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당

title_Reading

07521395.jpg

 

돈을 못 번지 5달이 되었다. 아니, 휴직 기간까지 합치면 8달이다. 퇴직금을 받았다지만 그건 주택 전세대금 상환으로 이미 다 쓴 상황이다. 여행도 다녀오고 자유를 느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생각처럼 취업이 안 되니 점차 압박감이 느껴진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그래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에. 나는 '자발적 백수'다.

 

멀쩡히 일하다가 갑자기 해고당한 사람들. 저마다의 꿈을 안고 들어와 자부심을 느끼며 일했건만, 해고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부당함이 밀려왔다. 투쟁의 연속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고, 생계는 어려워지고, 가족과는 멀어지고. 그 세월이 벌써 5년이 넘었다. 그래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일하고 싶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에. 함께 하는 동료와 시민이 있기에. 그들은 '쌍용자동차 해고자'다.

 

일명 '선도투(생업 활동을 떠난 상태에서 벌이는 진실 규명과 복직 투쟁)'하는 사람들로 불리운 그들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직접 시위 모습을 본 적도, 희망버스를 탄 적도, 대한문 분향소를 간 적도 없다. 무심과 무관심의 나날들. 왜 그랬을까. 나와 직접 연관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일까. 도울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껴서일까. 그저 일상이 바빠서일까.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했다. 놓으면 안 된다고,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육성은 아니지만 글로 써내려간 담담하고도 극적인 고백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읽었다. 그의 슬픔과 기쁨을 오롯이 느끼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평범한 사람들, 일하고 싶은 노동자들의 삶은 곧 나와 우리가 원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그 삶을 거부당했으니, 그리고 절망과 희망을 몸소 체험했으니 얼마나 울고 또 웃었겠는가.

 

책을 읽고나서는 마음이 복잡하다. 왜 그들은 해고 당할 수 밖에 없었는가. 왜 이 문제는 이렇게까지 해결되지 않는가. 왜 일부는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가. 왜 나는 이 사태를 모르쇠로 일관했는가... '왜'라는 물음의 연속으로 살아가기엔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에 묻는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월 해고무효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사측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대통령이 공약한 국정조사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할 일도, 해야할 것도 많다. 항상 그렇지만, 잊지 말자. 기억하자.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책읽당 가입 안내 +2
277 3월 26일 『완전한 행복』 오프라인 독서모임 공지 <재업로드: 모임시간 변경 2시 ~ 4시> 책읽당 2022-03-13 233
276 3월 26일 책읽당 -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 책읽당 2016-03-17 354
275 3월 27일 박소영 『살리는 일 : 동물권 에세이』 온라인 독서모임 공지 책읽당 2021-02-23 220
274 3월 30일, 4월 6일 책읽당 - 샘이 나는 세미나 시즌6 <고전하는 해방, 해방하는 고전> 책읽당 2019-03-21 335
273 3월 31일, 4월 7일 책읽당 - 샘이 나는 세미나 시즌5 <풍속> 책읽당 2018-03-23 318
272 3월 4일, 11일 책읽당 – 봄에 열리는 샘이 나는 세미나 시즌4 <헌법강좌> 책읽당 2017-02-23 247
271 3월 8일 책읽당 "무지개 성 상담소" - Review +2 Rego 2014-03-11 3106
270 3월 8일 책읽당 - 게이컬쳐홀릭 라떼 2013-02-27 3932
269 3월 8일 책읽당 - 무지개 성 상담소 +2 라떼 2014-02-26 4402
268 3월 9일 오프라인 독서 모임 - 『사랑을 지키는 법』공지 책읽당 2024-02-18 79
267 3월 9일 책읽당 - 독서 모임 <헌법의 약속 :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책읽당 2019-02-27 299
266 3월의 책읽당! +3 라떼처럼 2011-03-02 3926
265 4월 08일 책읽당 - 독서모임 <거짓말이다> 책읽당 2017-03-31 229
264 4월 09일 책읽당 - 생각이 너무 많은 여자 책읽당 2016-03-30 392
263 4월 19일 책읽당 - 팝업북 만들기 라떼 2014-04-10 4619
262 4월 20일 오프라인 독서 모임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공지 책읽당 2024-04-05 39
261 4월 20일 책읽당 - 독서 모임 <오늘의 인생> 책읽당 2019-04-09 323
260 4월 21일 책읽당 독서모임 - 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그래, 엄마야> 책읽당 2018-04-12 314
259 4월 22일 오프라인 독서 모임 - 『어른 이후의 어른』 공지 책읽당 2023-04-09 184
258 4월 22일 책읽당 - 독서모임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책읽당 2017-04-12 304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