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에게 ‘일 참 많이 하는 의원’으로 평가받는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울산 남구).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너는 이 다음에 큰 인물이 될 것이야. 그리고 여성을 위해 큰 일을 해다오. 여성의 잘못된 법과 제도 때문에 너무 차별을 받으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약자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돼주렴.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법과 제도를 고치는 국회의원이 돼주렴”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난 이영순 의원.
|
|
울산 남구에 도전장을 내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
ⓒ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
하지만 요즘 이영순 의원은 만나는 지역구민들에게 미안함을 감출 수가 없다.
이영순 의원이 “저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입니다. 저희는 가장 낮은 곳, 가장 소외된 곳, 가장 약한 자들을 위해서 일을 하려고 합니다”라는 말을 하면서도 “민주노동당이 관념과 이론에 발목 잡혀서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동떨어진 문제에 힘을 소진하는 것”을 보면 어찌해야할 바를 모른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오히려 보수적 성향의 분들이 ‘아이고 어쩌나, 3%밖에 안 나와서. 그래도 민주노동당이 잘돼야 하는데, 지금은 대통령 선거라 어쩔 수 없지만 총선에 가면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던 분들도 지금은 ’종북주의 논란‘에 시끄러워지고 싸우는 모습이 보이니까 이에 대해 실망하고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길어지는 것 같다“며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면목도 없고 빨리 수습해서 힘차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한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영순 의원은 당내 갈등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인터뷰를 하며 건넸던 ‘이영순 의원의 자근자근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
“(조승수 전 진보정치연구소장의 제명건은)진작 올렸어야죠. 당연히 서둘렀어야죠. 당연히 당내에는 다른 견해를 가진 집단도 있겠지만, 나와 견해가 맞지 않다고 하여 ‘나는 탈당할 것’이라고 하면서 탈당을 여론화시키고 부추기는 행위는 그 어느 정당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죠”
그리고 이 의원은 당내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서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노동당의 의원답게 지역 주민들의 인식을 걱정한다.
“이는 누워서 우리 얼굴에 서로 침 뱉는 거죠. ‘너네는 종북이고 우리는 아니다’라고 하여 ‘너희는 깨끗하고 우리만 더럽다’는 등으로 구분해서 볼 국민들은 없어요.
조금만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똑같은 놈들끼리 뭐하나. 너희들 중에서도 빨갱이 따로 있나 보지’라는 질문을 할 때마다 정말 민망해요.
비대위가 종북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일방에서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서 책임을 묻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면 이는 당을 수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탈당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명분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
|
울산 남구에 도전장을 내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
ⓒ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
다음은 이영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조승수 전 진보정치연구소장 등의 제명 건에 대한 생각은?
▶ 올려야죠. 진작에. 출당 문제제기를 안하나. 당연히 서둘렀어야 한다. 지금 오히려 해당행위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당내에는 다른 견해를 가진 집단이 있지만, 나와 견해가 맞지 않다고 하여 '나는 탈당할거다'며 탈당을 여론화시키고 부추기는 행위는 그 어느 정당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고 이는 분명한 해당 행위이다.
그런데 이 비상한 시국에 분명한 해당행위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오히려 '탈당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세를 불려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애매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 민주노동당은 현재, 종북주의 청산을 바탕으로 일심회 사건 등 관련자들에 대한 제명을 거론하는데?
▶ 사실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며 '민주노동당을 지지해달라. 의원입니다. 우리는 가장 낮은 곳 가장 소외된 곳 가장 약한자들을 위해서 일을 하려고 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주민들을 설득할 때, 종북주의니 뭐니 이런 생각은 하고 싶지가 않다.
사실도 아닐뿐더러. 지금 그런 문제가 우리 국민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념과 이론에 발목잡혀서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동떨어진 문제에 힘을 소진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나서는 것이 오히려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선 이후에 패배의 책임을 물으면서 일심회 사건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과 종북적인 태도를 취한 것 등이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노동당에서 등돌리게 한 주요 원인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사실도 아닐뿐더러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안된다.
이는 누워서 우리 얼굴에 서로 침뱉는 것이다.
'너희는 종북이고 우리는 아니다'라고 하여 '너희는 깨끗하고 우리만 더럽다'는 등으로 구분해서 볼 국민들은 없다. 조금만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똑같은 놈들끼리 뭐하나, 너희들 중에서도 빨갱이 따로 있고 뭐가 따로 있나보지'라는 질문을 할때 정말 민망하다. 그래서 당을 이런 어려움에서 구해내기 위한 것이 비대위 구성의 첫번째 목적이었는데, 다시 종북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에서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서 책임을 묻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면, 이는 당을 수습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탈당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명분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가.
이런 비상한 시국에 비대위를 꾸린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다.
당원들이 옳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면서 양보하고 입다물고 있었던 정신이 무엇이었는지 비대위는 조금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 울산 남구의 총선 분위기는?
▶ 지난번에 당이 위기라고 하면서 비대위를 구성하기 직전에 얘기했던 분들이 계신다.
그분들 중에 어떤 분은 '국민이 아주 심각한 심판을 민주노동당에 내린 것이다. 당이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이해하는 분들은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모르는 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 지역 밑바닥에서는 '국민과 호흡하는 지역 활동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실 권영길 후보의 3% 지지율이 나오자마자 굉장히 미안해 하는 시민들을 많이 접했다.
'아이고 어쩌나, 3%밖에 안나와서. 그래도 민주노동당이 잘 돼야 하는데. 지금은 대통령 선거라 어쩔 수 없지만 총선으로 갈때는 달라질 것이니 힘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격려해주신 분들은 당원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한나라당 성향의 보수적인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의 의식도 적절한 균형이 있어야지 나라가 균형있게 발전한다는 상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런 분들이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국민들의 마음을 잘 읽어보고 탈당이 아니라 당을 좀더 단결되게 만들어서 다시 국민들에게 희망의 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력했다면 초창기 민주노동당의 지지를 다시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에 격려하고 위로했던 분들이 오히려 입을 닫고 있다.
처음에 '이정도 밖에 못보여줘서 미안하다'고 했다가 종북주의 논란에 시끄러워지고 자기네들끼리 싸우는 모습이 보여지니까 이제는 이에 대해 실망하고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좀 더 길어지는 것 같다.
지금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저희도 면목이 없고 빨리 수습해서 힘차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하고 그렇다.
- 구청장을 지낸 울산 동구에서 울산 남구로 지역구를 옮겼는데?
▶ 여러가지가 종합된 판단이었다고 보는데, 제가 비례대표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지역적 기반이었던 동구를 계속 관리하고 활동했었어야 하는데, 비례가 되면서 거의 활동을 못했다.
그 사이에 동구는 새로운 위원장과 새로운 일꾼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성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동구에는 다른 기회를 주어야 하겠구나'는 생각도 있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주하는 이야기인데, 남구지역이 울산의 중심지역이고 정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민주노동당이 대중성을 가지면서 돌파하지 않으면 우리는 동구와 북구 등 현장이 밀집해 있는 장소의 협소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당연히 노동자가 밀집된 지역이기 때문에 '저 지역만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식을 일반적으로 가지지만, 저는 앞으로 민주노동당이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대중 정당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계급 계층이 살고 있는 남구를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돌파를 위해 동구청장과 국회의원 경험 등을 가지고 있고 이미지도 무난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합한 인물이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남구 돌파를 하겠다고 결정했다.
- 울산 남구의 총선 돌파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
▶ 대선 전에는 그렇고 지금은 더더욱 그런데, 울산 지역에서 '돌파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동구도 북구도 다 어렵다.
북구는 '그래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몇 차례의 패배 이후에 보여준 주민들의 반응은 굉장히 회복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특히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신감같은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가능성 있는 지역으로 보기는 어렵고, 남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물론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굉장히 낮게 나왔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여지는 것은 북구나 동구처럼 아주 고정적인 반 민주노동당이 크지 않다라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구는 우리의 지지기반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대세력도 그만큼 더 많다.
반면, 남구는 우리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만큼, 한나라당을 맹신하는 세력이 그만큼 크지가 않다.
경상도 살고 있으니까 당연히 한나라당 찍었던 다수의 사람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라고 생각을 한다.
지금 지역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일잘한다. 많이 했다'는 이미지가 퍼져 있다.
그간 언론에서 법안을 제일 많이 발의하고 제일 많이 통과시켰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다.
의정 보고서를 통해서도 사람들이 알게 되고 '알 일 참 많이 하데요'라는 반응이 제일 많다. 이런 분들에게 이제 좀더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서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라고 생각이 된다.
지역 주민들이 대선 끝나고 나서 '대통령은 당을 가지고 뽑을 수 밖에 없었지만 국회의원은 당연히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금 더 깨인 사람들은 '이는 한 당의 완전한 독주 아니냐. 이는 정말 있을 수 없다. 막아야 된다'는 이야기도 스스로들 꺼내기도 한다.
그래서 저는 대선 이후, 한나라당의 독주가 불리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역으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정치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 울산 동구청장. 남편이 구속되고 그 자리를 내가 대신해야 된다는 것이 솔직히 많이 힘든 선택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단지 사회활동 경험만 가지고 책임을 져야할 자리에 가서 일한다는 것에 걱정이 앞섰기 때문에 솔직히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했다.
그래서 고민스러웠지만 행정이라고 하는 것이 공무원들을 올바른 철학으로 지도하는 구청장의 역할이지 않겠는가.
남편과 주변의 '우리만큼 올바른 철학을 가질 수 있겠는가' 라는 설득 때문에 구청장 출마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한 것은 사실이다.
감옥 들어간 것 자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다만 '석방운동 해야한다'고 생각하다가 구청장 출마해야하는 현실은 당연히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구청장으로 활동하면서는 '아, 이게 정말 30년 공무원 생활한 공무원들처럼 시시콜콜 법안하나, 행정 기술 하나하나를 배워야만 되는 것은 아니었구나. 이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이제 제대로 공무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구청장의 역할이었구나'를 느꼈다.
주민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행정을 하겠다고 하는 기본 관점만 분명히 서 있다면 공무원들이 집행하는 하나하나에 대해서 제대로 지도하고 할 수만 있다면 얼만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 어린 시절은 어떠했나?
▶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너는 이 다음에 큰 인물이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여러차례 들었다.
그러면서 어머님이 뭐라고 했냐하면 '너는 여성을 위해서 큰 일을 해달라. 여성은 잘못된 법과 제도 때문에 너무 차별 받으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약자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되어 달라.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법과 제도를 고치는 국회의원을 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어떤 때에는 '여성에게 잘못 적용되는 법. 이런 것을 제대로 하게 하기 위한 판사나 검사가 되어 달라'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여자들이 살기 힘든 사회구나'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그를 바로 세우기 위한 역할을 내가 해야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격려도 해주셔서 내 마음에는 '나는 이 다음에 큰 일을 할 거야'라는 자신감이 한 구석에 자리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주신 격려가 나를 세울 수 있게 한 큰 힘이 된 것 같다.
이럴수록 짜증이 더욱 솟구친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요? 자중해야 할 때 입을 다물 줄 아는 것도 처신의 한 가지입니다. 입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