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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동생이 저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Q. 얼마 전 제 남동생이 저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저는 누나이고요.
살짝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동생에게 직접 듣고 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동성애자가 되었냐고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하네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걸 부모님이 아시게 되면 저보다 더 큰 충격에 빠지실 것도 불을 보듯 뻔합니다.

저는 동생이 정상인처럼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집에서 착한 아들이고 공부도 잘해서 의학전문 대학원을 준비 중인 동생입니다. 동성애 전환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어요.

A. 안녕하세요? 많은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아 먼저 따듯한 위로를 전합니다.

일단, 동생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으신 점은 이해하지만 동생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듯해서 마음이 아프네요. 동생이 누나에게 커밍아웃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얼마나 많이 망설였을까를 먼저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대학원을 준비 중이시라면 동생분 또한 적은 나이가 아닐 듯한데 그때까지 말을 못하고 숨기면서 살아야 했던 동생분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수천, 수만 번을 생각하고 망설이셨을 겁니다. 동생분께서 커밍아웃을 했다는 건 그만큼 누나를 믿고 의지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동생에게 ‘치료받자’고 한다면 가족조차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생각에 외롭고 힘이 드실 것이라 짐작됩니다. 실제로 가족에게 얘기한 분들을 뵙게 되면 그런 반응이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합니다.

‘언제부터 동성애자가 되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바꾸어서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이성애자는 언제부터 이성애자가 되었을까요? 사랑하고 아끼는 동생에게서 성적 지향은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게이임을 모르고 지냈던 시간이나 알게 된 지금 모두 마음씨 착하고 성실한 가족의 아들인 것은 변하지 않잖아요.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신 만큼 그 마음으로 동생에게 힘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어려우시겠지만 동생에게 큰 힘이 되어주시길 바랄 게요. 행운을 빕니다.


∙ 아들이 동성애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아들이 외출하면서 컴퓨터를 그대로 켜 놓은 채 나갔길래 끄려다가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외설 영상이었는데 다른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았습니다. 모른 척 하려 했지만 결국 아들에게 물었더니 자신은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라고 합니다. 너무 놀랍고 충격인데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냥 알았다고만 했습니다.
제 아들은 아직 고3입니다. 아직 어려서 잘 몰라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게 하면 어떨까, 이성애자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것들이 고민되고 걱정되어 잠도 오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요?


A. 안녕하세요? 많이 당황스러우시겠어요. 아드님 역시 준비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어머님이 아시게 되어 마찬가지로 당황스럽고 힘드실 테고요.

먼저 어머님의 질문부터 답을 드려볼게요. 성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시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의 성정체성을 아는 사람도 있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살다가 뒤늦게야 알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사춘기가 지나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서 어머님께서 분명히 알아두셔야 할 것은 가정환경이나 주위의 영향 등으로 동성애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많은 동성애자를 상담하다 보면 가정환경은 천차만별입니다. 남부럽지 않게 화목한 가정, 한부모 가정, 부유한 가정, 가난한 가정 등 매우 다양합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많은 어머님들이 '내 탓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시기거나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정신과 치료를 문의하셨지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의 대상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정신의학회 등에서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지 오래 되었거든요. 많은 부모님들이 자제분의 성정체성이 다른 걸 아시게 되면 정신과 치료를 물으시거나 직접 자제분과 방문하시는데 어느 의사든 같은 대답을 합니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가족들의 심리적 충격이나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정신과적 상담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님이 '이성애자로 바꾸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동성애자는 어렵고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이다.'라는 통념 때문이 아닐까 해요. 하지만 이미 많은 동성애자가 사회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모두 훌륭히 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혀 이상하거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적지 않은 동성애자들이 가족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이 알려졌을 때의 반응을 두려워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습니다. 하지만 가족에게서 지지를 받는 사람들은 어디서도 살 수 없는 자신감과 긍지를 갖게 되지요. 물론 가족의 입장에서 선뜻 모든 걸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녀분은 성정체성과 상관 없이 소중한 가족이라는 점 아닐까요?

가족의 남다른 성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친구사이'같은 단체에 자녀분과 함께 오셔서 상담을 하신다거나 친구사이에서 마련하고 있는 '성소수자 가족모임'에 나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신다면 많은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저희 게시판을 찾아 상담을 하시는 것만으로도 어머님은 충분히 이 일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실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힘내세요.


● 친한 친구가 저에게 커밍아웃을 했어요.

Q. 친구가 저에게 커밍아웃을 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혼란스럽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나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후 그 친구와 사소한 이야기로 싸우던 날 친구가 저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그냥 편하게 대해달라는 친구의 말대로 그렇게 대하고 있지만 잘 믿겨지지 않습니다. 친구와 점점 멀어지는 느낌도 들어서 몰랐던 옛날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친구의 개인적인 부분에 가슴 깊이 함께 고민하는 마음이 참 멋져 보이네요. 좋은 친구분이시군요.

친구분은 말다툼 도중 충동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것 같지만 아마도 오래 전부터 고민을 해왔을 것이고 성정체성이 알려지면 특별한 친구인 님을 잃게 될까봐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친구가 그 누구도 아닌 님에게 고백했다는 사실이에요. 그만큼 님에 대해서 친구로서 신뢰가 크다는 것이고 님과 친밀한 우정을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이 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들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자기 삶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라고도 하거든요.

친구의 성정체성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친구에게는 큰 힘이 된답니다. 하지만 인정하는 것과는 별도로 동성애자 친구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거짓으로 이해하는 척하면서 대한다면 그 친구분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성정체성이 아닌 다른 문제라면 어떨지 생각해볼까요? 친구가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궁금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질문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친구의 말과 행동에 대해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 된다면 ‘친구야. 이러이러한 너에 대해서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왜 그런지 설명해줄 수 있겠니?’ 하는 요지의 질문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또한 성소수자 관련 도서들을 읽거나 성소수자 관련 인권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든다면 ‘퀴어문화축제를 한다던데 가 본 적 있어?’ 혹은 ‘나도 가보고 싶어. 데려가 줄래?’
처음은 어색하고 낯설지만 이런 노력하는 시간들이 쌓인다면 분명 친구의 성정체성은 별 문제가 안 될 것이고 오히려 두 분의 우정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는 성소수자 관련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1> Coming Out From The Closet: 가족 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때 (김준자 지음)
: 동성애자와 가족, 친구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Gay Culture Holic (친절한 게이문화 안내서)
: 성소수자들의 문화에 대해서 정보와 지식을 제공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