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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부제: 전태일 평전을 읽고

이번 달엔 쉬는 날이 2번이나 있어서 참 좋은 달이네. 라고 마냥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락없이 봉급쟁이 그대로다. 그렇다고 딱히 여행을 가거나 극장을 찾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5월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쉽게 잊어서는 안 되는 아픔과 눈물들이 있던 달이라고 한다. 속속들이 알지도 못하고 그 시대에 살지 않았으니, 나하고는 상관없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아파할 수 있기에 그런 생각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우리 단체는 ‘퀴어문화축제를’ 겨냥해서 게이섬프로젝트-한국에서 퀴어타운 만들기 를 진행하고 있다. 사례조사를 위해서 성미산마을 세미나에 참가했고, 그 곳에서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번역서(지역사회 개발)도 한 권 사게 되었다. 정치, 철학, 혹은 사회학에서 사용할 만한 용어들이 생소했지만, 퀴어타운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 낯설음은 호기심에 압도 되었다.  책의 주 내용은 이렇다. 인류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정치, 사회제도 혹은 현재 시스템의 국가라는 것은 결코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며, 개인을 무력화시키고 좌절 시킬 뿐이므로, 새로운 대안으로 ‘지역사회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전통으로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미리 선을 긋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아무리 좋은 개발이라고 하더라도 위에서 하부로 개발이 아니라, 하부에서 위로 개발이 이루어 져야 하며, 계급, 인종, 성 등 이유로 차별과 억압의 요소가 없는지, 엘리트로서 군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늘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이었다. 언젠가 이 책의 주장대로 그런 마을을 개발해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와 욕심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우리 단체 소모임인 책읽당은 매달 첫째, 셋째 주 금요일 저녁 7:30에 모여서 정해진 책을 읽고 나서 자기가 느낀 것, 생각하는 것들을 자유스럽게 토론 한다. 어제는 ‘전태일 평전’ 을 읽고 수다를 떨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만, 이 책은 한 인물의 성공스토리도, 위대한 업적을 칭송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책도 아니다.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지만, 자기만큼 가난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과 함께 조금이라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살다간 평범한 청년의 이야기였다.
  “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과제이다. ” 라고 쓴 1969년 12월의 일기의 한 구절에서, 선한 사람이 선한 대로 살려한 그 의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도, 언론도, 관청도, 스스로를 영세 사업자라고 말할 사업주들도 그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 그들은 사람이고, 사람답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음’ 을 첨부터 인정하지 모습이었다고 생각 한다.
한 인간이 지탱하기에는 너무나도 엄청난 고통과 분노와 슬픔의 한 가운데에서, 저 깊은 침묵의 끝바닥에서, 마침내 견딜 수 없이 터져 오르는 인간의 목소리였노라고 작가는 적고 있다. 또한 전태일이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몇 가지 특징을 요약했다.

1)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밑바닥 사람에게도 사상은 있다.  그이 일기장 곳곳에서
우리는 그가 다른 사람을  지칭하여 “ 나의 전체의 일부” 또는 “나의 또 다른 나” 로 표현한 것을 자주 본다.
2) 이제껏 현실이 자신에게 강요해왔던 가치관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오직 스스로 인간적인 체험에 의거하여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주체적인 인간의 사상이었다. 그는 “ 현실이 나를 보고 냉소한다고 나도 현실과 같은 패가 되어 나를 조롱 하는구나” 하고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3) 기존 현실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바탕으로 완전한 거부- 완전한 부정의 사상이 된다.
비인간적으로 몰락한 민중이 그 몰락을 자신의 원죄로 돌리는 한, 그리하여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스스로를 경멸하고 자학하는 한, 현실을 개혁하려는 의지는 절대로 움틀 수 없다. 먼저 터무니없는 부끄러움과 열등의식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같은 처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웃에게 침을 뱉기를 그만두고 자신을 학대하고 경멸해온 질곡의 현실을 향하여, 부유한 자 강한 자들의 세상을 향해 되레 침을 뱉어야 한다. 이것이 모든 것의 출발이다.

4)모든 인간이 서로서로가 서로서로의 “전체의 일부” 였기 때문에 그의 사상은 근본적인 개혁의 사상, 행동의 사상 이였다.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나는 한편으로는 우리단체와 회원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고, 최근에 읽었던 지역사회개발이란 책의 저자인 저명한 학자의 사상을 보기도 했다.  “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과제이다. ” 라고 적은 그의 일기 한 구절을 보며,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디에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
나이가 40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는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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