챠밍스쿨과 게이컬쳐스쿨에 이은 친구사이의 교양게이육성 프로젝트인 책읽기모임 ‘책봄’에서는 지난주부터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오붓하게 책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인권씨의 ‘남자의 탄생’이라는 읽히는 책을 텍스트로 삼아 놀고 있구요, 다음 주부터는 ‘품위있는 사회’라는, 제목에서부터 우아해보이는 책을 읽고 이야기할 예정이랍니다.
내일도 책읽기 모임 멤버들은 빠지지 말고 나오시구요, 1회 때 못 나오셨지만 혹시 어떤 모임인지 관심 있으신 분들도 참관 환영합니다. 참가비나 참가자격 이런 거 없습니다.
다만... 뒷풀이만 오실 분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아래는 내일 모임의 시작글과 보조자료 입니다.(미리 고민해 오셔도 무방합니다.^^)
--------------------------------
‘남자의 탄생 두 번째 시간. 첫모임에서는 텍스트에서 풍기는 이성애주의적 주류감성과 남자냄새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느낌들이 공유되었다.
나 역시 제목에서부터 단정적인 문체라든가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키는 논리의 전개방식이 조금 마초적이지 않은가 싶어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내 입맛에 맞는 책은 과연 어떤 것인가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나는 참신한 시각과 기발한 서사를 섬세한 문체에 담아 나지막한 울림을 주는 책, 말하자면 소수자 감성으로 공감할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남자의 탄생’은 그렇게 새콤달콤하진 않으니...
저자는 한국사회의 권력지향적인 성격, 신분제적 성격을 분석하기 위해 용감하게 자신의 사적인 치부와 가족사를 낱낱이 까발린다. 그러고보면 내가 책을 읽으면서 불편해 했던 이유는, 내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부끄러웠기 때문이고 저자처럼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남들 앞에 드러내는 일이 불편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쁜 책은 없고 나쁜 독서가 있을 뿐이라는 어떤 분의 말이 기억난다. 나는 왜 책을 읽을까? 정보를 얻기 위해서,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책읽기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 만나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혼자서 읽는 책으로 저자와 나의 은밀한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열 명이 책을 읽고 이야기한다면 열 명의 ‘사람’이라는 책을 만나는 일이 된다.
아무튼, 저자가 문제인지 내가 문제인지 따위의 소모직인 고민은 접어두고,. 텍스트를 요리조리 굴리고 놀면서 같이 즐거웠다면 그걸로 됐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론이 길었지만, 남자의 탄생 8장에서 마지막장 까지는 아버지(혹은 가족 내에서의 권력자)와 나의 종속적 관계를 분석하고, 가부장적 제도에 길들여진 어린이가 학교를 통해서 똑같은 신분상승의 욕망을 획득하는 과정, 결국에는 군대나 기업 등 수직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성인사회에 진입하면서 ‘일반적으로 한국적이라 여겨지는 남성’으로 성장하게 되는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반복해서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스스로가 동굴 속 황제임을 자각하고 자기 존중을 바탕으로 내 안의 아버지를 살해해야 한다는 것. 권력이 개입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한 편 이것과 무관하게...^^ 같이 이야기할만한 것들로는??
< 매우 개인적이고 잡스런 이야깃거리들 >
1. 우리보다 앞선 세대를 지배한 가치관은 유교주의-식민지하 민족주의-전쟁과 분단-냉전 경제성장주의였던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전형적인 냉전과 경제성장주의 하의 가부장적 가족, 군대식 학교에서 성장한 ‘남성’모델로서의 자신을 분석하고 있고 ‘재떨이고고학’은 그 한 예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80년대 이후(저도 묻어갑니다.^^) 성장기를 보낸 우리들의 가족과 학교, 사회를 지배하던 가치관은 이전의 것들과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나에게도 ‘재떨이 고고학’과 유사한 경험이 있었을까요? 우리가 세대차이를 느낀다면 그런 부분은 어떤 변화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2. 무의식적으로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 혹은 내안의 권력자를 살해해본 경험은 누구나에게 있을 법합니다. 어떤 성장통과도 같은 이러한 경험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있었을텐데 같이 이야기하면서 공유해보면 어떨까요? 권력자를 살해하면서 권력자의 위치에 오르지 않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3. 상속제도는 ‘소유와 지배의 관념’만 발달시킨다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10장) 우리말은 ‘나의 것’ 보다 ‘우리의 것’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이런 말이야말로 개인주의적인 서양과는 달리 공동체주의적인 한국의 아름다운 풍속의 예라고 들어왔습니다. 과연 그렇게 긍정적인 측면만 있을까요?
4.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스릴있던 부분은 저자의 옆집에 살던 이름 없는 예술가아저씨(11장)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저자에게 권위와 질서의 세계에서 비껴서 있는 새로운 인간형을 보여주며 어린 저자의 강력한 호기심을 끌었으나 결국 질서의 세계를 수호하는 아버지와 저자에게 거부당합니다. ‘곱슬거리는 장발과 사흘정도 면도를 안 한 듯한 턱, 우수에 젖은 눈동자, 낡았지만 깨끗한 남방을 걸쳤을 것 같은 이 아저씨’에게 혹시 묘한 성적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나요? 이성애자 소년에게는 아웃사이더 롤모델로만 존재했을 법한 이런 유형이 동성애자에게는 롤모델임과 동시에 성적긴장감이 느껴지는 사람일수 있습니다. 그를 거부하거나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성소수자만의 특별한 점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5. 이성애자들은 또래문화에 어울리면서 유년기의 성적호기심을 충족시키거나 이런저런 체험들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경우, 어린 시절의 성적체험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거나 자신의 것만으로 간직되기 쉽습니다. 저 같은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만화에 나오던 남녀등장인물들의 종이인형을 누드로 그리며 놀거나 몰래 여자인형의 머리털을 자르고 가슴을 칼로 도려내며 남자의 성기를 붙일 수 있는 방법을 심각히 고민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래집단에서 소외되어야만 했던 유년의 비밀 한 가지씩 털어놓지 않을래요?
6. 내 안의 권력자, 네 안의 권력자를 살해하기 위해 친구사이나 게이커뮤니티 안에서 실천하고 싶은 일 한 가지씩 추천해주세요. 혹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었던 다른 이야기거리가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수 |
---|---|---|---|---|
7524 | 하이힐을 신은 남자 +2 | 기즈베 | 2010-03-12 | 1123 |
7523 | 박 타? 난 타! +3 | 코러스보이 | 2010-03-12 | 806 |
7522 | 워싱턴에서 결혼한 첫번째 게이커플 +1 | 소식녀 | 2010-03-12 | 695 |
7521 | 외딴 곳에서 게이감독과의 하룻밤^^ +2 | 코러스보이 | 2010-03-11 | 986 |
7520 | 밀크 보셨나요? +3 | 라이카 | 2010-03-10 | 624 |
7519 | 눈이 또 많이 왔어요 +2 | 코러스보이 | 2010-03-10 | 544 |
7518 | 美 州의원 "실은…저는 게이입니다" +4 | 기즈베 | 2010-03-10 | 836 |
» | 내일 눈이 와도 '책 봄' +2 | 책읽어주는말라 | 2010-03-10 | 811 |
7516 | 후회하지 않아 +1 | crossk | 2010-03-09 | 1564 |
7515 | 3월 22일, 저랑 부산에 함께 갈 남자, 손! +5 | 모던보이 | 2010-03-09 | 1106 |
7514 | 미자의 고백 +7 | 코러스보이 | 2010-03-09 | 691 |
7513 | 1Q84와 4월의 물고기(스포있음) +1 | 라이카 | 2010-03-08 | 780 |
7512 | 성소수자 청소년 공부방 날개입니다^^ +6 | 호태 | 2010-03-08 | 771 |
7511 | The Rebound | 짱칫솔 | 2010-03-07 | 722 |
7510 | 산들산들 +2 | 라이카 | 2010-03-07 | 832 |
7509 | [연명요청]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의 철회를 요구하... +1 | 기즈베 | 2010-03-05 | 922 |
7508 | 워싱턴 D.C 동성애 결혼 허용 | 기즈베 | 2010-03-05 | 669 |
7507 | "동성애자에게 미안합니다" | 기즈베 | 2010-03-05 | 1259 |
7506 | “이런 동성애 영화라면 많이 봐야 해요” +1 | 기즈베 | 2010-03-04 | 933 |
7505 | 3월 11일, 지금까지는 없었던, 그리고 이제 다시 ... | KSCRC | 2010-03-04 | 8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