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열리는 관악구민회관 앞에서는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나선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을 규탄하는 일부 당원들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 진보정치 정택용 조승수
수구꼴통 돕는 분열선동, 당장 멈춰라
[기로에 선 민노당 - 논쟁] 김창현 전 민노당 사무총장
김창현 (news)
'종북(從北)주의 논쟁'으로 촉발된 민주노동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당내 평등파로 분류되는 세력은 지난 26일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분당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민노당은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이에 민노당내 자주파의 대표격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이 글을 보내왔다.
진보정치는 김 전 총장의 글에 이어 평등파가 주장하는 반론 글도 게재할 예정이다.
민노당의 정체성 논쟁이 건강한 토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대선을 전후해 당내에서 분당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분당파들은 급기야 2008년 1월 26일, 민주노동당을 부정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발족식을 감행했다.
진보신당 창당, 즉 분당을 공식화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성공을 믿지 못하고 '다른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이는 진중권 씨와 같이 일부 돌출적인 인사에 의해 진행됐을 뿐 조직으로 외화되지 못했다.
지금의 분당 조직은 조승수 씨와 같이 '당의 책임있는 지위에 있던 인사들이 앞장서 있으며, 조직적인 움직임과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분당을 주장하며 탈당을 부채질하고 있는 이들의 논리와 행동양식은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지난 진보운동 역사에서 자주 보았던 익숙한 모습이다.
분당은 정당화될 수 없는 악질적인 분열행위
분당론자들은 자신의 행위 정당화를 위해 다양한 논리로 치장하려 들지만 그 본질은 가릴 수 없다. 그 본질은 분열주의다.
어떤 이유를 내세워도 분당은 정당화될 수 없는 악질적인 분열행위일 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고 발전시켜온 민주노동당인가?
노동자와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이땅 민중의 한과 눈물과 절규와 그리고 정치적 희망이 어우러져 만든 당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담긴 이 소중한 민주노동당을 파괴하면서까지 분당을 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민주노동당은 다른 정당과 다르다.
오랜 진보운동의 역사 위에서 만들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진보운동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런 만큼 민주노동당을 분열시키는 이들의 행위는 진보운동전체를 분열의 늪으로 빠뜨리는 반운동적 범죄행위이다.
이미 이들은 그러한 범죄행위를 공공연하게 저지르고 있다.
노동조합 안에서 공공연하게 탈당계를 돌리면서 노동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을 분열 파괴하는 범죄행위에 동참하라.'고 선동하는 것이 그것이다.
단위사업장 안에서는 조합위원장을 둘러싸고 다투다가도 민주노동당의 승리를 위해서는 힘을 합치는 것이 우리 노동자들이 그동안 일구어 온 단결의 전통이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들의 꿈과 희망이며, 정치적 단결의 구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으로 표현돼 있다.
그런데 이 단결의 구심을 파괴하려한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을 철회시키려고 한다.
이것이 노동운동을 비롯한 전체 운동을 분열 파괴시키는 범죄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진보신당'이 성공을 거둘 수는 없을지라도 현장을 분열시키는 엄청난 후과를 가져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현장활동가들 사이에 "나가려면 지들만 조용히 나갈 것이지 왜 현장을 분열시키는가!"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래 분열주의는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전체운동을 분열시키는 범죄행위도 서슴없이 자행하는 것이 속성이다.
'자신이 주도권을 쥐지 않으면 올바른 운동이 아니'라고 비방하는 것, 발전을 위한 길을 찾기 위한 모색보다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편에 더 골몰하는 것은 오랫동안 진보운동의 발전을 더디게 해온 분열주의의 폐해다.
분당 세력, 수구꼴통의 믿음직한 앞잡이 될 것
이들의 최종 기착지는 어디일까?
진보정당운동에서 새 당을 만들어야 한다면 당연히 정강정책에서 기존 진보정당과는 다른 정책과 노선상 요구의 변화발전이 있어야 한다.
조승수 씨의 주장을 살펴보면 '적녹연대, 사회연대전략, 생활정치, 소수자, 환경, 여성주의' 등이 그들의 새로운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언어들 아닌가?
바로 민주노동당이 이미 줄기차게 주장하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가치들이다.
부족함이 있거나 보다 강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민주노동당의 혁신의 과제일 뿐 분당의 명분은 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분당 이유는 당의 정강정책이나 당 활동 방향에서 심각한 차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 이유는 기껏해야 '자주파와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민주노동당을 뛰쳐나가 다른 당을 만드는 이유는 '당권을 쥐고 있지 못한 억울함과 앞으로도 쥘 수 없다.'는 절망감의 표현일 뿐이다.
이는 '새로운 진보운동'의 집행책임을 맡고 있는 한석호 씨가 작성한 분당 문건에 잘 표현하고 있다. "평등파가 다수파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
분열주의자들은 필연적으로 진보운동 자체를 음해하는데 앞장서게 될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어떤 보수정당보다 민주노동당을 더 심하게 공격할 것이며 각 선거에서는 어떤 보수정치인보다 민주노동당의 정치인을 경쟁대상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벌써 곳곳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민주노동당을 부정하고 대중적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행각을 공공연히 벌이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분열주의자들은 최종적으로 지배계급, 보수정당과 야합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것은 분열주의자들과 보수정당, 지배계급이 이해관계에서 일치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피할 수 없는 결말이다.
이른바 '종북 논쟁'을 인위적으로 조장한 조승수 씨를 비롯한 분당파들의 주장을 널리 선전해주고 고무 찬양하는 쪽은 [조선일보]이며 [한나라당]이다.
아주 신이 났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원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민주노동당 내 진통을 아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좌파를 자처하는 당내 분당파들과 수구꼴통들이 마치 한편이라도 된 것처럼 죽이 맞아 돌아가는 까닭이 과연 우연한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수구꼴통들은 민주노동당의 발전을 막고 분열파괴하기 위해 골몰해 왔다.
민주노총을 이익집단으로 매도하는 총공세를 펴온 것도 노동운동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대중적으로 고립시키려는 교활한 술책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그리고 이미 수구꼴통들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운동 전체를 '친북세력'으로 매도하면서 공격해 왔다.
이러한 공세는 이제 이명박 정권 아래서는 더욱 노골화·전면화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분당파들은 그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수구꼴통들의 믿음직한 우군, 앞잡이가 될 것이다.
이는 정치구도가 빚어내는 우연한 일이 아니라 첨예한 계급적 이해관계에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얼마 전 조승수 씨가 수구꼴통으로 이름 높은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을 "평소에 존경해왔다"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는 분열주의자들이 가게 되는 최종 종착점이 어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시대착오적 '반북이념'-차라리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으로 가라
조승수 씨를 비롯한 분당파들은 그 무슨 '종북 논쟁'을 불러일으켜 자신들의 분당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으나 이는 자신들의 추악한 본질을 스스로 드러낼 뿐이다.
원래 '반북' 입장에서 보면 북을 화해 협력과 통일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입장은 다 '친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권에게 '친북좌파정권'이라는 딱지를 붙여온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분당론자들은 명백히 반북주의자들이다.
조승수 씨는 여러 언론의 기고문을 통해 북한 정권을 가리켜 '북한 군사왕조집단'으로 칭하며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분단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정치적 판단과 표현을 할 때에도 통일을 고민하며 평화를 우선하는 것이 익숙하다.
어떤 정치세력도 통일을 해야 하는 북의 정부, 체제를 가리켜 이런 몰상식한 막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극우 꼴통 언론과 일부 정치인이 반통일적 적대감을 부추겨 안보이데올로기로 장사하기 위해 간혹 내뱉을 뿐이다.
이들이 "북한국가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패선언"을 당헌에 넣자고 주장하는 것도 반북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다.
남과 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상호체제 비난을 중단할 것'을 약속하고 실천하고 있다.
체제반대. 체제비난을 중단하는 것이 화해와 통일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소위 '새로운 진보정당을 하겠다.'는 자들이 "북한국가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패"를 선언하고 당헌에 이를 넣자는 것은 자주적 평화통일을 명시한 당헌과 당의 강령을 폐기한다는 것이며 이는 진보정당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현재 어느 보수정당도 당헌 등에 북을 반대하거나 적대하는 입장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의 한나라당도 북의 실체를 인정하고 북을 통일의 대상으로 인정한데 기초한 '한반도 평화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반북이념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며 남북대결에 매달리는 정당은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이 유일하다.
조승수를 비롯한 분당론 자들은 가짜 진보정당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으로 가는 것이 정체성이 맞는 것이다.
당이 어려워지자 가장 먼저 탈출... 신념의 부재·패배주의
이들이 왜 이런 시대착오적인 반북 입장에 선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통일을 부정하고 나아가 민족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조승수 씨를 비롯한 분당파들은 1월 26일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발족식에서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민족적 특수 관계에 앞서 주권국가로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남과 북을 아예 통일의 대상, 통일의 동반자가 아니라 두 개의 나라로 인정해 분단을 영구화하자는 것이며, 나아가 하나의 민족임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충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미국이 가장 좋아할 주장이기도 하다.
대선패배는 민주노동당이 갖고 있는 '정파간 대립, 대안부재, 대중정당으로 위상 정립 실패' 등 다양한 현실과 상태를 보여준 결과다.
따라서 지금은 이를 올바로 평가하고 당을 새롭게 일으켜 세울 답을 찾아야 할 중요한 시기다.
민주노동당의 위기와 한계, 극복해야 할 과제 등은 이전부터 많이 존재해 왔다.
대선 시기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대선패배를 겪고 분당을 해야 할 새로운 이유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분당파들은 해괴한 주장을 앞세워 비이성적인 분당선동을 하다가 결국 새로운 분당운동 조직을 건설, 분당을 기정사실화했다.
나는 앞에서 '이들로 하여금 민주노동당을 뛰쳐나가게 한 것은 당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분열주의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니다.
이들의 가슴 깊은 곳에는 '패배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나는 감히 단언한다.
이명박 한나라당 정부의 등장에서 '곧 이제 진보운동의 전망이 사라졌다.'는 절망감을 던진 것이다.
'민주노동당 깃발 아래 민주노총과 전농 주변에서 함께 서 있다가는 괜한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생겼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대중적 각광을 받고 잘 나갈 때는 누구보다 '민주노동당을 사랑한다.'고 큰소리 치더니 당이 어려움에 빠지자 가장 먼저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권의 출범으로 겁을 집어 먹은 이들은 찬서리를 피하려고 자기가 투쟁하던 곳을 떠나 남의 집 처마 밑을 기웃거리게 된다.
'민중의 투쟁, 노동자와 농민의 힘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믿음이 허물어진 이들은 재탕, 삼탕도 더한 '제3의 길'을 새로운 길이라고 들고 나오는 것이다.
이들의 패배감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패배로부터 생긴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의 등장과 함께 예상되는 온갖 시련과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며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 된 새세상을 건설하려는 신념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교훈을 얻고 똑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진보운동과 진보정당의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라.
평온하고 순조롭게 매사가 잘 풀린 경우가 언제 있었는가?
언제나 거대한 정권과 자본의 힘이, 수구세력의 강한 공격이 있었고 그때마다 단결하여 투쟁하고 조직을 건설하고 또 그렇게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온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대중을 믿고 역사발전의 필연과 진보운동의 정당성과 승리의 신념을 품고 뚜벅뚜벅 이 길을 걸어왔다.
또 이 길을 갈 것이다.
나는 생각이 다르고 설령 부족하여도 누구든 환하게 웃으며 함께 손을 잡고 가겠지만, 당을 깨려는 자들에게는 엄한 철퇴만이 답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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