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여론을 감안, 동성 결혼에 부과되던 벌금을 아예 폐지했다.

정부는 당초 동성 결혼을 미풍 양속을 저해하는 행위로 보고 벌금을 2배 인상할 방침이었다."


원래 동성 결혼에 벌금(!)까지 매기던 정부가

여론이 달라지니 벌금을 폐지하는 건 물론,

아예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려고 나서는 거군요.


결국 이 세 가지가 맞물리는 것같네요.

1. 가시적이고 활발한 성소수자 운동/활동

2. 사회적 공론화와 여론의 변화

3. 정부의 의식 변화와 실제 정책 반영


비록 나쁜 사례지만, 차별 금지법 제정을 번번이 좌절시켜온 세력도

1. 가시적이고 활발한 운동/활동을 통해

2.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전체 여론 자체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요)

3. 정부 또는 정치인의 의식 변화와 실제 정책 반영을 성취했죠.


지난 몇 년 동안 문제가 된

학생 인권 조례, 아동 청소년 인권 조례뿐 아니라

차별 금지법안과 (장래의) 동성 결혼 합법화도

결국 우선 당사자인 우리가 똘똘 뭉쳐 꾸준히 크게 소리 내고

일반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 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설사 정부에서 먼저 정책을 펴려고 하거나

거대 정당이 힘을 보태주려고 하더라도

쉽거나 꼭 좋지만은 않다는 걸 거듭 경험하는 것같아요...


물론 정부나 야당 등 '외부인'의 선의는 고맙고 도움도 필요하지만,

가령 최근의 군 형법 92조 개악에서 보이듯

어차피 당사자가 아니니 이해도 부족하고 절실하지도 않기 쉬우니까요.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선심(?)으로 내놓을지도 모를 차별 금지법안을 더더욱 잘 따져봐야겠죠.

민주당은 동기 부여도 내부 합의도 확실히 안 됐는데 손 댔다 자충수 쏜 셈이구요.

암튼 전국민 대상 법안이 이렇게 '생떼'와 '인해 전술'에 굴복한 건

국회, 국민 모두에게 나쁜 선례가 되니 참 걱정스럽네요...


더구나 이번에 반대 세력은 차별 금지법안에

기존의 '게이법' 딱지에 새로 '빨갱이법'까지 붙여

그 두 가지를 아주 효과적으로 써먹었죠.

총선, 대선 때 '프레임' 얘기가 나오듯,

우리도 어떻게 사안을 선점해서 먼저 공론화할지,

어떻게 사안을 설명하고 표현할지,

어떻게 반대 세력에게 반박할지 더 고민해야 될 것같아요.

관심 없는 보통 사람도 쉽게 알아듣고 지지하게 하려면요.

(제가 요새 신문, 테레비 다 안 봐서 그러는데,

차별 금지법안 자체는 일반 시민들에게 얼마나 알려졌나요?

혹시 호모포비아 세력 덕에 공론화됐는지 궁금하네요...;;)


결국 관건은 몇몇 성소수자 인권 운동 단체와 활동가뿐 아니라

어떻게 다수의 평범한 게이, 레즈, 바이, 트랜스로 하여금

이 모든 사안이 '남 얘기'가 아니니 참여하도록 유도하느냐겠죠.

성소수자가 가정, 학교, 직장에서 더 드러나고 '문제'가 돼서

자연히 자기 권리 지키려고 달려들어야 비로소 제대로 공론화가 될 것같으니까요.

많은 사람에게는 아직도 자기 가족, 친구, 동료가 성소수자라는 게 불가능한 일인 것같아서요.

물론 가시성과 참여는 성소수자 운동에서 제일 오래 되고 어려운 문제지만요...


암튼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날이네요.

그래도 다시 삔 꽂고 끼빽 들고 나가서 싸워야죠~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권리란 없고,

내가 얻은 게 아니라 남이 준 건 빼앗기기 쉬우니까요.


http://www.fnnews.com/view?ra=Sent1101m_View&corp=fnnews&arcid=13041618132155&cDateYear=2013&cDateMonth=04&cDateDay=16

진서기 2013-04-20 오전 10:14

저도 언니 따라 쫄래쫄래 싸우러 나갈게요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야 확실히 힘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종국(카이) 2013-04-20 오후 19:37

나도 데미지 말에 상당 부분 공감해.뉴질랜드도 그렇고 베트남도 마찬가지 우리나라랑 다른 사회같지만 사실 이들 나라 특히나 베트남은 최근 민주공화국으로 국가 명칭을 바꿀려고 하나 중국,북한처럼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고 또 뉴질랜드는 기독 세력을 주축으로 한 반대자들도 많은 경우를 봐선 글케 울나라(남북분단,기독세력) 현 상황과 그닥 다른 사회도 아닌듯 해 물론 국민들 의식 수준이 다르겠지만 근데 그 수준도 첨부터 그리 형성되지 않았을거야 의식을 개선시키는데 부단한 노력을 했을법 한데 문제는 변화시키는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단 거지.그래서 이들 나라의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의 운동 방향이나 방식을 잘 연구해서 받아들인다면 우리도 좀더 빠른 시일내에 차법 제정을 하고 더 나아가선 동결을 제도화 시키는데 도움이 될거 같기도 한데..혼자만의 착각일런지ㅋ 오랜 활동가분들의 생각들이 궁금하네요.

코러스보이 2013-04-22 오후 21:54

데미지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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