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 다른 북유럽 국가들이나 네덜란드 등과 더불어 비교적 모범적인 인권 성적을 나타낸 원인들을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수많은 연구를 통한 적절한 보고서 제작, 민간 부문에서 행해지는 인권교육과 인권유린 감시, 그리고 경찰이나 사법당국의 인권감수성에 기반한 강력하고 효율적인 대응에 기반 한다고 볼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국가기관이 여러 대학이나 연구소, 비정부기구 등에 연구과제를 위탁함으로써 다양한 사안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작업을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
특히 양성평등이나 소수자의 인권에 관한 보고서가 꾸준히 나옴으로써 진보적인 시각으로 국가가 소외계층의 인권을 드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보고서는 영어와 주요언어로 번역되어서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보급됨으로써, 스웨덴의 연구성과가 외국의 정부나 비정부기구 등에게까지 도움을 주도록 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옴부즈맨'(ombudsmannen)이라는 단어가 스웨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에서 짐작하듯이,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옴부즈맨 제도를 널리 활용하고 있다. 인종차별이나 성적지향, 장애, 어린이 학대 등에 관한 국가 차원의 옴부즈맨 제도가 이루어지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법에 의해 처벌하며 관련법 제정이나 소수자들을 향한 바람직한 견해를 보급하고 있다.
그리고 스웨덴의 학교들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인권교육을 시킴으로써, 인권감수성이 타고난 것만이 아니라 후천적인 교육으로 끊임없이 계발된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세 번째로 스웨덴 경찰 및 사법당국은 스웨덴 안팎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수자들에 대한 '증오범죄'(hate crime)를 강력히 막음으로써 이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으며 가해자는 법에 의해 엄격하게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상 및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꾀하고 있다.
본 글은 스웨덴이 소수자에 관해 어떻게 위에 언급된 세 가지 점을 살리며 소수자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스웨덴 경찰(Brottsförebyggande rådet(BRÅ))과 생애사포럼(Forum för levande historia)이 2005년 공동 발행한 <불관용, 반유대주의, 동성애혐오증, 이슬람혐오증과 청년층 사이의 반이민자경향>(Intolerance Antisemitism, homophobic, islamophobic and anti-immigrant tendencies among young people Jonas Ring et al, Intolerance Antisemitism, homophobic, islamophobic and anti-immigrant tendencies among young people, Stockholm: Brottsförebyggande rådet(BRÅ), 2005.)은 다양한 사안에 관한 청년들의 인권의식을 폭넓게 조사한 결과가 담겨 있다.
이 조사는 오늘날 스웨덴 사회에서 소수자로 분류될 성싶은 동성애자와 유대인, 무슬림에 관해 스웨덴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회통계학적인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조사를 수행한 연구자들은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인종적 배경을 지닌 10,000여명 이상의 스웨덴 거주 청년들에게 다음 사항에 관한 관용 지수를 물었다.
대부분의 유대인들(무슬림/동성애자)은 의심할 여지없이 점잖은 사람들이다.
유대인(무슬림/동성애자) 옆집에 사는 것은 전적으로 괜찮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유대인들(무슬림/동성애자)은 시나고그(사원/동성애자 전용 클럽)를 세울 권리가 있다.
스웨덴에는 너무나 많은 유대인들(무슬림/동성애자)이 거주한다.
유대인들(무슬림/동성애자)을 신뢰할 수 없다.
유대인들(무슬림/동성애자)이 참정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
모든 개인은 인간으로서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당신은 상대방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
스웨덴은 난민수용정책을 지속해야 한다.
대부분의 이슬람 출신의 이민자들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이다.
텔레비전 앵커 또한 (종교적인) 두건을 착용할 권리를 갖는다.
동성애자도 아이를 입양할 권리를 지녀야 한다.
유대인들이 구두쇠라는 주장엔 진실이 담겨 있다.
동성애는 질병이다.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복지제도에 의존해 살아간다.
유대인들은 오늘날 너무나 많은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유대인 박해와 나치에 관한 담론이 지나치게 많다.
대부분의 에이즈 감염인들은 지저분한 생활습관에 대한 자연의 징벌로 병에 감염됐다.
유럽지역 밖의 이민자들을 스웨덴 밖으로 추방해야 마땅하다.
다른 인종의 사람들끼리 아이를 낳는 것에 반대한다.
조사결과는 다양한 항목으로 분류되었다. 짤막하게 요약하자면, 남자에 비해 여자일수록, 부모 모두 스웨덴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에 비해 부모 중 하나 혹은 부모 모두 외국에서 출생한 커플의 자녀들일수록, 부모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무신론자일수록, 부모와의 관계가 화목할수록, 또래집단과 일탈행위를 적게 저지르는 청년들일수록 '관용'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반면, 부모 모두 스웨덴에서 탄생한 커플들의 자식들로서, 저임금 블루칼라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서 화목하지 않은 가구에서 자라는 소년들은 가장 관용지수가 낮은 그룹으로 조사되었다.
게다가 이 조사에서는 관용지수가 모든 항목에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발견했다. 예컨대, 이민자 출신의 청년들은 외국인 혐오와 인종주의에서는 관용지수가 높게 나온 반면, 동성애에 대한 시각에서는 불관용 지수가 높게 나왔다.
사회문화적인 지위가 높은 청년들일수록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관용지수가 높게 나온 것에 저자들은 몇 가지 원인을 찾고 있다.
이들은 반대 부류에 비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이나 더욱 우수한 학교성적 및 무난한 학교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박물관 방문이나 도서관 이용 같은 지적인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대개 부모와 격의 없이 고민을 나누며, 소수자에 관한 바람직한 정보를 접하는 비율이 높아짐으로써 편견 어린 시선을 덜 갖게 된다고 파악한 것이다.
반면, 반대 편의 경우 또래집단들과 술집을 드나들며 인종주의와 여성비하,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담론을 공유·확산하며, 학교성적은 일반적으로 하위권에 속해서 미래에 관해 절망적인 의기소침함이 짙은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불관용적인 사회정치적인 의견 말고도, 우울증이나 충동적인 기질을 동반한 심리적인 문제를 앓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했다.
나이가 들고 고학력이며 무신론자이고 여성들일수록, 주변의 소수자들에 대해 관용의 정서를 표방했다. 이들은 소수자들이 옆집에 살아도 무방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동성애자의 아이입양에 대해서도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스웨덴이 국가 차원에서 방대한 양의 조사를 수행한 데는, 실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대책이 올바르게 설정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스웨덴 정부는 이를 통해 청년들이 관용지수를 드높여서 창궐하고 있는 증오범죄에 쐬기를 박도록 주력하고 있다.
오늘날 스웨덴에서는 폭력범죄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동성애자에 관한 증오범죄가 증가일로에 있어서 주목을 요하고 있다.
성적지향에 기반 한 차별에 반하는 옴부즈맨(HomO)은 1999년 5월 1일에 설립되었으며, 의장인 한스 이떼르베리(Hans Ytterberg)를 비롯해 불과 8명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국가조직이다.
하지만 HomO는 대학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대학생들이 동성애에 관해 올바른 시각을 고취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가족법 개정이나 동성애자 젊은이들의 고민을 심층적으로 돕고 있다.
이외에도 스웨덴 전역에서 벌어지는 성적지향에 기반 한 차별 및 폭력을 접수하며 중차대한 사례는 관련당국에 수사 및 해결을 요구함으로써 증오범죄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힘쓰고 있다.
예컨대, 2003년 스톡홀름의 한 카페에서 레즈비언 커플이 키스를 하자 주인은 즉시 퇴장을 명령해서 이 커플은 이후 HomO에 진정서를 냈다.
HomO의 개입 덕택에 카페 주인은 레즈비언 커플에게 13,000 유로(한화 1,800만 원가량)를 배상했다.
또한, HomO는 동성애 커플이 이성애 부부에 준하는 권리를 보장받는 시민동반자법을 채택하는 데 기여했으며, 2005년 7월 1일부터는 레즈비언 커플에게도 정자를 제공하는 것을 법률적으로 허용하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HomO는 종교교육이나 미디어에서 동성애자를 부정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증오를 야기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교과서 내용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HomO는 크게 ① 대학에서 동성애 교육, ② 동성애 청년 지원, ③ 가족법 개정, ④ 법치주의 강화에 힘쓰고 있다.
스웨덴 경찰(Rikspolisstyrelsen)은 2005년 「동성애혐오 범죄의 희생자 지원향상을 위한 안내자료」 Karl-Åke Pettersson, et al, A Guide for the Improvement of Support to Victims of Homophobic Crime, Stockholm ; Rikspolisstyrelsen/Swedish National Police Board, 2005. 를 발간했다. 이러한 자료집이 마침내 출간된 데는 스웨덴국가안보기관(SÄPO)이 발표한 증오범죄 통계가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스웨덴 경찰은 1999년부터 피해자들의 관점에서 사건수사에 임하는 작업에 천착했다. 인습적으로 가해자에 집중한 결과, 다양한 종류의 피해상황이 야기하는 문제가 간과되었고, 성희롱이나 차별처럼 감수성이 동반한 폭력에 관한 문제가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동성애혐오범죄는 '이성애규범적 범죄'(heteronormative crime)라고도 불린다. 오늘날 사회적 약자들 가운데 그나마 주목을 받는 여성들이나 어린이들보다 더욱 취약한 소수자들이 있다는 통찰을 한 후,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 난민 등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스웨덴 경찰을 구체적으로 증오범죄를 다루는 경찰들이 숙지해야 할 점들을 주지시켰다. ① 경찰조직의 모든 이들은 경멸적이고 편견에 가득 찬 발언을 하는 것을 금한다. ② 증오범죄를 차단하는 훈련을 이수하며 그러한 범죄들에 대항하는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 ③ 증오범죄를 적절하게 수사해서 문서화하기, ④ 경찰 및 관련 공무원들은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맡기, ⑤ 다양성과 관용을 일깨우기 위해 감수성을 기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스웨덴 경찰이 증오범죄를 중차대하게 다루는 으뜸 이유들로는, 증오범죄는 여타 범죄와 달리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인식에 닿아 있다.
또한, 증오범죄의 피해자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입을 뿐더러 공포에 질리게 되어서 후유증을 겪으며, 피해자들의 가족 및 지인들 역시 무력감 및 불안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증오범죄가 지역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했을 때, 이는 곧 다른 종류의 범죄 역시 증가할 수 있다는 연관관계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오범죄가 제대로 신고 되지 않는 주된 원인들로는, 또 다시 희생자가 되거나 보복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 및 자신들의 프라이버시가 공개될 것에 대한 공포, 경찰당국에 대한 불신 및 과연 수사당국이 엄중하게 사건을 조사할지에 대한 냉소, 동성애자를 흔히 에이즈 감염인과 등치시키는 편견, 혹은 스웨덴 시민이 아닌 경우 거주허가를 받는 데 지장을 받을까 하는 염려로 인해 사건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건 신고를 늘리기 위해, ① 가능한 한 명의 경찰관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담당하고, ② 희생자의 신분은 최대한 비밀에 붙이며, ③ 희생자 및 증인들은 수사과정 중에 당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미리 주지 받아야 하며, 특히 미디어가 동성애혐오적인 관점으로 대할 수 있음을 알리고, ④ 희생자들이 지역에 위치한 쉼터에서 일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도 홍보하고, ⑤ 조서를 꼼꼼하게 작성함으로써 해당범죄가 증오범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은 수사 과정 중에 ① 급조하듯이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수사관행이나, ② 희생자들에게 경찰이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을 피력하는 것이나, ③ 희생자의 행동이나 사생활을 비난하고, ④ 사건을 자의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반드시 금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스웨덴은 위에서 살펴본 대로, 막연하게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말고 이웃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해결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연구 작업을 통한 실태파악 및 대책마련, 민간 및 공공기관에서 동성애차별 접수 및 동성애자 관련 정책 및 법 개정, 나아가 공권력이 동성애자들의 안전과 인권을 드높일 수 있도록 집행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극단적인 동성애 혐오에 기반 한 기독교원리주의자들의 집요한 로비로 불발에 그친 동성애자 차별금지 조항을 반추하며, 한국이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어디에서부터 고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끌고 있다.
흔히들 가장 취약한 계층의 인권을 관찰하면, 그 사회의 인권수준 및 선진국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잣대 앞에서, 한국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에 머무는지 의아하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명시적인 '동성애혐오범죄'가 온전히 관찰되지 않는 것도, 역설적으로 아직 한국에서는 '증오범죄' 자체에 대한 올바른 의미파악조차 되지 않은 형국인 데다, 여전히 동성애자들이 '보이지 않는' 배제의 단계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머지않아 한국사회에서 명시적인 증오범죄가 급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국정부는 스웨덴의 사례를 귀감 및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낯익은 여성 혐오와 지역 감정, 군미필자 및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극심하고 케케묵은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머지않아 동성애자와 다문화가구 출신의 사람들이나 탈북자에게 향할 때 그 폭력의 수준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며 쉽사리 해결책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바로 지금, 증오범죄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