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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로슈의 푸제온 무상공급프로그램에 대한 환자,시민,사회단체의 입장

 

푸제온은 한국 정부가 제시한 약가에 대한 불만으로 로슈가 4년 넘게 공급을 거부한 에이즈 치료제이다. 그동안 전 세계 에이즈 감염인과 활동가들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로슈에 강력한 항의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로슈의 유일한 답변은 ‘우리가 요구하는 가격을 주지 않는 국가에는 푸제온을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2008년 12월 23일 푸제온 강제실시를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별안간 로슈는 2009년 2월 25일 푸제온에 대해 무상공급프로그램을 시행하여 한국 환자들에게 공급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4년 넘게 약을 먹지 못해 고통 받고 죽어가야 했던 환자들이 이제 푸제온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가난한 국가의 가난한 환자는 푸제온을 먹을 권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해왔던 로슈에게서 이런 태도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에이즈 감염인들과 활동가들의 성과이다. 그러나 로슈의 이번 무상공급프로그램 발표는 그동안 감염인들과 활동가들의 요구에는 못 미치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로슈는 푸제온이 ‘한국 국가의료보험 체계로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을 때까지 무상공급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의료보험 체계 내에서 푸제온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로슈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한국 정부가 선진 7개국의 가격 수준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로슈는 한국에서 그동안 불합리한 약가 산정방식의 핵심적 문제로 거론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선진 7개국 가격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즉, 푸제온의 본질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한시적’ 프로그램은 언제라도 중단될 수 있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둘째, 감염인들과 활동가들은 로슈가 특허 독점권을 이용하여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협박하는 로슈의 행태를 중단시키기 위하여 강제실시를 청구하였다. 로슈의 갑작스러운 무상공급프로그램 도입은 푸제온 강제실시를 막기 위한 철저히 계산적인 행동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무상공급프로그램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를 이미 우리는 글리벡 때 보아왔다. 당시 노바티스사는 한국 정부의 정당한 법적 절차에 의해 결정된 글리벡 약가를 거부하며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의약품 공급통로를 무시하였다. 대신 무상공급이라는 편법을 이용하여 이후 약가협상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는데 환자들을 이용하였고, 그 결과 글리벡의 높은 약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정상적 의약품 공급과정을 통하지 않은 ‘동정’을 가장한 이런 프로그램은 이후 다국적제약회사의 더 높은 이윤 확보를 위해 이용될 것이다.

 

로슈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매우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미 4년 넘게 로슈는 에이즈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이 약제를 공급하지 않았다. 약을 두고도 죽어간 한국의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반성도 없다. 뿐만 아니라 푸제온을 공급하고 있지 않은 다른 나라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로슈는 그동안의 폭리와 기만적 행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또한 로슈는 ‘동정’을 가장한 ‘일시적인’ 면피방안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로슈는 이미 그 동안 전 세계 에이즈 환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만큼 푸제온을 충분히 생산할 능력이 없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허 독점권으로 인해 다른 그 누구도 푸제온을 생산해서 환자들에게 공급할 수 없었다. 로슈는 그동안 환자들의 살인 무기가 되어왔던 푸제온 특허를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기술양도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푸제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2009. 03. 04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신당연대회의, 한국백혈병환우회

 

가람 2009-03-05 오전 11:08

푸제온은 기존의 에이즈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에이즈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보이는 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푸제온 무상공급 프로그램이네요. 1년에 2000만 원이 넘는 '높은 가격'과 '무상 공급' 사이의 거리가 어떻게 가능할 것일까요? 제한없는 특허권을 누리는 제약회사의, 사람의 목숨을 두고 벌이는 흥정이라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이 현장. 푸제온뿐만 아니라 백혈병 약 글리벡, 스프라이셀 등등 아주 힘들고 절박하게 살아내야 하는 환자들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것, 이런 반복을 이제는 좀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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