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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홀씨상 받은 인권운동가 윤가브리엘씨
한겨레 권오성 기자
» 윤가브리엘(41)씨

 

 

 

 

 

 

 

외진 땅에 핀 작은 민들레가 홀씨를 퍼뜨려 아름다운 봄 날을 기약하 듯, 깊은 설움을 아는 이는 다른 이의 꿈을 북돋기도 한다. 14일 한국인권재단(이사장 박은정)이 인권의 가치와 영역을 확장한 이들에게 주는 ‘올해 인권홀씨상’을 받은 윤가브리엘(41·사진)씨 역시 그런 사람이다.

 

어린 시절, 홀로 이복형제들의 괴롭힘을 견뎌야 했던 윤씨는 15살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전태일 열사가 열악한 노동현실을 깨쳤던 이곳에서 그는 여전한 노동현실과 함께 자신이 동성애자임도 깨달았다. 그러나 홀로 지내는 사춘기 소년이 그것을 털어놓을 곳은 없었다.

 

세상은 새천년맞이에 들떠 있던 1999년 겨울, 그는 독감이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았다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라는 진단을 받았다. ‘에이즈’는 동성애 친구들과 늘 나누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단지 ‘내 차례가 왔구나’ 싶었는데, 평범한 세균들이 면역력이 약해진 그의 몸을 파먹기 시작했다. 망막 손상에 따른 한쪽 눈 실명, 폐결핵, 대상포진 등 각종 병들이 덮쳤다.

 

6년전 감염사실 밝히고 권익보호 활동
“아프다 말하지 못하는 현실 바꾸고파”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병보다 그를 더 분노하게 만든 건 감염자에 대한 차별이었다. “보건소의 감염인 관리인이 집을 방문했다가 이웃에 ‘에이즈 걸린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죠. 그때부터 그 사람은 각종 차별에 시달리지만 그렇다고 대항하지도 못해요. 그러려면 또 자기를 더 드러내야 하니까요.”

그는 자신과 이들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에 2003년 시민단체 ‘동성애자인권연대’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해 후반 100여명이 모인 한 포럼 자리에서 자신이 감염인임을 밝히고 자신과 같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를 계기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공공의약센터 등이 연대해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라는 연대단체가 꾸려졌고 윤씨는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인권홀씨상을 받은 소감으로 그는 의외의 말을 했다. “마음이 무거웠어요. 나는 단지 아픈 사람이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을 뿐이었는데, 상을 주다니요. 아픈 사람이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런 현실이 병보다 더 무섭습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이 차별이 없어질지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할겁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93496.html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