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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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 2003-11-20 09:02:55
+4 1364


국내 개봉 예정 :  2003년 11월 21일

사토라레(2001년).

이 영화의 감독은 '춤추는 대수사선'으로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한 모토히로 카츠유키.
하지만 이 영화는 흥행이 잘 되지 않았고, 대신 작은 영화제 몇 군데 불려간 걸로 알고 있어요.

사토라레, 는 남들이 그의 속내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돌연변이 인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물론 가상의 존재입니다. 이미 일본 만화에서 사토라레가 다루어졌었죠. 제가 사토라레일 경우 여러분은 제가 혼자 생각하는 것들, 가령 '저 새끼는 정말 재수없다', '쟤 엉덩이는 정말 섹시하군'과 같은 저 혼자만의 생각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토라레가 있는 곳의 반경 10m 안에 있는 사람들은 사토라레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토라레는 의지가 과잉 충전되어 사념파가 다른 이에게 전달되는 거지요. 다만 그는 누군가 야, 니 속마음이 들려! 하고 말하기 전까지 자신이 사토라레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대단한 천재들이며, 자신의 은밀한 속내를 다른 이들이 들을 수 있다는 투명성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함량 미달입니다. 헐리우드 감동 조제 비결문을 그대로 탁본 뜬 듯한 지리함, 딱 그것이지요.

다만, 사토라레라는 아이디어가 무척 재밌긴 합니다. 제가 사토라레라는 것을 알 경우엔, 영화에서처럼 자살하거나 아무도 없는 무인도로 떠나겠죠. 내 마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연애에 대한 혹독하리만치 강렬한 욕망과 은밀한 성적 상상을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고 생각해봐요. 끔찍합니다. 헐~~~~~

물론 우리의 공상은 영화에서처럼 '파롤parole'의 형태를 지니지 않습니다. 대부분 이미지로 구성되어져 있기 때문에 '말'로 구현되기는 무척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토라레의 비극과 견주어 봤을 때 제가 마음을 닫고 사는 건 분명합니다. 창문을 꼭꼭 여다듯.


p.s

1. 많은 동성애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사토라레라고 여기는 사토라레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동성애자로 여기지는 않나 하는 두려움 속에서 사는 사람들 말입니다.

2. 아, 그간 계속 놀다가 뭔가에 매달려 있자니 힘들군요. 오늘도 날을 세야겠어요. ㅠㅠ 벌써 졸립네요.






한? 2003-11-20 오전 09:06

계속 일만 하고 쉬지 못하니 사뭇 안쓰럽네요?
쉬엄쉬엄 하세요
글 많이 올려줘서 영화에 해박하게 되는것 같아요? 한번더 감사
술한잔 사드리고 싶어요?

내의녀 시연 2003-11-20 오후 12:06

술을 한잔 사주신다는 말인지 사달라는 말인지 애매모호 하네요..

2003-11-21 오전 01:19

꽃사슴에게 지금 필요한 건... 술보다는, 옆에서 영감을 불어 넣어주고, 피곤한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할 남자겠지요. 도와주고 싶지만 어쩌나... 당신의 미모를 감당해줄 만한 남자가 없는 걸...

황무지 2003-11-21 오전 05:09

그 생각이 났어요...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한때 유명했던 '에반게리온' .. 그 만화를 보면...
사도라 불리는 괴상한 모양의 로봇들도 에반 게리온 쪽도 몸 주위에 방어막 같은 걸 치고 있담니다.
일명... 필드.(골프장이 아님니다. -,,-;)

그 필드로 자기의 몸을 보호하며 무기로도 쓴다고 되어 있는 데..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면..
그 필드는.... 사람들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벽... 을 형상화 했다고 하더군요.

사토라레에겐 그 벽이 없는 거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라는 어떤 소설가의 글이 생각나던 영화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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